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크리스마스

xingyu | 2015.12.22 22:26:30 댓글: 3 조회: 2037 추천: 1
분류단편 https://life.moyiza.kr/mywriting/2937133
저는요, 가수 김창완보다 연기자 김창완이 더 좋습니다. ㅎㅎ 글구 구설수에 많이 올랐던 윤은혜. <커피프린스 1호점>에선 진짜 좋은 연기를 보여줬거든요... 아저씨를 김창완으로 여자는 윤은혜로 싫으시면 다른 맘에 드는 배역으로 바꾸셔도 되고 , ㅋㅋ 인물을 대입시키면 훨씬 재미있을거얘요.
연말인데 극장 못가시는 분들에게 소극장의 분위기라도 느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올해가 다 가기 전에 단막극형식의 글을 선보이게 되서 기쁘네요.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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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자니?

ㅡ아뇨.

ㅡ담배 피워도 될까?

(이미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고 있다. 가스난로를 사이에 두고 남녀가 앉아 있다. 난로불빛뿐.)

ㅡ저도 주세요... 그리구 아저씨는 담배를 그만 끊는게 좋겠어요. 꼭 페암환자같잖아요.

ㅡ그래. 난 페암환자 되서 무덤으로 들어갈테니 너나 끊어. 아직 앞날이 창창한데..

ㅡ창창하긴 개뿔. 여기서 쫓겨나면 당장 얼어죽게 생겼는데...

ㅡ말하는 싸가지하고는. 너 말하는 본새가 그 모양이니 남자가 없는 거야. 여자는 말야, 얼굴에 분도 좀 바르고 치마도 좀 짧게 입고 그래야 남자가 붙지.. 너같이 맨날 뿔어터진 라면처럼 부은 얼굴에 일년내내 츄리닝 바람이면 누가 쳐다나 보겠니.

ㅡ제가 뭐 술집 여잔가요? 치마를 짧게 입구 다니게...

ㅡ짧으면 다 술집여자냐? 자기 다리 짧은건 모르구.

ㅡ제가 왜 치마 안 입는지 아세요? 바로 아저씨같은 남자들이 싫어서 그래요... 눈을 게슴츠레 뜨고 속으로 침 질질 흘리며 별의별 상상 다 할거 아니얘요..

ㅡ모르는 소리 하지마. 우리가 쳐다 보지 않으면 그 짝에서 섭섭해할거다.

ㅡ근데 넌 알바 여러개 해서 돈 좀 모았을 것 같은데 시집갈라그래? 저기 사거리에 있는 <햇빛약국>인가 거기 약사가 맘에 들어? 없는 병두 만들어서 골방쥐처럼 드나드는거 내 다 봤다...

ㅡ시집은 무슨 얼어죽... 하우스에서 매달 사람 시켜서 꼬박꼬박 챙겨가는데 모일 돈이 어디 있어요...

ㅡ우라질! 그 놈 개버릇 못고친다. 너 언제까지 애비 노름빚만 갚아주구 살래? 차라리 이 곳을 떠나라. 병신은 시설에 처넣구... 그래 그게 좋겠다. 어차피 사람구실도 못하잖아. 멀쩡한 너라도 사람처럼 살아야지.

ㅡ지금 누구더러 병신이라는거얘요! 천사같은 아이얘요... 어제도 간식으로 쵸코파이를 두고 갔는데 알바 끝나고 오니까 저 먹으라고 주더라구요.

ㅡ그래? 이제 보니 그 놈이 아주 병신은 아닌가보다. 널 잡아두려구 그런 여우짓도 하는걸 보니..

ㅡ아저씨!

ㅡ그래그래, 알았어. 천사 데리구 오래오래 살어.




ㅡ자니?

ㅡ아뇨.

ㅡ그래. 이 상황에서 잠이 오면 이상한거지.

ㅡ아저씨 어디서 퀴퀴한 냄새 나지 않아요? 어릴 때 시골에서 할머니랑 같이 살 때 메주나 청국장 띄우던 냄새같기도 하고...

ㅡ메주는 무슨. 이 건물이 지물포 하던 허씨네 가게 아니냐. 그 놈 허씨 발꼬랑냄새가 아직 남아 있나보지. 맨날 발은 씻나 몰라. 발가락 사이사이 때 닦아내구 던져버린 양말이 어느

구석에서 썩구 있겠지뭐.

