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아해가 강을 건너오(5)

동녘해 | 2015.09.20 08:12:09 댓글: 1 조회: 1588 추천: 1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2825746

5

호객소리가 요란했다. 조선어도 들리고 한어도 들렸다. 무장정 정우의 옷섶을 당겨대는 장사군도 있었다. 정우는 그러는 장사군들을 뿌리치며 매대우에 올려놓은 깨긋이 튀를 한 개들을 살펴나갔다.

개꾸마, 연변개꾸마. 쌀뜨물에 묵은 밥을 먹여 키운 알짜 연변개꾸마.”

그 소리에 정우는 잠간 걸음을 멈추고 특별히 연변개에 악센트를 주어 강조하는 그 장사군에게 눈길을 돌렸다. 장사군의 입귀가 귀에 걸리고있었다.

조선분 같으네. 삽소, 이게 진짜 연변개꾸마, 맛이 다릅지, 달라두 한참 다릅지.”

장사군이 개다리 한짝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입에서 침을 튕겼다. 정우는 매대앞에 한발 다가서서 장사군이 하는대로 개다리 한짝을 들어보며 입을 열었다.

몸보신에 좋겠습지? 개고기가…”

정우가 아직 말끝도 채 맺지 못했는데 장사군이 썩뚝 정우의 말을 잘랐다.

여부가 있씀둥? 속담에두 개고기국물은 발등에 떨어져두 보약이라잼둥. 그러니 개다리 한짝만 먹으믄 피가 석동씩 개피는겝지. 개가리 하나 들구 갑소.”

정우는 장사군의 달변에 뭔가 빠진듯한 느낌을 받으면서도 일시 기분이 둥둥 떠서 선뜻 개다리 한짝을 주문했다. 장사군은 손가는대로 개다리 한짝을 들어 저울판에 올려놓으며 또 입술을 나불거렸다.

-- 그놈 먹음직스럽다. 여덟근 두냥이꾸마. 두냥은 까구 여덟근어치만 돈을 줍소. 오팔은 사십, 일팔은 팔 해서 사를 더하면 딱 120원입꾸마. 어쩌람둥? 도끼로 팍팍 찍어드리람둥?”

아 네…”

장사군은 대가리가 큼직한 도끼를 개다리에 대고 내리찍었다. 텅텅 도끼소리가 귀전을 때렸다.

관둬라, 관두라구…”

어제 영팔이가 자리를 뜨면서 내뱉은 마지막 말이 또 귀속을 파고 들면서 가슴이 알찌근해났다.

, 어제 내가 제 정신이 아니였나봐. 괜히 왜 영팔이를 치기는 쳐? 어제 그놈 피를 꽤 흘렸을거야. 개다리 한짝 배터지게 먹구 어제 흘린 피를 보충해게 해야지…”

정우가 이렇게 생각을 굴리고있을 때 장사군이 검은 비닐봉지에 넣은 잘 끊은 개다리를 넘겨주면서 말했다.

맛있게 드시구 또 오십소.”

그새 어머니가 집에서 큰 불수강 솥을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 펄펄 물을 끓이고있었다. 정우가 개고기가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어머니옆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여덟근 두냥이랍꾸마. 두냥은 까구 여덟근어치만 돈 물구 가져왔습꾸마. ‘연변개랍꾸마.”

어머니는 비닐봉지를 헤치고 봉지안에 들어있는 개다리를 들여다보다가 눈길을 정우에게 돌리며 물었다.

“ ‘연변개라구 했니?”

, 연변개라꾸마. ”

“'조선개'라는 말이겠지연변개가 뭐야? 우리 시골에서 살 때는 '조선개' 하면 우리 조선족들이 쌀뜨물에 묵은 밥을 먹여서 알뜰하게 키운 개로 알았는데.. 우리 '조선개'는 실로 맛이 달랐다고소하고 부드럽고 국도 뽀오야니 우러나고, 하기야 지금 어디 '조선개'가 있겠니…”

어머니가 말을 마치고는 절레절레 머리를 저었다. 정우도 어머니의 말에 동감이라는듯 머리를 흔들었다.

그러게요, 옛날 우리가 살던 마을에두 지금 숱한 한족사람들이 들어와서 쌀뜨물에 묵은 밥 먹여 알뜰하게 개 키울 사람도 없을거예요.”

어머니가 창고로 쓰는 칸에 들어가 큰 대야를 들고 나오며 중얼거렸다.

영팔이 걔 오늘 몸보신 좀 하겠다. 걔는 어제 왜 피를 흘렸다니? 삼복간에는 개고기 국물이 발등에 떨어져도 보약이 된다 했는데지금은 삼복이 지나긴 했지만.”

