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아해가 강을 건너오(2)

동녘해 | 2015.09.18 09:20:46 댓글: 4 조회: 1769 추천: 1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2823589

2.

셋이였다.

셋중에서 한놈은 키가 빈이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것 같았고 다른 한놈은 빈이와 비슷해보였다. 정우는 키가 큰 놈이 서진이라는 애일것이고 키가 빈이와 비슷한 놈이 수영이라는 애일것이라고 추측했다. 세놈 모두 머리를 푹 숙이고 몸은 한껏 옴추리고있었다. 옆에 서서 입에 게거품을 물고 빈이네에 삿대질을 하며 폭언을 퍼붓는 봉두란발의 녀인도 편한 모양은 아니였다.

못 살아, 못 살아. 내가 못 산다구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애가 애비 없이 자라는것만 해두 서러운데 이 류망새끼들에게 얻어맞기까지 하냐구. 뭐하는거예요? 이 류망새끼들을 싹 다 영창에 집어넣지 않구.”

녀인이 화살을 옆에 놓인 책상앞에 앉아있는 담당경찰에게 돌렸다. 담당경찰이 어이없다는듯 녀인을 멍하니 쳐다보고있었다.

우리 애가 공부 잘하니 이 류망새끼들이 눈에 든 가시처럼 보았나봐요. , 이 류망새끼들아…”

녀인이 애들쪽으로 다가가 빈이의 멱살을 검어쥐였다.

뭐하는겁니까?”

미처 왔다는 말도 못하고 사태의 진전을 지켜보던 정우는 갑자기 소리지르며 달려가 빈이를 와락 끌어 안았다. 녀인이 흠칫 놀라며 손을 놓더니 한발 뒤로 물러서서 정우를 샅샅이 훑어보았다.

왜 이러십니까? 우리 집에서는 얘도 역시 귀한 자식입니다.”

…”

녀인이 머리를 끄덕였다.

애비로구먼, 이 류망새끼 애비 되는구만.”

녀인의 눈이 활활 타기 시작했다.

안 보여요? 우리 얘가 안 보여요? 이 류망새끼들이 우리 얘 얼굴을 어떻게 만들어놨는지 안 보이는가구요…”

녀인이 눈두덩이에 퍼렇게 멍이 든 남자애의 어깨를 잡아 일으켰다. 남자애가 정우와 눈길을 마주치기 싫은지 머리를 외로 탈았다.

우리 애가 집에 오는데 이 류망새끼들이 다짜고짜, 불문곡직 때렸다는게 아닙니까? 한반이라나 뭐라나아니지, 인젠 이 류망새끼들이 모두 학교에 안 다닌다니까 한반두 아니지. 어쩔건데요, 이 일을 어쩔건데요?”

녀인이 정우의 코등에 대고 손가락질을 하며 바락바락 소리질렀다. 정우는 대충 사건의 시말을 짐작할수 있을것 같았다.

미안합니다. 미미미안하게 됐습니다.”

정우가 녀인에게 머리를 숙이며 사과했다.

자자인젠 좀 조용히 합시다.”

옆에서 녀인을 지켜보고있던 담당경찰이 드디여 입을 열었다.

되긴 뭐가 돼요? 이런 류망새끼들은 싹 다 감옥에 처넣어야 한다구요. 이런 놈들때문에 우리 애처럼 마음 여리구 공부 잘하는 애들이 기를 펴고 학교에 다니지 못한다구요학교도 때려쳤다는 놈들이 학교옆에는 왜 어슬렁거려? 착한 애들 괴롭히는것을 재미로 알고 사는 류망새끼들이런 놈들은 뿌리부터 썩뚝 잘라버려야 한다구요.”

녀인이 낫으로 풀을 베듯 오른팔을 휙 휘둘렀다.

죄송합니다. 한창 자라나는 애들이 아닙니까? 한번만 용서해주십시오.”

정우가 다시한번 녀인앞에 머리를 숙였다.

그래요, 조용히 끝을 맺읍시다. 한 학급에 다니던 애들이라 하지 않습니까? 다 같이 자식 키우는 립장에서 사정 한번 봐주시죠.”