ㅡ아저씨 발냄새 아니얘요?

ㅡ아니. 난 발가락 양말 신은지 십년 넘었거든.

(신발을 벗고 양말을 내보이며 발가락을 꿈지럭거린다)

ㅡ허씨 아저씨가 건설업체한테서 돈 받구 동네사람들한테 도장 받으러 다녔다는데, 버스 한 대로 무료관광도 다녀왔다고 그러던데 사실이얘요?

ㅡ내 눈으로 보지 못해서 나야 모르지. 근데 허씨가 아마 젤 먼저 짐 싸들고 나갔지? 지물포 오래 했으니 돈도 좀 있을거구. 어디가도 굶어죽진 않을거야.. 빈대처럼 여기저기 잘 붙어서......




ㅡ자니?

ㅡ아뇨. 생각 좀 하구 있어요... 이제 철거반이 들이닥치면 포크레인 앞에 드러누울가.. 아님 포크레인 바가지에 매달릴까...

ㅡ야, 솔직히 그 집 그냥 버려두 되겠더라. 지하철역에서 신문지 덮구 자두 너네 집보다 따뜻하겠더라.

ㅡ그럼 아저씨가 지하철역으로 이사가지 그래요? 여긴 왜 왔나몰라... 참 아저씨한텐 구두방이 있지, 밀구 다니는 캠핑카! 안에 티비두 선풍기두 다 있잖아, 완전 고급지네.

ㅡ(실실 웃으며) 기집애, 꼴난 집두 집이라구 욱하는 것 좀 봐?

ㅡ(화가 난듯한 표정으로)씨, 기껏 생각해서 단무지랑 새로 포장해서 줬는데 .. 아, 후회된다.. 진짜!

ㅡ너 중국집 배달 할 때 그러냐? 이제 와서 말하는데 그 집 짜장면 어디 먹겠더냐? 다 너 짤릴가봐 내가 한 번이라도 더 시켜먹은거지.

ㅡ헐, 누가 들으면 진짠줄 알겠네... 와!

ㅡ짜장면 소리 하니까 배가 고프네... 근데 이 놈은 먹을거 배달해준다더니 왜 안 오는거야...

ㅡ아... 그 이상한 아저씨말이얘요?

ㅡ그런 소리 하지마. 그래두 의리있는 놈이야...

(핸드폰 진동소리... )

ㅡ아저씨 지금 문자 오는거 같은데요...

ㅡ배 많이 고픈 모양이구나, 나보다 귀가 밝으네...(웃으면서 핸드폰 확인 )

ㅡ오긴 왔는데 무슨 통신사에서 공짜폰을 준다네.. 미친 놈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다구. 한 때 공짜루 주겠다는 계집들두 많았는데 공짜가 아니더라구...(웃음) 그 때는 내가 잘 나갔었지...(쓴 웃음 )

ㅡ(화난 목소리)아저씨!

ㅡ엉? 오, 그래그래 내가 숫처녀 앞에서 못할 말을 했구나.

ㅡ(자리에서 일어날듯)아저씨!

ㅡ알았어.. 알았다구. 나 아직 귀 안 먹었어.




ㅡ자니?

ㅡ아.....뇨 (하품을 억지로 삼킨다)

ㅡ목소리 들으니 딱 졸린거 같구나. 옛날 얘기 해줄게. 나이 들어 나쁜 점은 잠은 줄어드는데 할 일은 없고 옛기억은 점점 뚜렷해지는데 들어줄 사람이 줄어든다는 거야.

난 어릴 때 판자촌에 살았어. 여름엔 덥고 겨울엔 겁나게 추웠지. 아버지가 실직하기 전엔 그래도 살만했지. 아버지가 공장에서 쫓겨나면서 모든게 달라지기 시작했어. 돈이 좀이라도 생기면 술 마시고 노름을 했지. 돈 따는 날은 기생집.. 나 어릴 때는 술집을 기생집이라 불렀어. 아주 허름한 술집에도 몸 파는 여자들이 있었지. 돈 잃는 날이면 엄마와 나한테 매질을 해댔어. 엄마는 소아마비로 다리를 심하게 절었는데 매 맞고 난 다음 날에도 머리에 국수를 이고 장사를 나갔지. 그 땐 모두가 어렵구 미국산밀가루로 먹구 살았는데 국수 먹는 집은 그나마 형편이 좋은 편이지.

