한여름날의 로맨스 - 10회

썅썅 | 2015.05.13 11:42:06 댓글: 6 조회: 2581 추천: 3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2682461

한여름날의 로맨스 - 10회

혁이는 나한테 생각따위 시간을 주지않았다.
이튿날 차에 비스듬히 기댄채 나를 기다리고 있는 혁이를 보면서 나는 선뜻 다가가지못하고 머뭇거렸다.
혁이 잘생긴 외모는 총망한 출근길에서도 뭇여성들의 시선을 한번에 끌었고 이런 관심을 알고는 있는지 아님 워낙 이런게
습관이 되였는지
전혀 신경쓰지 않은채 내가 나오는 방향으로만 눈길을 멈추고 있었고 이따금 고개를 숙여 시간를 확인하고있었다.


<혜연아~>



나를 발견했는지 혁이가 큰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고 사람들이 이 잘생긴 남자가 누구를 기다리냐 궁금한지 자연스레 나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다가갔다.이런 관심이 나한테는 아직 익숙지않다.
하지만 나도 어쩔수 없는 여자라 마음속깊이 솟구치는 허영심만은 숨길수없었다.


<같이 출근하자>



허락같은건 필요없듯 혁이는 내 손을 잡고 차쪽으로 이끌었고 신사답게 차문도 열어준다.



<아침은 먹었어?>

<응>
<오늘 저녁도 늦게 퇴근하는거야?>
<몰라, 요즘 많이 바빠>
<퇴근하면 전화해>
<왜?>
<오늘부터 우리 1일이다>




엊저녁 내가 분명히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는데 혁이는 팍팍 밀어부쳤고 막무가내로 오늘부터 1일이라고한다.

신호등으로 마침 차가 멈추없고 고개를 돌린 두사람 시선이 마주쳣다.나를 바라보는 혁이 눈가에는 웃음이 실렸고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시선을 돌릴수밖에 없었다.




<왜 일방적으로 결정해>
<온저녁 생각했어, 너는 내꺼야만 해>




내가 물건도 아니고 왜 네꺼야만 하는거야..강한 소유욕을 나타내는 혁이의 파워에 나는 할말을 잃었다.




<저녁 같이 하자, 시간되면 영화도 보고..>

<....>
<아, 맞다.. 이건 선물..>
<....>




한손으로 운전대를 잡은채 다른 한손으로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나한테 건네준다.



<뜯어봐>



혁이랑 이렇게 다시 시작하여도 되냐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혁이는 혼자 모든 결정을 내렸고 나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운게
온통 뒤죽박죽이 된 느낌이였다.




<어서 ~>




꼼짝않고 앉아있는 나를 혁이는 또한번 재촉하였고 그제야 정신이 들면서 나는 선물을 되돌려주었다.




<선물같은거 필요없어>

<처음부터 네꺼였어>
<....>
<싫으면 그냥 버려>
<....>




언제부터 혁이가 이렇게 막무가내였는지 입을 꾹 다물고 앞만 주시하면서 운전하는 혁이를 보면서 나는 낮게 탄식하였다.




<고마워>




그제야 혁이 얼굴이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입가가 살짝 치켜올라간다.



<퇴근할때 전화해>
<응>




회사앞에 도착한 나는 같이 들어가자는 혁이를 뒤로하고 혼자 먼저 내렸다.
사무실앞에서 나는 영애를 마주쳤다. 일부러 나를 기다렸는지 영애는 나를 보자 다짜고짜 내팔을 잡고 화장실쪽으로 끌고들어갔고 오늘 아침 나는 두번째로 이렇게 끌려다녔다.



<왜 그래?>



붉어진 손목을 어루만지면서 나는 아침부터 뭐냐고 퉁명스럽게 내뱉었고 심란한 마음때문에 나의 어투는 별로 호의적이지
못하였다.
영애는 이러는 나를 빤히 쳐다보았고 그 눈길에 얼굴에 뭐라도 묻었냐고 거울속에 비춰진 나의 모습을 확인하였다. 아침에 바른 립스틱이 번져지지도 않았고 아이라인도 잘 그려진 상태였다.


<잤냐?>


생뚱맞게 이건 또 뭔소리야?