, 그렇습지.”

정우가 갑자기 무릎을 탁쳤다. 아까 시장에서 장사군이 개고기 국물이 발등에 떨어져도 보약이 된다.”고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뭔가 빠진듯한 느낌이였는데 앞에 삼복간이라는 시간이 없어서였던것이다.

허허허허허허…”

정우가 속없이 소리 내여 웃음을 터치자 어머니가 말했다.

보기 좋다, 그렇게 웃으니. 네가 한국에서 돌아와서는 웃는것을 처음 보는구나.”

어머니, 영팔이 걔 참 진국입지?”

정우가 어머니옆에 앉아 파를 다듬다가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 하지만 영팔이는 어머니에게도 그만치 친근하게 느껴지는 사람이였던지 어머니가 인차 응대했다.

, 진국이지그래. 그해 아마 우리 생산대에서 너와 동갑내기 남자애들이 여덟이 태여났을걸, 다 어디루 가구 지금 너와 련락이 있는건 그 애뿐이지? 걔두 담배공장에 들어갔으니 망정이지 아니믄 벌써 한국에 갔겠는데…”

어머니, 제가 어제 그만 걔 코피를 터쳐놓았습꾸마…”

정우가 뒤말을 얼버무리며 머리를 외로 탈았다. 목소리가 갈린듯싶었다. 어머니가 물을 담은 큰 대야에 개다리를 옮겨놓다말고 정우쪽으로 눈길을 돌리며 혀를 찼다.

저런 일이 있나, 쯧쯧쯧어쩌다가? 조심 좀 하지그랬니.”

정우가 어머니의 눈을 피하면서 한풀 꺾인 목소리로 말했다.

조심하지 않아서가 아니구 걔가 자꾸 우리 빈이네 선생님을 비꼬아주기에 참지 못하구 그만그 선생님을 그렇게 노엽혔다가 명년에 우리 빈이 졸업장 만들어주지 않겠다고 나누으면 우리 빈이 어떻게 함둥…”

어머니가 후- 함숨을 내쉬고는 또 혀를 찼다.

쯧쯧쯧그러게. 우리 빈이를 어떻게 하는 좋을가? 사람은 속에 먹물이 들어가야 쓰는데그 어린것을 어쩌면 좋겠니…”

어머니가 개고기를 손질하다말고 손등으로 눈굽을 찍었다. 그러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정우가 입을 열었다.

지금이라두 학교에 가 조용히 앉아만 있어두명년 이때면 졸업증 타가지구 고중은 아니지만 다른 직업학교에라도 갈수 있을텐데…”

어머니가 후- 한숨을 내쉬고 이렇게 동을 달았다.

그러게, 얘가 요즘은 통 집에두 안 들구걔 보구 자꾸 학교에 가라 그러지 말아라. 애가 그게 싫어서 집에 안 드는것 같은데이렇게 밖에서 돌다가 무슨 변이라두 당하면 그게 더 큰 랑패가 아니냐…”

정우가 애꿎게 쩝쩝 입을 다시다가 말했다.

그래두 16살밖에 안되는 애를 어찌 집에서 그저 놀게만 함둥? 지금 이 시점에 잡아 주지 않으면 애 일생 완전히 망치기 십상입구마…”

아무리 말해두 인젠 귀구멍이 막혔는데 걔가 들어주려나…”

어머니가 개고기를 주어 다른 소래에 옮겨 담으며 말했다.

국이 뽀야니 울어나겠네. 이렇게 씻기만 했는데두 물에 기름이 동동 뜨는것을 보니…”

영팔이, 걔 좋아할게꾸마.”

정우가 알뜰하게 다듬은 파를 소래에 담아 시렁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내가 뭘 좋아할거라구?”

옆에 있기라도 했던듯 영팔이가 손에 파란 비닐봉지를 들고 집안에 들어서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영팔이 너…”

영팔이가 어머니쪽에 허리를 굽히며 입을 열었다.

어머이, 무사하심둥?”

어머니가 두눈을 쪼프리고 영팔의 얼굴을 살피더니 입을 열었다.

그래왔구나. 정우 쟤 너를 먹인다구 아침부터 분주다사하다.”

, 어머이. 자주 와서 뵙지 못해 미안하꾸마.”

정우가 어머니를 향해 연신 허리를 굽석거리는 영팔의 어깨를 툭 쳤다.

웬 일이니? 내 이 고기를 앉쳐만 놓구 널 데리러 가려 했는데.”

개고기냄새가 나서 앉아 있을수 있어야지?”

괜한 소리를, 그게 어디라구 개고기냄새가 거기까지 풍겼겠니?”

