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은행직원들 8---20억

weiminghu | 2016.06.13 10:01:46 댓글: 6 조회: 2284 추천: 4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3106235
이번 집은 좀 전업적인 이야기를 썼습니다. 통속적으로 쓰려고 노력은 했는데 알아보기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알아보기 힘든 분이 계시면 댓글 남겨주십시오~ 다음편 부터 쉽게 쓸게요.

헌영이가 H은행에 출근한지 세주일째다. 헌영이는 리중으로부터 부경리인 왕서한테서 자금관리부터 배우라는 지시를 받았다.

H은행의 자금관리란 간단히 소개하자면 삼천만을 초과하는 모든 자금거래를 자금재무부가 통제하는 것이였다. 이튿날 삼천만이 넘는 거래가 예상될 경우, 고객경리는 하루전에 자금재무부에 예보해야 한다. 자금재무부는 그 예보금액에 따라 자금계획을 짜고 이튿날 아침이 되면 총행에 자금의뢰를 하고 오후가 되면 청산에 필요한 자금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시 총행에 보내야 한다. 시스템은 다섯시에 닫는다고 하지만 총행은 돌발상황을 피면하기 위하여 4시전에 자금을 조달하도록 요구했다.

분행이 자금을 많이 남길수록 총행에서는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들었으므로 분행이 자금을 많이 남기지 못하도록 통제했다. 그러나 너무 적게 남기면 청산이 영향을 받았고 자금부족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 이건 절대 벌어져서는 안될 일이다. 2013816일의 光大证券乌龙指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면 透支가 얼마나 큰 영향을 가져오는지 알수 있을 것이다.

쉽게 얘기하자면 자금을 많이 남겨도 안되고 적게 남겨도 안된다. 하여 자금관리 인원은 자금동태를 수시로 파악하고 앞으로의 자금상황을 예측하고 자금을 안성맞춤하게 남겨야 했다.

모든 상황이 계획대로 돌아가고 예보한대로 돌아간다면 자금관리는 어려울게 없었다. 허나 사람이 하는 일은 오차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기업들의 자금계획은 변동이 많았고 예상했던대로 자금이 들어오지 않거나 나가지 않는 상황은 거의 매일같이 발생했다. 이런 변동들은 자금관리에 난이도를 증가해 주었다.

헌영이는 오후가 되면 바쁘다. 오전에는 자금이 부족해도 총행에 의뢰하면 인차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었기에 최악의 상황은 피면할 수 있었다. 오후에는 들어와야 할 자금이 안 들어오거나 나갈 자금이 안 나가면 일일이 고객경리들한테 연락하여 상황을 요해하고 계획을 조정해야 했고 수시로 돌발상황에 대처해야 했다. 특히 네시부터는 전쟁이다. 자금동태를 거의 일분에 한번씩 들여다 봐야 한다.

헌영이는 오늘은 유달리 자금진출이 빈번하게 느껴진다. 동업간의 자금이 끊임없이 들락날락 거리고 있다. 시장의 자금상황이 복잡한 모양이다.

시계를 들여다보니 벌써 오후 네시다. 자금을 총행에 조달해야 할 시간이다.

헌영: 자금을 조달할 시간이예요. 지금 60억이 들어와있는데 44억을 총행에 조달할가요?

왕서: 46억 보내고 14억 남겨. 요즘 자금 많이 남긴다고 총행에서 자꾸 머라 하잖아? 오늘은 좀 적게 남겨. 나중에 또 통보 당하지 말고. 글구 자금 많이 남기면 리중의 점수가 떨어진다는걸 몰라?

헌영: 오늘은 여느때보다 자금상황이 좀 복잡한 것 같아요. 안전을 고려해서 좀 더 남기는게 어때요?

웬지 모르게 더 남겨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헌영이다.

왕서: 아니야~ 14억이면 충분해. 한시간 밖에 안 남았는데 머 얼마나 더 쓰겠냐? 글구 나가기로 예보한 자금들은 이미 다 나갔잖아? 이제 더 쓸 일이 없어.

헌영: 그래도

왕서: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너 자금관리 한지 이재 며칠째야? 난 이미 삼년넘게 관리했어. 상황은 내가 더 잘 알고 판단해.