<뭘?>
<같이 잤냐?>
<누구랑?>
<혁이>



켁켁



<미쳤어, 아침부터 뭐 잘못먹었어?>

<두사람 같이 차에서 내리는거봤다>
<그건~~>
<우연하게 길에서 만났다고 하지말어라, 두사람 집 방향이 틀리다는거 다 알거던>
<혁이 집이 어딘줄도 알어?>
<말돌리지마 , 왜 같이 출근하는거야?>
<그렇게 됐어>
<야~~>




영애가 지르는 꽥 소리때문에 화장실에 들어오려는 한사람이 끔적 놀라 뭔일이 있냐고 멈칫거렸고 나는 미안하듯 얼른 영애팔을 끌고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왜 소리를 질러>

<그니까 말을 하라고>



왜 하필 영애한테 들켜 아침부터 이 곤혹을 치러야하는지 나는 둘려대려다가 결국 혁이가 다시 시작하는 말을 꺼내였다.



<정~말~>



영애 두눈이 화잔등마냥 커진다. 이게 이렇게 빅뉴스인지 입을 다물지 못한채 한참후에야 침을 꿀꺽 삼킨다.



<그럼 전에 봤던 그 여자는?>
<몰라>




솔직히 나는 아직 그기까지 미처 생각지못하였다.

고개를 숙이고 발끝으로 바닥을 툭툭 차면서 나는 불안한 마음을 감추려고 노력하였다.



<헤연아, 너 아직 혁이 좋아해?>
<...>
<솔직히 말해봐>
<....>
<야~>
<...>




미동없는 나를 향해 영애는 또한번 소리를 질렀다.



<마음가는대로 말해봐>
<....>
<....>
<아마..>



한참후 나는 힘겹게 입을 열었고 영애의 헉~ 하고 들이키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혁이를 만나는 순간부터 내 생에 남자는 혁이 한명뿐이라고 줄곧 단념하여왔고 지난 5년간 나는 증오보다 그리움이 더욱 간절했었고 혁이랑 재회하는 순간 마음속깊이 이 순간을 줄곧 기다려왔는지도 모른다.



<미쳤구나>



내 등짝을 철썩 때리면서 영애는 마치 괴물이라도 보듯 머리를 흔든다.




<세상에 반이 남자인데 하필은 한남자한테 메달리는게 뭐냐?>

<....>
<널 버리고 간 남자가 그렇게도 좋을정도로 넌 자존심도 없냐?>
<....>
<....>
<좋은걸 어떻게 >


는 낮은 소리로 중얼걸렸다. 아무리 잊을려고 노력하여도 내 심장은 여전히 혁이를 향해 뛰고 있었고 이러는 내 자신이 미칠정도로 싫지만 좋은건 숨길수가 없었다. 이러는 나를 보고 영애는 한심하듯 한참을 말을 잇지못한다.


<그럼 다시 시작해>
<뭐?>



한참후 영애가 내손을 슬며시 잡아온다.




<좋아죽겠다는 어떻게 해, 너 혁이 아니면 딴 남자는 보지도 않을거잖아..>

<....>
<인생 별거 있나, 좋아하는 사람끼리 유감없이 사랑해라.>
<내가 정말 ..그..그래도 될까?>
<너 맘속으로는 벌써 열번도 응낙했을거 아니야 >
<....>



영애가 나를 향해 눈을 흘긴다. 영애는 정곡을 집어내였고 나는 뭐라고 반박할 이유가 없었다.



<여태 혁이 기다린거 맞잖아>
<....>

<그러면 다시 시작해>
<....>
<머리아프게 이것 저것 생각하지 말고 무작정 앞으로 밀고 나가>
<....>
<지금 생각해봤자 아무 쓸모없어, 닥치면 그때가서 생각해>
<....>




엊저녁 혁이가 다시 시작하자는 말을 꺼내는 순간부터 나는 영애가 말한것처럼 아마 응낙을 하였는지 모른다. 다만 나의 이런 선택이 맞다고 누군가 내편이 되주길 바랬었고
그 사람이 나의 절친인 영애라는게 나는 눈물나게 고마웠고 누군가의 축복속에서 이 사랑을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들어가자, 오늘 어떤년은 일할 마음이나 있을련지 모르겠다.>



픽 웃었다.



<네가 많이 하면 되겠네 ㅎㅎ>




영애가 눈을 흘기면서 내 팔짱을 해온다. 저녁에 데이트 신청이나 받았냐 어디 갈건데 뭐 할건데 팔불출 본성이 되살아났고 나는
No comment 라고 입을 꾹 다물었다. 남친없는 여자들은 서러워서 살겠냐면서 핀잔을 들었고 두사람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하루종일 나는 몇번의 실수를 하였고 이러는 나를 영애는 한심하듯 머리를 흔들다 눈길이 마주치면 회심의 웃음을 짓곤
하였다.
사춘기 소녀만큼 나는 저녁의 데이트가 한껏 기다려졌고 혁이와 걸맞는 의상인지 몇번이나 화장실을 들낙거렸고
더 예쁜옷을 입고왔을걸 후회하기까지 하였다.





