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아해가 강을 건너오(4)

동녘해 | 2015.09.19 15:02:33 댓글: 0 조회: 1317 추천: 0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2825127

4

엘레베터가 있는 고층 아빠트였다. 서진이네는 아빠트 7층에 산다고 했다. 작년에 서진이 부모가 돌아와 아빠트를 사서 장식까지 해놓고 다시 한국으로 나갔다고 했다. 하여 서진이 누나가 서진이와 함께 집을 지키고있는데 누나 역시 재작년에 초중을 중퇴하고 지금 거리의 어느 미용점에서 미용기술을 배우고있다는것이였다.

올봄에 한번 다녀왔더랬어요. 서진이가 그때도 련속 사흘이나 학교에 나오지 않구 련계는 딱히 할 방법이 없구 해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물어 찾아왔던거예요.”

담임선생이 정우와 영팔이의 뒤를 바싹 따라 걸으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영팔이가 성가시다는듯 담임선생의 얼굴을 째려보더니 혀끝으로 찔 침을 뱉으며 비아냥거렸다.

잘했네, 그때는 그래두 량심이 살아있었네…”

담임선생이 호- 하고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숙였다가 천천히 눈길을 영팔이에게 돌렸다. 워낙 큰 상까풀눈이 더 데꾼해진듯싶었는데 안에 맑은것이 가득 고여 반짝이고있었다. 목소리도 무시로 파르르 떨렸다.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빈이 큰아버지, 제가 이번에 정말 큰 죄를 지었습니다. 빈이에게두 빈이네 가족에게두 말입니다. 그래서 저두 지금 많이…”

담심선생이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만 잘근잘근 씹었다. 그러자 영팔이가 담임선생쪽으로 한발 다가서며 손을 휘둘렀다.

-, 그래서 인젠 어쩔셈임둥? 애 인생 완전히 망가뜨려놓구우리 빈이 초중도 졸업 못하구 사회에 나가 완전 외곬으로 내달으면 과연 어쩔 셈인가 말입꾸마. 미안하다믄 담둥? 애들을 막다른 골목에 밀어넣을 때는 왜 미안하다는 생각을 못해씀둥?”

죄송합니다. 정말 입이 열개라두 여쭐 말씀이 없습니다.”

그럴테지, - 그래야지…”

영팔이가 여부가 있느냐는듯 두손을 툭툭 털며 --” 하고 건가래를 뗐다.

영팔아.”

함께 걸음을 옮기던 정우가 듣다 못해 영팔이의 옆구리를 툭 치고 눈을 찔끔했다.

? 왜 그러는데?”

그만하라니까, 선생님이 난처해 하잖니.”

정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영팔이가 담임선생이 들으라는듯 일부러 목소리를 한 옥타브 높였다.

그래, 난처해야지. 무슨 장한 일을 했다구 둥둥 떠받들려 다닐 생각이였대?”

좀 그만하라니까선생님도 애쓰지 않니? 오늘도 이렇게 빈이를 찾겠다구 따라나서지 않았니?”

당연하지, 서진인지 하는 애네 집을 안다면서따라와야지. 따라와서 제가 내쫓은 애들이 지금 무슨 꼴을 하고있는지를 똑똑히 제 눈으로 봐야지. 안 그렇슴둥? 선생량반?”

영팔이가 다시한번 담임선생을 노려보며 혀끝으로 침을 찔 내쏘았다. 그러는 영팔이를 못 본듯 담임선생이 정우에게 말했다.

다왔어요, 3단원 7층이예요.”

, 그렇군요.”

정우가 잠간 걸음을 멈추고 아빠트를 쳐다보았다. 영팔이도 걸음을 멈추었다.

“7층이라지? 어디 보자, 저기, 저기 쟤쟤가 빈이 아니냐?”

손채양을 하고 아빠트를 쳐다보던 영팔이가 먼저 소리쳤다. 정우도 담임선생도 동시에 창문가에 서있는 빈이를 발견했다.

빈이야-”

정우가 갑자기 소리쳤다.

그 소리에 빈이도 정우네를 발견했던지 언뜰 창가에서 사라졌다.

빨리, 빨리…”

정우가 앞에서 뛰기 시작했다. 그뒤로 영팔이와 담임선생도 따라섰다.

그 시각, 서진이네 집에서도 란리가 일어났다.

야야, 빨리. 여기서 처()…”

빈이의 숨 넘어가는듯한 소리에 컴퓨터앞에 나란히 앉아 게임에 여념이 없던 서진이도 수영이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왜 그래?”

빈이가 급해서 연신 손짓을 해댔다.