헌영은 내키지 않았으나 결정권이 없었기에 부경리인 왕서의 말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자금조달이 끝나고 4시 반. 그때부터 상황이 좀 이상했다. 자금이 자꾸 이상하게 빠져나간다. 예보하지 않은 동업거래처로 자금이 이미 5억이나 빠졌다. 헌영은 급히 왕서를 찾아갔다. 왕서는 핸드폰으로 열심히 게임중이다.

헌영: 상황이 이상해요. 예보하지 않은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어요.

왕서: ~ 얼마?

왕서는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헌영: 이미 5억 나갔어요.

왕서: 그래? 우리가 14억이나 남겼잖아. 아직 9억이나 남았는데 무슨 호들갑이야?

왕서는 머리도 쳐들지 않고 핸드폰에만 집중하고 있다.

헌영: 그래도 더 나가면 어떡해요?

왕서: 좀있다 다시 보자. 나 지금 보고서 써야 하니깐 바쁘다.

헌영: 총행에 자금의뢰를 할가요?

왕서: 아직 9억이나 있는데 머. 그냥 냅둬!

왕서는 귀찮다는 듯 헌영이를 쫓았다.

헌영: 허나

왕서: 괜찮다니까

헌영은 할 수 없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시계를 보니 445분이다. 다행이 자금이 더 빠져나가지는 않았다. 오히려 거의 6억쯤 들어와 있었다. 이제 십오분밖에 안 남았으니 십오분만 무사히 보내면 무사한거 였다.

4 50, 게임을 끝낸 왕서가 옆에 와서 들여다 보더니 득의양양해서 헌영이를 툭 친다.

왕서: 거봐~ 네 말처럼 더 조달했더라면 또 자금이 남아돌번 했잖아. 상황예측은 나만큼 잘하는 사람이 이 H은행에는 아직 없지. 하하하!

그러나 헌영이는 웬지 기분이 찝찝하다. 엄습해오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지금 문제가 생기면 오히려 더 돌이킬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시간엔 총행에 자금조달을 요청한다 해도 다섯시 전에 도착하지 못할게 뻔하다.

4 55, 자금이 또 10억이나 빠져나갔다. 5억도 안 남았다. 헌영이는 비명을 지르며 다급히 왕서를 불렀다. 식은 땀이 흐른다

헌영: 금방 또 10억이나 나갔어요!!! 5억도 안 남았단 말이예요! 어떡해요?

왕서가 달려온다. 4 57, 2억이 나간다.

왕서는 사색이 되였다. 미친듯이 전화번호를 눌러댄다.

왕서: ! 어느 미친 놈이야? 왜 보고도 하지 않고 이렇게 자금을 함부로 밖으로 내보내?

영업부 직원: ? 금방 또 3억 내보냈는데? 예보했다고 그러던데. 금융시장부 직원이.

왕서: 머라구? 3???

4 59, 3억이 청산되다가 시스템에 걸렸다. 잔액이 마이너스 삼천만이다. 왕서는 미친듯이 날뛰면서 영업부 직원에게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왕서: ! 이 미친 놈아! 제정신이야? 규정에 삼천만 이상은 꼭 우리한테 문의하고 내보내야 한다고 말했어 안 말했어? 너넨 말귀를 못알아 듣는거야 어디가 모자란거야? 이 상황 어떻게 책임질거야?

영업부 직원: (울먹이면서) 금융시장부에서 시간이 없다고 빨리 내보내 달라 해서요. 5분도 안 남았는데 문의하고 다시 조작하면 늦을게 뻔해서우린 금융시장부 말을 믿을수 밖에 없었어요.

왕서: 총 얼마를 내보낸거야?

영업부 직원: 4시반에 나간 자금까지 합쳐서 총 20억이예요.

왕서는 수화기를 탕하고 메치더니 허둥지둥 리중한테로 달려갔다. 왕서는 앞으로 들이닥칠 액운에 현기증이 이는것만 같았다.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헌영이도 따라 들어갔다.

리중: 왜 이래?

왕서: 총경리님~ 어떡해요? 사고가 터졌어요. ㅜㅜㅜ

왕서는 리중의 팔소매를 잡고 울기만 했다. 리중은 바짝 긴장했고 급히 다그친다.

리중: 먼 일이야? 빨리 말해.

왕서: 자금이 透支됐어요. 삼천만이 모자라서 지금 청산을 못하고 있어요

리중은 급히 시계를 들여다 본다. 다섯시가 넘었다. 왕서가 뒷말을 잇는다.