오늘따라 퇴근은 늦게 다가왔다.

나는 핸드폰을 몇번이나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였다.아직까지 나는 혁이랑 상관된다면 피동이고 긴장되고 내 자신을 많이 잃는것같다.




<일찍 퇴근할수 있어?>



혁이한테 먼저 전화가 걸려왔다.


<응>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벗어나 조용한 계단을 찾았다.



<그럼 5시 30분..아니 20분 주차장에서 보자>

<어디 갈던데 ..내가 혼자 찾아갈게..>




도둑 연애도 아닌데 나랑 혁이사이를 누군가 눈치채는게 모르게 두려웠다.



<20분이다.>



일방적으로 끊긴 전화를 들고 나는 한참을 계단에 앉아있었다.
5시 퇴근 시간이 되였는지 창밖으로 한두명 모습을 들여내였다.

20분후면 나랑 혁이가 또다시 엮이게 된다.
오전의 흥분보다 정작 닥치니까 나는 오히려 차분해지면서 이번에는 어떤 결말이 있을지 미지수인 미래에 두려움으로
가득찼다.
필경 우리 두사람사이 5년이란 공백이 있었고 예전보다 우리또한 많이 성숙되였고 사랑하나만으로 모든걸
Cover할 자신이 없었다.



휴~



나는 툭툭 털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늦게 들어온 나를 보고 영애는 퇴근안하냐고 눈을 끔뻑였고 나는 이제 갈거라고 하였다.쪼르르 내곁으로 다가와 잘해보라고 화이팅한다. 나는 영애팔을 툭 쳐놓고 사무실을 벗어났다.
일찍 퇴근하였는지 내가 주차장에 도착했을때 혁이는 벌써 기다리고 있었고 차문을 열고 올라오는 나를 보고 흰 치아를 들어내면서 환하게 웃어주었다. 수줍은듯 나는 미소를 지었고 마치 처음 데이트라도 하듯 설레고 떨리였다.



<어디 가는데?>



창밖의 풍경은 점점 시내를 벗어났고 궁금한 나는 결국 입을 열었다.


<가보면 알어>

<노래 들을래?>
<아니>



조용하게 두사람만의 공간을 느끼고 싶었다.도착할때까지 우린 별 대화가 없었고 어쩌다 눈길이 마주치면 서로 환하게 웃어주었다. 혁이가 조용하게 내 손을 잡아온다.



<꿈만 같다>



이런게 사랑이다. 바라만보아도 좋고 손만 잡아도 따뜻하고 미소 하나에도 가슴이 떨린다.
나또한 이 모든게 꿈만같다고 혁이한테 전해주고 싶었다.



도착하였는지 혁이가 주차를 하였고 나는 여기가 어딘지 두리번거렸다.



<어..저기는..>



오래전 기억속에 있는 간판하나를 발견하였고 혁이는 내가 생각하는 그곳이 맞다고 머리를 끄덕인다.




<어떻게 찾았어? 내가 몇번이나 찾아갔었는데 문닫았다고 하던데>

<내가 보고싶어서 찾아갔댔어 ㅋㅋ>




뒤따라 내려온 혁이는 자연스레 내 어깨에 긴 팔을 걸치고 나를 품속으로 끌어당기면서 대놓고 나를 놀려대였고

나는 마치 비밀이 발각된듯 얼굴이 확 붉어졌다. 혁이는 얼굴까지 빨개진거 보니까 맞네 하면서 좋다고 깔깔거린다.
팔꿈치로 옆구리를 콱 쳤다. 아프다고 엄살대였고 키가 크다만해서 왠 엄살이냐고 핀잔을 들었다.



인테리어도 구조도 옛날이랑 똑 같았고 다만 규모가 더욱 크졌다. 사장도 예전에 사장 아들이란다. 가업을 물러받은것이다.




<어떻게 찾아냈어?>

<내가 다 방법이 있지>



혁이 친구한명이 이 가게 사장이랑 친분이 있어서 알아내였다고 한다.
원래 가게는 문닫은게 맞다고 한다. 사장님이 쉬고싶어서 가게를 접었는데 아들이라고 한명 있는게 재산만 탕진하고 도련님 생활을 하는게 꼴보기싫어서 인간만들어보겠다고 이 가게를 다시 열었고 아들한테 맏겼다고 한다.
천하의 부모는 다 똑같다. 평생 자식을 위해서 산다.