적들이 온다. 적들이 온다구빨리, 빨리 처하자, 우리…”

뭐라는거야? 적이라니?”

아닌 밤중에 홍두깨 내밀듯 꼬리 대가리 없이 다그치는 빈이의 소리에 서진이가 손을 흔들며 다그쳐 물었다. 빈이가 발을 동동 구르며 더듬거렸다.

빠빠빨리. 오오오…‘오지독이 우리 아빠랑 아아아빠 친구랑 같이 오오오올라온다구.”

뭐야? ‘오지독이 왜?”

서진이도 수영이도 놀라 펄쩍 뛰였다. 애들속에서 진작 오지독으로 통하는 담심선생이였다. “오지독이라는 그 별명에는 담임선생의 몸집이 통통하다는 뜻도 담겨있었지만 평소 애들이 컥컥 숨이 막히게 통통 기막힌 말만 골라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 기차다 오지독여기까지 찾아오다니그게 왜 왔을가?”

서진이가 갑갑하다는듯 주먹으로제 가슴을 툭툭 쳤다.

낸들 아니? 싫으면 나 혼자라도 간다.”

빈이가 먼저 출입문께로 다가가며 소리쳤다.

잠간, 가도 함께 가야지.”

서진이가 뒤를 따르며 소리쳤다.

죽어두 같이 죽어야지.”

수영이도 뛰여오며 한술 떴다.

어떻게 알았을가? 우리 여기 있는걸.”

서진이가 신뒤축을 올리 추며 중얼거렸다.

울 아빠 오지독에게 전화했겠짐. ‘오지독’, 너네 집에 왔다 갔다면서.”

빈이네가 안전계단을 내려와 정원을 지나고있을 때 금방 엘레베터에서 내린 정우가 서진이네 출입문을 찾아 서성거리다가 우연히 눈길을 아빠트아래에 돌렸다. 순간 정우의 눈길이 빈이의 뒤통수를 잡았다.

늦었다, 우리 한발 늦었구나. 어쩌면 좋아어쩌면…”

정우가 절망적으로 소리쳤다. 영팔이가 창문에 붙어서서 머리를 밖으로 쑥 내밀었다. 영팔이의 눈에도 사라지는 빈이네 뒤모습이 안겨들었다.

이런 쌍…”

영팔이가 격하게 소리질렀다. 담임선생도 창가로 다가가 사라지는 빈이네 뒤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담임선생이 너무도 애타 발을 동동 굴렀다.

어쪄면 좋아요, 쟤들을쟤들을 어쩌면 좋아요.”

담임선생이 힘없이 주저앉아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쥐였다. 영팔의 눈길이 담임선생의 흐느끼는 어깨에 쏠렸다.

쇼를 하네, 쇼를 해요. 진짜 눈물이 나오는겜둥?”

담임선생이 흑흑 느끼며 울음섞인 목소리를 토했다.

쟤들을 어쩌면 좋아요, 쟤들이 어디로 가는걸가요? 죄송합니다.정말 죄송합니다. 그날은 그냥 급한 마음에 깊이 생각하지 못하구 애들에게 그런 말을 함부로 내뱉었습니다. 일이 이 지경으로 커질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랬겠지, 제 새끼들이 아니니까. 그 순간은 욕심이 배밖으로 밀밀 흘러나왔을테니까.”

그래요, 그때 제가 정말 욕심이 많았어요. 사실은 저도 너무 급해서 그랬어요. 학교에서 교원의 능력은 모두 학생들 성적으로 평가돼요. 한 학생이라도 고중에 더 보내면 그만큼 교원의 능력이 높게 평가되는거죠. 고중입학시험이 1년밖에 안 남았는데 아무리 내가 안달을 떨어도 학급의 평균성적은 좀처럼 올라가지 않구지난 학기말에도 우리 학급이 전 학년 여섯개 반에서 성적이 꼴찌였어요. 성적이 낮은 애들일수록 공부에 재미를 잃어가지구 더 열심히 하지 않아요지난 학기말에두 걔들 다섯을 따로 남겨 내가 개별보도를 했지만 걔들은 걔들대로 내 눈을 피해 게임만 했어요. 올해도 그 애들이 우리 학급 평균성적을 까먹을걸 생각하니 저도 그만 눈이 휙 돌았던가봐요. 죄송해요…”

,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 말은 있다더니참 나 원…”

영팔이가 코웃음을 치며 담임선생곁으로 한발 다가섰다.