왕서: 저는 2억 더 남기자고 했는데 헌영이가 제 말을 안 듣고 2억 적게 남겼단 말이예요. 2억만 더 남겼더라면 透支는 막을수 있었는데ㅜㅜㅜ

헌영은 왕서가 그렇게 나올줄 몰랐고 두눈을 퀭하니 뜨고 왕서를 쳐다본다. 거기에 왕서가 덧붙인다.

왕서: 아까 4시 반에도 제가 불안해서 총행에 자금을 더 조달하라고 시켰는데 헌영이가 또 안했어요 ㅠㅠ 다 제 잘못이예요. 총경리님께서 저한테 헌영이를 책임지고 교육 시키라고 했는데 제가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했나 봐요 ㅠㅠ 행원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제 책임이예요. 헌영이한테 머라 하지 마세요. ㅜㅜ 제가 부덕해서 그런가봐요.

리중은 헌영이를 쏘아보다가 왕서한테 다그친다.

리중: 일단 자금조달을 총행에 부탁해. 금융시장부에도 당장 연락해서 다른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니가 직접 해! 다른 사람 시키지 말고. 시름이 놓여야 말이지! !

리중은 헌영이를 곁눈질 하면서 말을 이었다.

리중: 인민은행에서 우리를 가만놔두지 않겠구나 후~ 행장님과 부행장님이 모두 인민은행에 가서 잘못을 비는건 물론 잘못하면 벌금까지도

범이 제 흉 보면 온다고 때마침 인민은행에서 리중한테 전화를 걸어왔다.

인민은행: 당신네 H은행은 대체 머하는 짓이예요? 자금 삼천만이 없어서 透支를 만들어요? 대체 자금관리를 어떻게 하는거예요? 넉달전에 발생한 광따증권 사건을 벌써 잊었나 보죠? 두번째 광따증권이 되고 싶어요? 지금 당신네 H은행땜에 전국 시스템을 닫지 못하고 있어요. 알고 있기나 해요?

리중: ~ 정말로 죄송합니다. 저희쪽 실수입니다. 지금 당장 자금을 조달하겠습니다. 이십분만 주십시오. 페를 끼쳐드려 정말로 송구합니다.

인민은행: 이십분내에 무슨 수를 써서든 조달하세요. 더는 시간 못 줘요.

다섯시가 넘었는데 자금을 조달해 달라고 하니 총행 자금관리 직원은 대경실색했고 대체 어찌된 일인가고 꼬치꼬치 캐물었다. 왕서는 리중한테 했던 말을 다시 한번 곱씹었다. 새로 온 직원이 상황파악을 제대로 못해서 일을 그르쳤다고

지금 상황수습이 시급한 상황이라 헌영이는 자신을 위해 변명을 할 수가 없었다. 급한 불부터 꺼야 했던것이다.

다행이 총행에서는 인차 자금을 조달해 줬고 5 20분에 자금이 도착했다. 그러나 일은 이로써 끝이 나지 않는다.

인민은행에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인민은행: 상황은 수습됐다고 하나 당신들의 과오가 없어지는건 아니예요. 이 일이 얼마나 중대하고 위험한 일인지 당신네 H은행은 알고있는 것 같지 않군요. 지금 상세한 정황보고서를 작성해서 가져오세요. 행장이 직접 와야 합니다. 우린 퇴근하지 않고 기다릴겁니다.

십분 후, 진부행장이 조직한 긴급회의가 소집되였다. 진부행장은 반시간 내에 상세한 상황보고서를 작성하라고 리중한테 명했고 출장중인 행장대신에 자신과 신부행장이 인민은행에 다녀올 것 이라고 했다. 그외, 이 사건에 관련된 직원들은 일체 퇴근하지 말고 자신이 인민은행에서 다녀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두 부행장은 인민은행에서 호되게 꾸지람을 들었고 다시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거라는 맹세까지 하고 나왔다. 그들이 회사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아홉시가 거의 돼가고 있었다.

다시 회의가 소집되였다. 진부행장은 이번 사고가 발생한 주요원인을 설명하라고 했다. 책임을 묻고 내부절차를 개진하고 예방조치를 세우는 회의였다.

진부행장은 사건의 발단인 금융시장부 총경리인 위중부터 차례로 원인검토를 하라고 했다.

위중: 우린 원래부터 자금진출 계획을 자금재무부에 알려줄 의무가 없어요. 총행에서 다 심사한 동업업무인데 총행에서 원래 알아서 자금을 조달해줘야 하는거예요.