<기억나지, 첫 월급타서 레스토랑에서 분위기 내본다고..>



풋 웃음이 튀여나왔다.



첫월급타서 양식을 먹어보겠다고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완전 익힌걸 시켜서 얼마나 질기던지 먹느라 개고생하였다.

그날은 기분이고 뭐고 이빨 부러지는줄 알았다. ㅎㅎ
다신 오지 않겠다고 맹세하였다가도 뭔가 경축할 일이 있으면 꼭꼭 찾아왔다.
혁이가 혼자 항목을 완성하여 장금을 받은날 나는 이곳에서 혁이한테 처음으로 반지 선물을 받았다.
다이아몬드도 아닌 24K 금반지도 아닌 그냥 평범한 18K 커플반지였다.
갑자기 아침에 건네준 선물이 생각났다. 나는 가방을 열고 꺼내보았고 혁이는 여태 뜯지않았냐고 툴툴거렸다.



불쑥 혁이가 왼팔을 내앞으로 내민다.



<커플 시계다. >



척 봐도 고가의 시계였다. 나는 받아도 되는지 망설였고 혁이가 얼른 해보라고 한다.




<이 시계를 처음 봤을때 네가 생각났어, 너한테 줄 기회가 있을줄도 모르면서 사버렸다.>

<돈 많네>




나는 감동을 이런식으로 표현하였다. 혁이는 자기꺼는 오래 사용해서 많이 낡았다고 바꿔야하나 하면서 내 눈치를 보면서
킥킥거렸고 나는 눈을 흘겼다.




괜찮은 저녁 식사였다.

디저트까지 완벽하게 소화하였고 더는 들어갈 자리가 없다고 생각된후 우리는 아쉽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영화보러 가자는걸 오늘만 기회가 아니냐고 하였다.
내일 출근으로 혁이는 아쉽지만 나를 집앞까지 바래주었다.



<내일부터 시계 매일 하고 다녀야한다.>
<이 손놔, 나 내려갈거야>



내손을 잡고 꼼지락거리면서 보낼 생각을 안하는 혁이를 보고 나는 한심하듯 손목을 빼내였다.



<알았어>



나는 내려오지말고 조심해서 운전하고 도착하면 문자하라고 하였다.
또한번의 펑하고 차문닫기는 소리에 나는 왜 내려오냐고 고개를 들렸고 머리위로 긴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나의 입술위로
또하나의 입술이 살짝 포개져왔다.



읍~



<오늘은 여기까지>

<....>
<다음엔 찐한거로..ㅎㅎ>
<....>



멍하니 서있는 내 머리카락을 한번 흐트려놓고 혁이는 뒤돌아섰고 뒷등을 바라보면서 나는 왠지 아쉬움이 드는지 혼자
실없이 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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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28.♡.2
newsky (♡.239.♡.170) - 2015/05/13 15:06:13

전에 그분은 잠깐 등장한건가요?개인적으로 그분의 등장을 꽤 기다렸는데 몇회째 안보이네요...
여주인공이랑 그분의 로맨스로 엮어갈줄 알았는데 옛사랑이랑 다시 시작하는쪽으로 흘러가네요.
아무튼 잘봤습니다.건필하세요~~

썅썅 (♡.198.♡.61) - 2015/05/23 23:05:33

newsky님:
전에 그분은 지난회에도 잠깐 등장했는데요..ㅎㅎ
재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heesun (♡.91.♡.251) - 2015/05/15 16:13:36

제가 바라는대로 혁이랑 잘되가네요,ㅎ ㅎ

썅썅 (♡.198.♡.61) - 2015/05/23 23:06:42

heesun님:
바램대로 되여야할건데요..ㅎㅎ

레드체리 (♡.62.♡.77) - 2015/05/15 17:09:02

혁이 어머니 등장해야 잼잇어질듯요 크크크 둘이 이쁘게 시작하는 모습 보기 좋네요. 혁이랑 혜연이 파이팅 해줄까 말까...그래도 파이팅!

썅썅 (♡.198.♡.61) - 2015/05/23 23:11:05

레드체리님:
단편이면 퍼뜩퍼뜩 등장시킬건데 연재라서 좀 등장이 좀 늦어질수도..ㅎㅎ
담부터는 단편을 도전해야할거같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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