그래서 공부 못하는 애들 싹 쫓아내구 내 우리 반 애들 몽땅 고중에 붙였소 하구 으시대보자는거였군…”

“……”

담임선생이 아무 대구도 못하자 영팔이가 더 흥분해서 담임선생에게 삿대질을 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공부를 못하든 잘하든 걔들에게도 9년의무교육은 시켜야지. 말로만 의무교육, 의무교육 하면 쓰나? 공부를 못한다구 그렇게 학교에서 쫓아내면 16살 먹은 애들이 어디 가서 무슨 일을 하라구? 내 어디 교육국에 찾아가 국장어른하구 도리를 따져볼가? 국장어른이 그렇게 하라구 시켰냐구 내 한번 물어볼가?”

“……”

담임선생의 어깨가 더욱 세차게 물결을 탔다. 옆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던 정우가 옆으로 한발 다가서며 영팔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만해라

그 바람에 영팔이가 정우쪽으로 머리를 홱 돌렸다. 왜 자기를 말리느냐 하는 눈치였다. 정우가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그만하라니까. 선생님이 잘못 했다잖니? 죄송하다구 하잖니?”

잘못했으면? 죄송하면? 빈이는 어쩔건데?”

아까 말씀했잖니? 명년에 졸업증은 꼭 준다구, 꼭 졸업증을 받을수 있게 노력하신다구.”

개뿔, 속도 없는 놈이그걸 믿니?”

안 믿으면? 안 믿으면 누구를 믿게? 나는 이 선생님밖에 아는 사람이 없는데 선생님을 안 믿으면 우리 빈이는 어떻게 할건데…”

!”

영팔이가 담임선생쪽에 머리를 돌렸다.

선생량반, 어디 다시한번 똑똑히 말해봅소. 1년 동안 학교에 나가지 않은 애에게 무슨 방법으로 졸업증을 만들어주는가? 그렇게 얄팍한 속임수에 순순히 속아 넘어갈것 같슴둥? 쟤는 어리숙 해서 속을지 모르지만 나는 아이꾸마. 자신 있슴 여기서 각서라두 씁소.”

너 왜 그러니? 정말…”

? 내가 틀렸니?”

선생님이 책임진다잖니?”

그래서 각서를 쓰라잖니? 해결? 해결은 개뿔…”

개뿔? 이 새끼가선생님이 내 새끼에게 초중졸업증을 만들어준다는데 어디 배가 아프니? 선생님이 책임진다는데…”

책임져? 저게 진짜 책임져? 어림도 없다구해라.”

? 어림도 없어? 이게 진짜…”

순간 정우의 주먹이 영팔의 얼굴로 날아올랐다.

-!”

영팔이가 두손을 쫙 펴서 얼굴을 감싸쥐였다.

어마나.”

담임선생이 새된 소리를 질렀다. 올롱하게 두눈을 치뜬 담심선생의 얼굴이 피기 한점 없는듯 해쓱하게 번져갔다.

이러지 마세요, 제발 이러지 마세요. 제가 이렇게 빌어요.”

담임선생이 풍덩 무릎을 꿇고 앉아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였다.

제가 빈이를 책임질게요. 어떻게 해서라두 빈이를 다시 교실에 데려다 앉힐게요. 제발 이러지 마세요…”

하지만 정우는 담임선생의 말을 듣는둥 마는둥 주먹을 당겨다 눈앞에 대고 연신 흔들며 소리쳤다.

영팔아, 영팔아…”

정우가 주먹을 내리워 자기의 가슴을 쿵쿵 때렸다.

(영팔이를 치다니? 내가 영팔이를 치다니? , ? 내가 왜 영팔이를 쳐? 제 일처럼 나서서 나를 돕자구 하는 저놈을 내가 왜 쳐?)

, -어꺽!”

순간 정우의 입에서 딸꾹질이 터져나왔다.

너 이새끼 미쳤구나.”

영팔이가 벌떡 일어나 정우쪽으로 한발 다가섰다.

여여영팔아. -어꺽, 꺽꺽, 코피꺼어-…”

정우가 애타서 발을 탕탕 굴렀다. 영팔이가 주먹으로 코밑을 쓱 닦아냈다. 검붉은 피가 손등을 적셨다.

젠장너 미쳤니? 병신, 팔부, 무골충 같은 놈너 같은 놈두 친구라구 내 이렇게 나서다니엿이나 처먹어라.”

영팔이가 한손으로 코구멍을 막고 다른 한손으로 정우를 향해 삿대질을 하다가 홱 몸을 돌렸다.

영팔아, 영팔아…”

관둬라, 관두라구. 끝이다 끝…”

영팔이가 머리를 뒤로 한껏 제치고 허둥지둥 엘레베터곁으로 다가갔다. 코구멍을 막은 손가락사이로 뻘건 피가 뚝뚝 떨어져 바닥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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