위중은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 잘못을 인정할 생각이 꼬물만큼도 없어보였다. 리중은 화가 치밀어 자리에서 튕겨 일어났다. 열변을 토한다.

리중: 머라구요? 자금을 총행에서 알아서 조달해 준다구요? 지금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릴 해요? 총행이 그렇게 한가해요? 분행의 업무를 왜 총행이 직접 자금을 조달해 줘요? 이때까지 신청하지 않고 보내준 자금이 일전도 없어요!

위중: 지금까지도 우린 자금계획을 예보한적이 없어요. 총행에 동업업무 계획을 물어보지 않은 자금재무부 탓이지 우린 책임이 없어요!

위중의 막무가내에 금융시장부 직원도 놀라고 있었다. 슬그머니 위중의 팔을 흔들었다. 낮은 소리로 귓가에 대고 속삭인다.

금융시장부 직원: 총경리님, 우리 지금까지 다 예보했어요

리중: 지금 생억지 부리겠단 거예요? 자금관리 규정을 위중은 보지도 않았나 보죠?당신들이 예보하지도 않은 업무를 우리가 어떻게 알아요? 있는지 없는지!

진부행장은 더는 듣지 못하겠다는 듯 책상을 탕 하고 내리쳤다.

진부행장: 그만 떠들어요. 부서 책임자라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책임감이 없어요? 남한테 과오를 들씌울 궁리만 하고 자신의 문제는 검토 안하고

회의결과, 주요과실이 금융시장부 직원한테 있었으나 자금재무부도 사전에 금융시장부의 자금동태를 똑똑히 파악하지 못하고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같이 처벌을 받게 되였다.

금융시장부의 자금상황을 예보하지 않은 직원과 금융시장부 총경리는 각각 오천원 벌금과 통보비평, 자금재무부의 리중과 헌영이는 각각 이천원의 벌금과 통보비평이라는 징계를 받기로 했다. 왕서만 처벌을 면했다.

회의가 끝나고 나니 열시가 다 되였다. 리중은 온 저녁, 헌영이한테 눈길도 주지 않았다. 헌영이는 머라 변명할 기회조차 없었다. 리중은 왕서한테 수고했다는 말을 남기고 퇴근했고 왕서도 따라 나갔다.

헌영이는 수심에 잠긴채 멍하니 멀어져가는 리중과 왕서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까지 집에 가지 않고 헌영이를 기다렸던 팡팡이는 성큼성큼 다가와서 헌영이의 팔을 툭 쳤다.

팡팡: ~ 집 가자.

헌영: ? 그래집 가야지.

그러나 헌영이는 일어날 념을 않고 자리에서 꼼짝 않고 있었다. 두눈은 초점을 잃은 채 팡팡이의 몸에 와 멎었다가 다시 땅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가랑가랑 맺혀있었다. 그러는 헌영이를 팡팡이는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팡팡: ~ 아직까지 밥을 안 먹었더니 눈앞이 막 새까매난다. 난 몸이 너무 허약해. 아직 살이 더 쪄야 하나봐~ ㅎㅎ 빨리 가 밥이나 먹자. 오늘은 내가 진짜 한턱 쏠게~

팡팡이는 헌영이를 데리고 한식집으로 갔다. 전골을 시킨다. 그랑데 영감보다도 더 린색한 팡팡이가 오늘은 진짜 큰 맘 먹고 사주는게 분명하다.

밥맛이 없다는 헌영이한테 자꾸 떠준다.

팡팡: 괜찮아~ 먹어. 먹어야 힘내고 싸우지 ㅎㅎ

밥을 다 먹고 난 뒤, 팡팡이는 헌영이를 데리고 과일가게로 왔다. 키위를 고른다. 그것도 생생하지 않은걸로만 골라서….

헌영: 무슨 키위를 그렇게 많이 사나? 키위 좋아해?

팡팡: 아니. 별로 안 좋아해.

헌영: 근데 왜 그렇게 많이 사는데?

팡팡: 암튼 이건 널 위한거니까 네가 돈 내. ㅋㅋ

헌영: 머 이런 다 썩어가는 키위를 가득 사고 날 위한거라고? 머야 대체?

팡팡: 너무 많이 알려고 하지 말라. 다친다~

헌영: ~ 신비스러운 척은. 알고싶지도 않다. ~

이튿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팡팡이는 왕서를 찾아갔다.