담당경찰이 녀인의 기색을 살피면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뭐요? 세상천지에 어디 이런 법이 있습니까? 이런 류망새끼들을 사정봐주다니요? 와락와락 집어뜯어도 시원찮을 이 류망새끼들을…”

그만하시오!”

정우가 벼락치듯 한마디 내뿜었다. 그 목소리가 너무 크고 거칠어서 모두들 깜짝 놀라 정우의 얼굴을 지켜보았다. 정우의 눈길이 이글이글 타고있었다. 정우는 녀인을 쏘아보며 어금이를 덜덜 쫓다가 내쏘았다.

왜 말끝마다 류망새끼, 류망새끼 하는겁니까? 그 애도 얼마전까지는 착한 애였다구요. 그 일이 있기전까지는. 그 애도 힘들거라구요. 그 애때문에 나두 미칠 것 같다구요.”

세상에, 세상에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나일곱살부터 내 얘를 혼자 키웠어요. 그 량심 없는 나그네는 돈 번다구 한국에 갔다가 다른 년하구 눈이 맞아 우리 모자를 버렸어두우리 얘는 그래도 반듯하게 컸어요. 숫기는 없어두 반듯하게 자랐다구요얘가 내게 어떤 앤데아이구머니이런 류망새끼들은 싹 다 감옥에 처넣어야 한다니까…”

녀인은 두손바닥을 쫙 펴들고 얼굴을 가리웠다. 어깨가 물결치듯 오르내렸다. 정우는 오열하는 녀인을 멀거니 바라보더니 조용히 다가가 힘없이 그녀앞에 꿇어앉았다. 정우가 너무도 갑작스레 취한 거동이라 모두들 아연해졌다.

아빠!”

빈이도 소리치며 벌떡 일어섰다. 그 소리에 녀인이 얼굴을 가리웠던 손을 내리우고 정우를 바라보았다.

무릎은 왜 꿇어요.”

빈이가 한걸음에 다가가 정우의 팔을 잡아 일으키려고 했다.

놔둬라, 아빠를.”

아빠가 뭘 잘못했는데…”

잘못했지, 잘못하구말구네가 이 지경으로 됐으니…”

정우는 초점없는 눈길로 하염없이 천정을 쳐다보다가 후- 한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 내 잘못입니다. 저 애 네살에 애 엄마와 리혼하고 저 애 하나 잘 키워보겠다구 내 별 일 다 해보았습니다. 그러다 이곳에서는 아무래도 애 대학공부 시킬 돈도 벌겄 같지 못해서 애 아홉살에 저 애를 할머니에게 맡겨놓구 한국에 나가게 되였지요. 남자애니까 할머니가 밥만 제대로 해먹이면 알아서 건강하게 잘 클것이라 믿었지요. 평소 전화해서 저 애 공부 어떠냐고 물어보면 저 애 할머니는 늘 ‘수수하다’ 하고 말했지요. 그래서 난 시름놓았단 말입니다. 대부분 애들이 수수하잖아요, 진짜 공부 잘하는 애들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학교도 꼬박꼬박 다니구 어른들 보면 인사도 착하게 잘하구그런다해서 시름을 놓았지요그런데그런데그만 이번 학기 학교에 가서 첫날에 일이 생겼다지 뭡니까그래서 제가 한국의 일을 접어치우구 한달전에 이렇게 허둥지둥 달려왔지 뭡니까와 보니 우리 쟤는 이미

정우가 고통스럽게 두눈을 꼭 감았다.

세상에, 세상에이것들이 어시 마음을 어이 알고…”

녀인이 주먹으로 찔끔질끔 눈시울을 누르더니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이놈들아, 세상에, 세상에이 일을 어쩌면 좋아어시 치구 어느 누가 자식 비뚤어지는거 그저 보고만 있을가정신 좀 차려라, 이것들아. 이 철없는것들아.”

녀인이 빈이네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떨다가 아들애쪽에 머리를 돌리며 소리쳤다.

가자, 우리.”

녀인이 애 손목을 끌고 나가자 담당경찰이 정우를 보고 서류에 서명을 하게 하고는 빈이와 함께 돌아가라고 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우는 담당경찰을 향해 굽썩굽썩 허리를 굽혀보이고는 급히 파출소문을 빠져나왔다.

