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맘때 쯤, 윗 학년의 휴학중이던 여자애 한명이 복학하여 우리 반으로 편입되였고 마침 우리 방에 빈 침대가 하나 있었기에 우리 방으로 들어오게 되였다. 그 애가 정신이 좀 이상하단 소문을 들었다. 그래서 휴학하고 치료했다고 했었다. 반년정도 한방을 썻지만 이름이 머였던지 조차 기억이 안난다. 그만큼 우린 그한테 관심이 없었고 그도 자주 숙사를 비웠다. 어디 가서 자는지 우린 묻지도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 정이가 나한테 할말 있다고 한다.

나: 야~ 니 좀 그래지 말라. 난 니 할말 있다 할때마다 막 무섭다. 또 무슨 한심한 소리 하자구. 그냥 얘기해라.

정이: 아두 참~ 내 말 먼저 들어봐라. 저 새로 들어온 애 있잖아.

나: 웅~ 왜

정이: 아까 피임약을 들고 와서 나하고 머라는지 아니?

나: 머랬는데? 빨리 좀 얘기해라. 답답하다. 명 짜른건 니 말 듣다 숨 넘어가겠다.

정이: 자기 피임하기 위해 먹는게 아니라 다이어트 용으로 먹는단다. 난 물어도 안 봤는데…피임약 책상우에 올려 놓은거 우리 봤을가봐 그러는거 같다…근데 머 저녁마다 안 들어오는 애 그런 말을 넌 믿니?

나: 무슨 믿구말구 있니? 관심 없다. 다이어트를 하던 임신해 애를 낳던 어찌던.

정이: 글구 어제 나하고 십원 꿨다. 무슨 애가 십원도 없는지 참… 보기엔 멀쩡해 보이고 옷차림 봐선 가난해 보이지도 않는데… 그리고 걔 남자친구라는 애를 전번에 한번 우연하게 마주쳤는데 우리 학교에서 공부하는 애라더라. 근데 내 보기엔 전혀 우리 학교 학생같지가 않더라. 건달 같던데…

나: 넌 아는것도 참 많다 ㅋㅋ

그리고 이틀 뒤, 방에는 나만 있었고 웃학년 여자애가 짐을 끌고 피곤한 기색으로 들어왔다. 한참 앉아 멍을 때리던 그가 갑자기 나를 불러서 뒤돌아 봤다.

웃학년 애: 야~ 십원만 날 꿔줄수 있니?

나: (지갑을 꺼내면서) 웅~ 머하자구?

웃학년 애: 점심 먹어야 겠는데 돈이 없다.

나: 휴~ 넌 어째 십원도 없니?

웃학년 애: 남자친구한테 다 뺏겼다.

나: 머라구?

웃학년 애: 은행카드하고 비번 다 알려줬는데 어제 나랑 싸우고 카드 가지고 달아났다. 인젠 날 보기조차 싫단다. 연락도 안된다.

나:…

웃학년 애: 엄마가 농촌에서 고생해서 번 돈 날 가져다 준건데. 어제 금방 받은 돈이야… 그리고 그 나쁜 새끼 우리 밖에서 잡은 방까지 다 빼버려서 아까 쫓겨났어. 인젠 숙사에서 잘거야…

나: (머라 할지 몰라 침묵만 지키고 있었음)

웃학년 애: 너한테서 꾼 돈은 꼭 갚을게. 걱정하지 마.

나: (돈을 주며) 가 밥이나 먹어라.

난 그 돈은 받지 못할줄로 알았고 받을 생각도 안했다. 근데 이틀후 나한테 돈을 갚았다. 돈 어디서 났냐니까 남자친구랑 화해 했단다. 자기가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었고 그래서 남자친구가 돌아왔단다. 정말 어이상실 이라서 난 아무 말도 할수가 없었다.

그리고 한달도 안돼서 그는 또 휴학을 신청했고 방에서 나갔다. 진짜로 정신이 이상했던 건지 바보인건지 난 그때까지도 분간이 잘 않됐다. 그리고 그뒤로는 그의 소식을 더는 듣지 못했다. 우리 그 침대는 또 다시 비게 되였다. 그 침대는 그후에도 여러번 주인이 바뀌였지만 왠지 마법이 씌워진것처럼 누구도 오래 있지 못했고 비워져 있던 시간이 훨씬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