팡팡: 왕서오빠~ 저희 아빠가 직접 따서 말리운 차잎을 보내왔어요. 제가 한잔 따라드릴게요~ ㅎㅎ

팡팡이는 왼손으로 왕서의 찻잔을 들고 오른 손으로 슬쩍 왕서의 엉뎅이를 만지면서 눈을 찡긋하며 윙크를 날렸다. 왕서는 급작스레 닥친 도화운(桃花运)에 입이 헤벌쭉 해졌고 어쩔바를 몰랐다. 다음달에 결혼식이 정해져 있는 왕서였다. 그걸 알면서도 팡팡이가 이런다는건 아마 애인 노릇을 해주겠다는 거였다.

어느 남자가 자기 와이프한테만 충성을 한다더냐? 애인 하나 없이 어찌 성공한 남자라 할수 있겠는가? 좀 데리고 놀다가 차버리지머. 그래 사내불륜이라 해도 들키지 않으면 그만이야. 그래~ 괜찮아! 으음~ 가시나~ 내 예전부터 네가 나한테 마음 있는거 알아봤어. 날 보는 눈길에 갈망같은 것이 차있었지. 흐흐흐~ 그래 내가 오늘 저녁 품어줄게~ 팡팡이 저 가시나 뚱뚱해도 피부 하나는 끝내주잖아~ 그리고 저 볼륨있는 가슴~ 으흐흐~ 한손으로 다 잡지도 못할 것 같네. ㅎㅎㅎ 그리고 저 복숭아처럼 통통한 엉뎅이~ 오호호~ 지금 잡고싶다! 그래~ 오늘저녁은 너한테 기회를 준다! 이 오빠가~

왕서는 혼자 환상에 듬뿍 취해있었고 입가로는 침이 질질 흘러나오고 있었다.

팡팡: 왕서오빠~ 그럼 제가 지금 차 한잔 타다 드릴게요^^

왕서: 아니~ 그거 나절로 해도 되는데

왕서는 멀어져 가는 팡팡이의 엉뎅이를 바라보면서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점심때가 거의 다 되자 팡팡이는 또 왕서를 찾아왔다.

팡팡: 오빠~ 저 인터넷에서 물건을 착불로 좀 샀는데 지금 현금이 없네요. 돈 이백원 먼저 꿔주면 안될가요?

왕서: 그래그래~ 먼저 가져다 써.

돈 이백원이 아니라 이만원이라도 꿔주고 싶은 왕서다. 왕서는 급급히 뒷호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려고 했다. 그 순간, 지갑과 함께 새하얀 포장의 먼가가 땅에 떨어졌다.

팡팡: 어머! 이건 생리대 아니예요? 왕부경리님도 생리 하나봐요~ 아님 취향이 특이한건가? 호호호^^

팡팡이는 일부러 목청을 높였고 특히 생리대라는 세글자에 힘을 주어서 호들갑을 떨었다. 원래 점심 먹으러 가려고 준비했던 직원들은 큰 볼거리라도 생긴 듯 우르르 몰려들었다. 호기심과 비웃음이 교차된 얼굴로 왕서와 생리대를 번갈아 본다.

왕서는 얼굴이 지지벌개졌고 급기야 변명하기에 나섰다.

왕서: 이거! 이거 내거 아니야! 정말이야!!!

팡팡: 어머! 그럼 이게 왜 여기 있어요? 누가 왕부경리님 호주머니에 이걸 몰래 넣었단 말씀이신가요? 누가 그런 일을 벌이겠어요

왕서: ! 나도 몰라. 왜 나한테 있는지. 암튼 내거 아니야!!!

왕서는 무척이나 당황했고 자기것이 아니라고 극력 부인했다. 그러나 누구 하나 믿는 사람이 없었다. 직원들은 왕서를 별 이상한 취미를 가진 변태라고 수근수근거렸고 그렇게 안 봤는데 참 어이없다면서 도리머리를 저었다. 왕서는 억울했으나 자신의 청백함을 입증할 방법이 없었다.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가운데서도 사람들의 이상한 눈길과 삿대질은 계속되였다. 왕서는 먹는둥마는둥 저가락을 몇번 놀리다 자리로 돌아와 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왜 생리대가 자신의 호주머니에 들어가게 되였는지 이해가 안갔다. 생각할수록 착잡하고 울화가 치민 왕서는 팡팡이가 타다 준 차를 벌컥벌컥 들이키고 접이식침대에 (H은행 직원들은 점심에 취침하는 습관이 있었다) 벌러덩 드러누웠다.