바람 한점 없는 날씨였다. 정우는 왠지 문을 나서자마자 숨이 컥컥 막히는 것 같았다. 빈이도 신경질적으로 하늘을 쳐다보면서 연신 옷섶을 흔들어대고있었다.

덮지?”

“……”

할머니가 날마다 우신다.”

왜요?
왜요라니? 할머니를 보더라도 다시 학교에 가야지.”

또 그 소리예요?”

아빠가 또 선생님을 찾아갔더랬다. 네가 언제라도 오면 받아주겠다고 했다. 우리 랠부터 책가방 척 메구 다시 학교에 다니자 응, 빈이야.”

정우가 빈의 팔소매를 부여잡았다. 빈이가 신경질적으로 정우쪽에 머리를 돌렸다.

네가 다시 학교에만 다니면 아빠 너 하고싶다는것은 다 해줄게제발 랠부터 학교에만 가자.”

정말이예요?”

그럼 정말이지.”

정우가 빈이의 손을 와락 잡아쥐며 머리를 끄덕였다. 빈이의 입가에 가는 실웃음이 건너갔다.

아빠 말한대로 하는거죠?”

그럼, 여부가 있겠니. 네가 학교에만 간다면…”

좋아요.”

그래, 랠부터 학교에 가는거지?”

.”

그렇지, 내 우리 빈이 이럴줄 알았어.”

핸드폰 사줘요.”

핸드폰?”

순간 정우의 얼굴이 굳어졌다. 빈이가 어떠냐는듯 정우의 얼굴을 판히 쳐다보고있었다.

너 핸드폰 잃어버렸니?”

아니요.”

그럼 왜?”

구닥다리 그런 핸드폰을 지금 누가 써요? 애플 6이 나왔어요. 안 비싸요. 8천원 푼하게 해요.”

“8천원 푼하다구? 학생이 무슨…”

알았어요, 그럼 관두구요.”

빈이가 더 말할 여지도 없다는듯 홱 몸을 돌렸다.

빈이야.”

정우가 급히 빈의 옷자락을 잡았다. 빈이가 홱 머리를 돌렸다.

좀 눅은것으로는 안 되겠니?”

.”

빈이가 랭소를 지으며 돌아섰다.

알았다, 빈이야. 사줄게, 사줄게 그걸.”

정우가 다시 빈이의 손을 잡아쥐였다.

진작 이렇게 나오시지.”

대신 래일은 꼭 학교에 가야 한다.”

가요, 백화에 가 사야 믿음직스러워요.”

그래, 백화로 가자. 그래야 믿음직스럽지. 그래, 괜찮은거야. 지금이라도 너 정신을 차렸으니아빠두 말했지? 학교에 가서 성적을 쑥쑥 높이 올리라는게 아니라 초중 졸업할 때까지 견지만 하라구. 그래서 초중졸업장을 타면 직업기술학교 같은데라도 들어가자구. 거기서 5년만 견지하면 너는 대학전문학교졸업생이 되는거다. 그때까서 공부를 좀더 하고싶으면 또 한 3년 노력해서 본과졸업증까지 타는거지뭐. 그럼 우리 빈이두 남 못지 않게 당당한 본과생이 되는거구…”

아빠.”

흥분에 들떠 열변을 토하고있는 정우에게 빈이가 꽥 소리질렀다.

, 왜 빈이야.”

참 징글징글하게 말두 많네요. 1절만 하면 안돼요?”

그래, 그래 알았다. 어서 가자. 백화루.”

정우는 빈이의 눈치를 힐끗 살피고는 앞장 서서 백화쪽을 향해 잰걸음을 놓았다.

날겄만 같았다. 10년 동안 앓아오던 체증이 단방에 싹 날려간듯싶었다.

(인젠 됐어, 이러면 되는거야. 우리 빈이가 학교에 간다지 않아? 이제 1년만 견지하여 초중졸업장만 타면 되는거야. 모로 가던 세로 가던 대학에 가면 되는거지. 대학졸업장은 가져야지. 그래야 앞으로 편하게 살수 있지. 쟤를 절대 나처럼 이렇게 살게 할수는 없지.”

빨리, 아빠.”

빈이의 급한 목소리 정우의 귀전을 때렸다.

.”