한 번은 아버지가 여자를 집까지 데리고 와서 엄마더러 상을 차리라고 소리를 지르더라고. 속 없구 밸두 없는 엄마가 멸치 다시마 넣구 국물 우려서 국수 말아내오는 것을 보고 난 집을 뛰쳐 나왔지. 나한테는 대충 호박이나 집어넣고 소금으로 간을 한 수제비나 주면서말이야, 먹다 보면 푸레기죽이 되버리는 수제비. 그 뒤로 난 한 번도 집으로 찾아가지 않았어.

열두살짜리가 집을 나와 할 수 있는건 비럭질이나 소매치기나 아님 구두닦이였지. 아버지처럼 살지 않으려고 난 구두닦이를 선택했지. 해보니까 그것두 만만치 않더라. 그 때 구두닦이는 구역을 나눠서 했는데 머리 큰 애들은 나서기 뭣하니 뒤에서 구역관리나 하고 나같은 졸따구들이 나가서 일감을 물어왔지. 얼굴에 구두약 처바르고 길거리에서 동정심 유발하는 놈들도 있었는데 난 좀 달랐지. 미용실이나 이발관같은데서 청소도 도와주고 잔심부름도 해주며 일감을 꾸준히 얻어왔지. 그러다 내 밑에도 조무래기들이 붙자 나는 영화관이나 목욕탕같은 곳에서도 일감을 따냈지.

시간이 좀 지나자 사람들이 더는 길거리에서 구두를 닦지 않았어. 나도 구두닦이하기엔 머리가 커버렸구. 해서 난 그동안 모은 돈으로 나를 따르던 동생들을 데리고 술집을 차렸지. 장사는 아주 잘 됬어. 우리가 술집 여러개 늘리는 동안 여기저기서 술집들이 많이 생겨나더라구. 서로 경쟁이 되자 우리는 구두닦이 할 때처럼 다시 구역관리를 시작했지. 구두 닦을 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우린 서로 목숨을 걸고 싸웠다는거지. 싸움이 없는 날이면 우리는 술집에서 계집들 궁디나 두드리며 서로를 위로했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업계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떠돌았어. 나는 돈을 먹인 경찰한테서 미리 정보를 입수했지. 정부에서 교육시킬 놈이 없었는지 우리를 모조리 잡아다 교육대에 처넣는다는거야. 그래서 술집을 헐값으로 넘기고 동생들하고 잠수탔지.

ㅡ듣고 있어?

ㅡ아저씨 깡패였어요? 그럼 영화처럼 문신이랑 막 그려져 있는거 아녀요?

ㅡ있어. 그래서 내가 동네 목욕탕 안가잖아...

ㅡ씻기 싫어서 안간거겠죠.. 다 뻥이죠?(코웃음)

ㅡ정말이야, 보여줄가?

ㅡ어우, 싫어요! 근데 뭘 그렸어요?

ㅡ용.

ㅡ그럼 그 용도 이젠 늙었겠네요.

ㅡ오늘 아침 보니까 발톱이 축 늘어지긴 했더라.(웃음)

ㅡ너 조직사회에서 형님의 자리는 왜 있는지 알아?

ㅡ조직을 관리하려면 당연히 우두머리가 있어야겠죠.

ㅡ형님의 자리는 말야... 뺏으라고 있는거야. (알 수 없는 표정의 , 살짝 소름끼치는 웃음 )

ㅡ아저씨도 형님의 자리를 뺏었어요? 아님 뺐겼어요?

ㅡ뺏긴 누가 뺏어... 감히?