오후 세시가 되자 갑자기 왕서가 비명을 지른다.

왕서: 아아아아악! 내 얼굴이 왜 이래???

다들 놀라 뛰여갔다. 왕서는 얼굴뿐 아니라 목과 팔도 벌겋게 퉁퉁 부어올라 있었고 눈마저 새빨갛게 충혈되여 있었다. 초초가 이마를 짚어보더니 열도 난다고 했다. 왕서는 자고 일어났을 때부터 온 몸이 가렵고 불편했다고 했다. 초초가 급히 120을 불렀고 왕서는 실려갔다.

한시간 후, 병원에 같이 따라간 초초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왕서는 키위 알러지가 있었는데 요즘엔 키위를 다치지도 않았는데 의사는 키위를 먹은게 틀림없다고 한다면서 먼가 좀 이상하다고 했다. 다행이 왕서는 별 탈이 없었고 의사는 사흘 입원해 있으라고 했다.

헌영이는 문득 어제 팡팡이가 키위를 가득 사던 생각이 났다. 그리고 헌영이를 위한 일이라던 말까지도다급히 팡팡이를 회사밖의 계단으로 불러냈다.

헌영: 설마 너 어제 산 키위를 왕서한테 먹인거야?

팡팡: ㅎㅎ 벌써 알아버렸네~

헌영: 이런!

갑자기 오전의 생리대 사건도 어쩌면 팡팡이와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친다.

헌영: 설마 오전에 그 생리대도 네가?

팡팡: ㅋㅋㅋㅋ 웅~ 속시원하지? 고맙다는 인사는 안해도 돼~ㅎㅎ

헌영이는 어이없고 황당하기만 했다.

헌영: ~ 너무 한거 아니야?

팡팡: 소인배는 원래 이런 식으로 대처하는거야. 너무 한거 없어. 어제 그 인간이 한 처사를 생각해봐! 이건 아무것도 아니지. 저 인간 예전부터 눈꼴 사나웠어. 능력도 없으면서 리중한테 아첨만 해대고 일은 다 남한테 시키고 공로는 자기가 취득하고 과실은 다 남한테 덮어씌우고. 전형적인 소인배야!

헌영: 그래도 알러지 있는데 그거 먹였다가 문제라도 생기면 어떡하냐?

팡팡: 괜찮아~ 너무 많이 타지는 않았어. 그냥 생명에 지장이 없으나 고생 사흘 정도 할 양으로 탔지 ㅋㅋㅋ

헌영: 그래도 들키기라도 하면 어쩌려구? 근데 어떻게 한거야 대체?

팡팡: 아침에 차를 타다 준단 명의로 와서 엉뎅이를 슬쩍 만지면서 생리대 넣어뒀지. 글구 차에 가만히 키위쥬스 넣고 ㅎㅎ. 걱정마! 누구도 못봤어~~~

헌영: ~ 내가 두손두발 다 들었다. 하여튼 넌 못말려. 아무튼간에 속은 좀 시원하다. 하하하하하!

두사람은 서로를 마주보며 호탕하게 웃었다.

추천 (4) 선물 (0명)
IP: ♡.160.♡.134
xdh1314 (♡.250.♡.72) - 2016/06/13 10:43:07

다음집 기대 할께요

weiminghu (♡.160.♡.134) - 2016/06/14 09:58:54

고마워요^^ 계속 기대해 주세요~~~

AD까이나2 (♡.62.♡.108) - 2016/06/13 20:03:49

잘한건 내덕. 못 한건 남탓.
못된인간 같으니
쌤통 이네요 ㅎ ㅎ ㅎ

명절잘 보내셧나요?

글이재밋어서.늦게 올렷어도 추천하고 갑니다 ㅋ ㅋ

weiminghu (♡.160.♡.134) - 2016/06/14 09:34:32

네~ 저는 단오 잘 보냈어요^^ AD까이나2 님은요?
저도 출근을 해야 하기에 글은 주로 저녁에 밤 새며 쓰는거예요. 좀 늦게 올려도 양해해 주십시오 ^^ 다음편은 내일 오전에 올려드리겠습니다.

cnmir (♡.22.♡.244) - 2016/06/30 11:49:24

쥔장은 은행에서 출근하나 봐요

weiminghu (♡.160.♡.134) - 2016/07/04 08:47:31

ㅋㅋㅋ 알리시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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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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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소
201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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