정우가 머리를 들어보니 어느새 백화문앞에 도착해있었다.

그래, 얼른 들어가자.”

정우가 빈이를 따라 들어가며 말했다.

사람들 참 많구나. 어디서 파는지 아니? 핸드폰을, 애플인지 하는 그… 8천원 푼하다는 핸드폰을…”

입 좀 다무쇼, 말 안해두 누가 아빠를 벙어리라 안 할검다.”

빈이가 정우를 찔 째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다, 허참자식, 알았다구.”

정우는 성가시다는듯 자기를 핀잔하는 빈이를 대견한듯 바라보면서 입을 다물었다.

빈이는 이미 정해놓은 목표라도 있는듯 종종걸음으로 애플전매점앞에 가 섰다.

어서 오세요.”

노르스름한 유님폼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얼굴색이 하얗고 덧이가 살짝 보이는 아가씨가 공손히 허리를 굽히며 정우네를 맞아주었다.

애풀이라 했던가? , 그렇지. 애플애플…”

아빠.”

, 빈이야.”

…”

알았다니까.”

정우는 입을 다물고 조용히 빈이 옆에 다가섰다. 빈이는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뚝 찍어 말했다.

애플 6, 은색으로 주세요.”

참 잘 골랐어요. 애플 6은 금색, 은색, 회색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은색이 제일 환영 받는 색이죠.”

얼른 주세요. 기계 성능은 문제 없겠죠?”

그럼요, 문제가 있으면 3년간 면비로 수리해드려요. 단 인위적인 파손이면 안되는거 알죠?”

아가씨가 살짝 웃으며 신용등록증을 떼주었다.

이러면 된거니? 빈이야.”

.”

뜯어보지 않아도 돼?”

애플 6이예요. 구멍가게의 싸구려 핸드폰인가 생각하세요?”

그럼됐구나.”

가요.”

빈이가 핸드폰을 넣은 작은 가방을 달랑 들고 몸을 돌렸다.

그래, 가야지. 얼른 집에 가서 책가방부터 정리해야지. 래일부터 가슴을 쭉 펴구 온갖 시름을 활활 털어버리구 학교에 다녀야지.”

아빠.”

? 그래얼른 집에 가자. 할머니가 얼마나 애타게 기다린다구. 너무 울어서 눈에 짓물이 다 나신다 하더라. 이번에 학교에 가면 어찌나 마음을 다잡구 열심히 공부해서…”

아빠, 끝이 없어요? 에잇, 성가셔. 안가요.”

? 빈이야.”

정우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빈이가 벌써 몸을 픽 돌려버린뒤였다.

빈이야, 너 어디루 가는거야?”

정우는 그제야 사태를 파악하고 빈이의 뒤를 쫓아나갔다. 허둥지둥 달리느라 연신 앞에 선 사람들과 부딪쳤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정우가 인파를 뚫고 백화상점문을 나서보니 빈이는 어느새 택시에 오르고있었다.

빈이야, 내려라. 내리라구. 너 래일부터 학교에 간다면서 그러냐?”

정우가 뛰여가며 빈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빈이가 앉은 택시는 어느새 부르릉 소리를 내며 자리를 떴다.

빈이야, 빈이야.”

정우는 끊임없이 소리치며 택시를 쫓아가다가 흠칫 발을 벗디디며 저만치에 나가 나무단 쓰러지듯 넘어지고말았다.

정우의 두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줄끊어진 구슬처럼 줄줄 흘러내렸다.

추천 (1) 선물 (0명)
IP: ♡.27.♡.212
SILK (♡.175.♡.223) - 2015/09/18 09:45:16

잘 보고갑니다.신선한 스토리네요.담집 기대하면서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동녘해 (♡.245.♡.35) - 2015/09/18 10:02:56

감사합니다. 열심히 써볼게요. 좋은 의견 주세요~

핑크빛바램 (♡.62.♡.116) - 2015/09/18 12:18:43

올만에 보는 동녘해님의 글이네요…잘보고 갑니다…담집 빨리 올려주세요.

동녘해 (♡.50.♡.217) - 2015/09/18 17:21:26

바램님~
담 집 어떻게 쓸가요? 고민중임다.
좋은 의견 부탁드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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