ㅡ내 스스로 내려놓은거지. 그것두 하찮은 계집 하나땜에... 별로 이쁘지도 않았어. 하도 사랑한다고 노래를 부르길래 나는 정말인줄 알았지. (웃음 ) 한동안 안보이다가 어느날 나타나서 울면서 내 아이를 가졌다는거야.. 왜 우냐고 물어보니까 본인 아이라고 믿지 않을가봐, 아이에게 확실한 미래가 보이지 않아 운대나 뭐래나. (또 웃음) 나는 애아빠가 되고 싶은 생각이 꼬물만큼도 없었지. 그런데 이 엿같은 세상에 태여나기로 작정하고 뱃속에서 꿈틀거리는거 보게 되니 마음이 약해지는거야. 아버지처럼 되기 싫어서 나는 또 결단을 내렸지. 한참 잘못된 결단이였지.

음지에 있던 사람은 말이야 어둠에 익숙해져서 갑자기 밝은 곳에 나오면 감각이 무뎌져. 바깥세상에 적응하기도 전에 나는 살인누명을 쓰고 감방으로 가게 됬지. 내 자리를 물려 받지 못한 한 녀석이 경찰이랑 짜고 지가 저지른 살인을 나한테 뒤집어씌운거지. 증거는 이미 조작되있었고 나는 감방에 가게 되있었지. 계집도 떠나고 사랑도 떠나고 모든게 다 떠나갔지. 그 녀석을 원망하지는 않아... 그동안 저지른 짓을 생각하면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이지.

내게 남은거라곤 한 달에 한 번씩 면회오는 그 놈밖에 없었지. 니가 말하던 이상한 아저씨... 쫓겨나면서 머리를 잘못 맞았나? 확실히 머리가 이상해지긴 했어. 아, 그리고 또 한 사람. 교도소 근처에 있는 수녀원에서 달마다 봉사를 오는데 거기 김마리라는 수녀도 있었지. 꺼먼 사내놈들만 욱실거리는 곳에서는 수녀 몸에서도 여자 냄새가 났단다. 꼭 소독약 냄새가 날거 같은데말야, (웃음) 나는 지난날들을 많이 참회한다며 김마리 수녀를 가까이 했지. 그녀에게 향긋한 샴푸냄새가 났거든. 그녀는 웃으며 원죄에 대해 말해주었지.

그날 나는 밤늦도록 뒤척이다가 김마리 수녀가 나의 원죄라는 결론을 내렸어. 나는 원죄를 찾으려고 열심히 참회했지. 15년이 지나 나는 모범수로 조기석방됬어. 그 수녀원에 찾아갔지. 김마리 수녀는 오래전에 독일에 있는 수녀원에 갔다더라고... 그래서 난 나의 원죄를 잊기로 했지. 원죄를 찾으러 독일로 갈 형편이 못 되서 말이야.

ㅡ자니?

ㅡ......

ㅡ그래. 많이 자둬라. 날이 밝으면 그리 편하지는 못할거야. 니가 드러눕던 매달리던 이 곳은 무너지게 되있어. 전에 술집 할 때 동생들이랑 철거용역두 했었거든...

(여자의 낡은 운동화를 보며)

ㅡ그리구 신발이 이게 뭐냐... 계집애가. 좋은 신발은 좋은 곳으로 안내해준다는데...

ㅡ크리스마스가 내일인가... 모레인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구두 한 컬레 만들어줄게. 교도소 있을 때 특기가 뭐냐고 물어보더라. 쌈질이라고 할 수는 없잖니..(웃음 )그래서 구두수선을 잘한다고 했지. 그랬더니 수제화 만드는 기술 가르쳐주더라. 구두로 시작해서 다시 구두로 돌아온 셈이지... 참 드라마틱하다. (웃음)

ㅡ당장 모레까지는 힘들구... 뭐 늦어두 괜찮겠지? 까짓거 인심 썼다. 니 병신동생꺼두 만들어주마... 어디 신구 나갈데두 없겠지만.

ㅡ어쨌든 메리크리스마스다.

추천 (1) 선물 (0명)
나는 죽을 때까지 흔들리는 어른아이다......
IP: ♡.159.♡.18
럭키7세븐 (♡.36.♡.92) - 2015/12/29 18:12:41

음.....

대화식소설 부춰

xingyu (♡.159.♡.18) - 2016/01/06 23:43:06

쎄쎄~ ㅎㅎ

똘망이 (♡.65.♡.242) - 2016/01/14 16:21:58

씽위는 언제나 뭘 끄적여도 감칠맛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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