순진하기는, 강역에 우리 삼촌 살잖니? 오늘아침에 첫 차루 내려왔단다. 송이버섯 팔러 오면서 이렇게 나를 맛보라구 둬근 가져온거다.”

뭐 송이버섯을?”

혼자 먹을수 있어야지. , 맞다. 내가 왜? 어마이, 얘 어제 날 코피 터치워 놓았습꾸마. 그런데두 내 무슨 이 놈이 곱다구…”

영팔이가 어머니를 향해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너스레를 떨어댔다.

개고기는 장작을 푹 서리워 천천히 끓여야 제맛인데…”

그렇습지? 어머이, 하지만 지금은 시내살림이라 가스불로 삶은것두 먹을만 합꾸마.”

그래두 천천히 때를 기다려야 하는건데, 때를그런데 무스게 그리두 급해서 쯧쯧쯧…”

어머니가 솥뚜껑을 닫고 일어나 주먹으로 허리를 툭툭 치고는 침실로 들어가며 눈굽을 찍었다.

영팔이가 불안한 눈길로 정우를 바라보며 낮게 물었다.

늘 저러셔?”

그렇지뭐. 우리 엄마 속이야 오죽하겠니? 7년이나 손등 씻어 먹인 놈인데…”

걔 어제밤에두…”

안 들어왔지. 들어올게면 그렇게 도망갔을가?”

어쨋든 집에는 들어와야 할텐데. 어린것이 이렇게 밖으로 돌다가…”

영팔이가 정우의 눈치를 살피며 뒤말을 얼버무렸다. 정우도 영팔이의 눈길을 피하며 잠간 머리를 숙였다.

가스레인지우에 올려놓은 큰 불수강솥에서 어느새 칙칙 김이 서려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정우가 오른손을 왼손바닥에 애꿎게 비벼댔다. 그러는 정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영팔이가 말을 이었다.

다리라도 부러뜨려 집에 앉혀 둘수두 없구. 또 집에 앉혀만 두면 뭘하겠니? 애가 우울증이라도 오면 그게 더 무섭지.”

정우가 멍하니 청정을 쳐다보다가 천천히 영팔이쪽으로 눈길을 돌리며 말했다.

참 답답하다. 일시에 길을 잃은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말이 명년에 졸업증을 타면 직업학교에라도 보낸다지만… 1년이나 밖에서 돈 애가 반주임이 정말 졸업증을 만들어준다 해도 순순히 직업기술학교에 가려구 할가꺼어-.”

정우의 입에서 또 불안하게 딸꾹질이 터져나왔다.

천천히 기다려보자. 걔가 어느날 맘 돌려 먹구 제길에 들어설지 아니? 밖에서 이 고생 저고생 다 하다가 그래두 공부해야겠구나 생각하구 돌아올지.”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니과연 그날이 올가?”

정우가 입속으로 중얼거리며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눌러 귀가에 가져다 댔다.

여전히 꺼져있다. 인젠 내 전화를 아예 안 받을 작정인것 같다.”

정우가 실망스러운 눈길로 영팔이를 바라보며 핸드폰을 호주머니에 집어넣으려고 했다. 그때 갑자기 정우의 핸드폰이 울었다.

, 꺽꺽.”

정우가 흠칫 놀라며 핸드폰액정에 눈길을 가져갔다.

빈이니?”

영팔이가 다잡아 물었다.

아니, 모르는 번호다.”

영팔이가 정우옆에 한발 다가서며 재촉했다.

빨리 받아라. 빨리.”

정우가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핸드폰에서 쒹쒹 하는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 정우는 그래도 한가닥 희망을 가지고 소리쳤다.

빈이지? 맞지? 웬 일이니?”

-!”

핸드폰에서 건가래를 떼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우는 당금 심장이 뛰쳐나올듯싶었다.

빈이야, 집에 들어오너라. 집에 와서 다른 일은 생각해보자.”

빈이 아버지 되시죠?”

핸드폰에서 끝내 대방의 목소리가 드려왔다.

, 맞습니다. 꺽꺽빈이, 내 아들 맞습니다. 네네뭐라구요? 빈이를 잡고있다구요? 무슨 일입니까? 네네네…”

정우의 얼굴이 사색이 되여갔다.

웬 일이니? 누구니? 뭐라니?”

영팔이가 소리쳤다. 정우가 핸드폰을 든 손을 맥없이 떨어뜨리며 오열했다.

우리 빈이 잡혀있단다. 도도꺽꺽 3만원을 가져와야 놔놔놔준단다. 꺼꺼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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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위60도 (♡.11.♡.175) - 2015/09/24 12:47:16

올만입니다. 동녘해님.독특한 소재를 쓰셨네요. 잘 보고 있으니 계속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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