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라인 | 2015.10.14 14:58:39 댓글: 1 조회: 1458 추천: 1
분류단편 https://life.moyiza.kr/mywriting/2851921





커피숍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민지는 습관적으로 긴 생머리를 매만졌다.

가을바람은 차가웠다.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들을 바라보며 8년전 그때도 이렇게 추웠는데, 하고 생각에 잠겼다.

8년이 흘렀다. 그를 가슴에 묻은지 8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 이젠 그녀도 32살에 접어들었다. 가슴 뜨겁게 사랑했던 추억도, 늘 아름다울 것 같았던 이야기들도 세월속에 묻혀버린 듯 그렇게 담담해졌다.

식어버린 커피잔을 매만지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8년이 지나도 가을바람은 여전히 차가운 것 같았다.

또각 또각.

복도에 울려퍼지는 힐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걸음걸이를 재촉했다.

딩동딩동.

급하게 울려대는 벨소리에 벌컥 문이 열리며 준수하게 생긴 남자가 문을 열었다. 그녀를 발견하고는 급히 옷매무시를 가다듬으며 남자는 인상을 찌푸렸다.

<<왜 왔어?>>

차가운 그의 목소리는 가슴을 후벼파듯 그녀의 마음을 알싸하게 했다.

<<보고 싶어서...안보면 얼굴을 잊어버릴 같아서...>>

떨리면서도 단호한 목소리에 남자는 고개를 숙이며 후~하고 긴 한숨을 쉬였다.

<<.>>

차거운 목소리로 민지를 밀어내며 문고리를 잡는 남자의 손을 가로챈채 그녀는 똑바로 남자의 눈을 응시했다.

<<안가.>>

단호한 그녀의 말에 남자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녀는 흰셔쯔 사이로 보이는 남자의 다부진 근육을 흘깃 흘겼다. 그리고는 오른쪽 발을 문틈사이로 쑥 내 밀었다.

도발적이게 뾰족한 구두가 들어오자 그녀의 허벅지가 바위처럼 버티고 서있는 남자의 두 다리 사이로 아스랗게 닿을 듯 멈췄다.

남자는 그제서야 잡았던 문고리를 놓았다.

그녀는 끔쩍하지 않는 남자를 안쪽으로 밀어넣고 문을 쾅 하고 닫아버렸다.

<<내가 다시 오지 말라고 했잖아. 이젠 놓으라고 했잖아.>>

남자 차분한 목소리로 애원했다.

<<아니... 난 못놔.>>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울먹였다.

방 안쪽에서 고양이의 칼칼한 숨소리같은 여자의 부름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야?>>

그녀의 물음에 남자는 인상을 구겼다.

<<네가 알바가 아니야.>>

남자의 말에도 그녀는 아랑곳 하지 않고 도발적이던 구두를 벗어던진채 방문을 열어제꼈다.

한차례의 뜨거운 사랑이 지난 흔적이 력력한, 여기저기 옷견지들이 널려있는 야한 방이였다.

고양이상의 여자는 놀랐는지 이불시트로 몸을 가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미안해. 잠간만 얘기하고 들어올게.>>

남자는 여자에게 난감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그녀의 손을 거칠게 잡아끌었다. 목석이듯 버티는 그녀를 독수리가 병아리 낚아채듯 남자는 거칠게 방안에서 끌어냈다.







<<나한테 왜 이러는데!>>

남자의 목소리가 웅웅 복도에 울려퍼졌다.

<<못잊겠다고! 8년이 지나도 난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고!>>

그녀의 목소리는 절규에 가까웠다.

<<민지야... 너도 이건 아니라는걸 잘 알잖아. 이건 아니잖아. 이러는게 너도, 나도 더 상처받는다는걸 잘 알고 있잖아... 민지야. 제발 놓아주라 이젠...>>

남자의 눈가에 눈물이 촉촉이 고였다.

털썩.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엉엉 소리내여 울고 싶었지만 울수가 없었다.

피멍이 든 듯 가슴속에 아픔이 가득차버려서 소리내 울면 바스라질 것 같았다.

<<민지야... 이젠 제발 찾아오지마. 너 때문에 나도 힘들다.>>

그녀는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남자의 말이 맞았다.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돌이킬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들어갈게. 민지야. 우리 다시 보지는 말자.>>

떨리면서도 다정한듯한 남자의 목소리에 주르륵 그녀의 눈물이 흘렀다.

.

닫히는 문소리에 그녀는 절망하듯 바닥에 엎드려버렸다.






첫사랑이였고 첫남자였고 첫아픔이였다.

그래서 그녀는 잊을수도 놓을수도 없었다.

버림 아닌 버림을 받은 느낌에 더욱더 집착에 가까운 악다구니를 쓰면서 8년이란 시간동안 사랑에 멍들어버렸다.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발걸음을 재촉했다.

뾰족한 구두는 산길을 오르기에 너무나도 불편했다.

그러나 그녀는 몇 번을 넘어지면서도 구두를 벗을념 하지 않았다.

그녀가 처음으로 교생실습을 갈 때 첫사랑이였던 그가 사준 구두였다.









조용한 산속에서 중얼거렸다
.

<<널 언제면 놓을수 있을가?>>

8년동안 답이 없었던 시린 사랑의 주인공은 무덤속에 있었다.

무덤의 주인은 <한지훈>이였다.






<<승훈씨. 그여자 누구야?>>

그녀를 집앞에 내팽개친후 남자의 심기도 불편했다. 담배를 꺼내 피우며 남자도 깊은 한숨을 내쉬였다. 그리고는 느릿느릿 대답했다.

<<골암으로 8년전 죽은... 내 쌍둥이 형의 여자친구.>>





추천 (1) 선물 (0명)
IP: ♡.161.♡.149
heesun (♡.90.♡.233) - 2015/10/14 15:18:05

맘이 아픈 글이네요....

22,943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보라
2006-08-09
33
63065
저문들녘바람처럼
2015-11-09
3
1957
저문들녘바람처럼
2015-11-08
2
2139
xingyu
2015-11-06
6
2463
weiminghu
2015-11-06
2
2906
저문들녘바람처럼
2015-11-06
2
2007
저문들녘바람처럼
2015-11-05
1
1952
저문들녘바람처럼
2015-11-04
1
2165
저문들녘바람처럼
2015-11-03
1
1994
이식으로
2015-11-02
2
2317
저문들녘바람처럼
2015-11-02
1
3302
All인
2015-11-01
12
4864
All인
2015-10-31
5
2872
사랑했나봐99
2015-10-30
10
5223
선녀와나후끈
2015-10-30
1
1706
저문들녘바람처럼
2015-10-30
1
4923
All인
2015-10-30
2
3330
사랑했나봐99
2015-10-29
4
3533
All인
2015-10-29
4
2806
사랑했나봐99
2015-10-28
3
3006
사랑했나봐99
2015-10-27
4
3570
All인
2015-10-27
6
3200
All인
2015-10-26
5
3044
사랑했나봐99
2015-10-25
4
3280
All인
2015-10-25
2
2791
All인
2015-10-24
6
3036
사랑했나봐99
2015-10-23
5
3102
사랑했나봐99
2015-10-22
7
3329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