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건5

은소 | 2016.06.14 17:04:12 댓글: 3 조회: 3446 추천: 5
분류실화 https://life.moyiza.kr/mywriting/3107483

머리가 복잡하다.
매화랑 결혼까지는 생각해 왔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러운 임신에
훈이는 당황스러웠다.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먹고 회사에 나갔다.
회사에서도 온통 임신이라는 단어땜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나이가 33이지만 아빠가 된다는것에 대해 아직 진지하게 생각해본적이 없는 훈이다.

하루종일 전화기만 붙들고 있는 매화
혹시나 멧세지 보냈을가
다시 또 확인하는 매화

역시 아무것도 없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사무실이란것도 잊은채 눈물은 계속 나온다.
<매화씨 안녕하세요.>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소스라쳐 놀라며 머리를 돌렸다.
현과장이 싱글벙글 웃으며 지나간다.
황급히 머리를 돌려 눈물을 닦고
머리만 까닥인사하고 화장실로 가서 세수를 했다.

29 빠른나이도 아닌데 처음 가진 아기인데.
아기에 대한 집착보다
앞날이 더 걱정된다.

티비나 드라마에서 보면
여자가 임신하면 남친이나 남편이 그렇게 좋아하더니
거짓말 이구나
가끔씩 또 티비에서 보면
임신한 여자들은 낙태를 18층 지옥에 내려가는것 보다
더 나쁘게 생각하더만

자신이 이런일에 닥쳐보니
처음 생각이 뱃속 아기보다
자신의 앞날을 먼저 생각해
지우고 헤어져버릴가?
아님 그냥 참고 날가?
혼자 키울 능력은 않되겠지?
등등 천만가지의 해결??방법 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금방 자신의 뱃속에 생긴 새 생명인데
그 새생명이 찾아온 기쁨은 커녕
새생명을 몸에 자라난 부담스런 종양으로 생각하는
자신이 너무 저질스럽고 싫어진다.

나 왜 이렇게 나쁜사람일가?
이래서 훈이가 날 점점 멀리 하는걸가?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처음으로 조퇴했다.
집에 도착한 매화는 훈이를 기다렸다.
오후 7시정도 되니 훈이가 손에 키위한밖스를 들고 들어선다.
피곤해 보이는 얼굴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매화한테 <키위에 엽산이 많이 들어있어 임산부에게 좋대
밥은 내가 할게 누어서 쉬어>

매화는 눈물이 줄줄 쏟아진다.

훈이가 다가와서 안아 준다.
<미안해. 미안해. >

<이제 어떻게 해?>빨갛케 충혈된 눈으로 매화가 물어본다.
<어떻하긴 결혼해야지. 너희 부모 언제 중국들어와?>훈이가 물어본다.
<11월쯤....>
<그럼 그때 상견례하고 바로 식 올리자. 호텔이랑 지금부터 찾아도 늦진 않을거야.>
밥상에 앉은 매화는 살짝 웃어 보이고 밥을 먹기 시작한다.
훈이는 아직도 멍하니 앉아서 매화만 쳐다 본다.
정리가 되지않은 마음이 눈에 비친다.
밥 둬숫가락을 뜨던 매화가 머리를 숙인다.
눈물이 국그릇에 뚝뚝 떨어진다.
<내가 끝까지 책임질게.........>훈이가 평온한 목소리로 말을 한다.
헤어지잔 말보다 더 듣기 싫게 들려진다.

말없이 방으로 들어간 매화는 침대에 쪼크리고 누어서 생각에 잠겼다.
이상태로 애땜에 꼭 결혼 해야 할가?
수술이 아프진 않을가?

머리는 앞날이 뻔하니 헤어지라고 하지만
마음은 않된다고 하면서 붙잡는다.
최악의 상황으로 지울 것 까지 생각했다.

(뱃속에 작은 세포야 아직은 너한테 아무런
느낌도 감정도 없어
아마 내가 널 그대로 보내 버릴지도 몰라
나 원망 하지마
미안해
아직은 너가 찾아올 때가 아닌가바.)
이런 저런 잡생각과 혼잣말을 하면서 매화는 밤을 샛다.

이튿날 기분전환하려고 옷을 예쁘게 입고 화장도 살짝 했다.

그리고 회사에 갔다.

최대한 훈이와의 사이 뱃속 생명체에 대한 생각을 않하려고
매화는 밀린업무를 보고
전화 하고
메일 보내고
어느덧 배가 고파와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가 넘어간다.

<매화씨 밥먹으러 가요. 오늘 내가 살게요.우리 머 먹을가요?>
현과장이 또 싱글벙글 다가 온다.
<냉면 먹을가요?>
대답한 매화도 왜 갑짜기 냉면이지?평소에 썩 좋아도 않하던건데...
<냉면? 좋지요.저 골목끝에 맛있는 냉면집 있다던데 가요 거기.>
냉면이 올라오고 매화는 눈깜짝할 사이에 한사발을 마시듯이 먹어버렸다.
<매화씨 냉면 좋아하는구나~ 근데 여기 냉면 한국냉면이랑 좀 틀린데 맛은 좋네요.ㅎㅎㅎ
이런맛 첨 먹어봐요. 정말 맛있어요.>
머가 그리 좋은지 현과장은 잘도 웃는다.
냉명 차갑고 질겨서 거들더 보지도 않던 음식인데
뱃속의 생명체가 자기 먹고 싶은걸 찾는구나.....
이런 생각에 매화의 눈에서는 또 눈물이 흘러 내린다.
가슴이 아파온다.
(어떻게해 ~ 불쌍한것~
어제 까지만 해도 너에 대해 아무런 느낌
아무런 감정 없다고 말했는데
그렇게 생각 했는데
이 저며오는 가슴은 머지??
나 어떻게 해?
너 어떻게 할가?
우리 어쩌지??)

<죄송해요 저 먼저 들어갈게요. 과장님.>
매화는 우는 모습 보여주기 싫어서
급하게 일어났다.

업무를 끝내고 간단하게 짐을 꾸린후 모텔로 들어갔다.
며칠만이라도 혼자 지내면서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것 같았다.
<나 며칠 출장가...>라는 간단한 메모 남기고 ....

조용하고 깨끗한 모텔방에 누워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어김없이 배가 고파온다.
또 냉면이 먹고 싶다.
바로 가서냉면 한그릇을 먹고 냉면국물 한그릇 따로 시켜서 포장해왔다.

속이 더부룩 하다가도 이상하게 냉면만 먹으면 너무 편해 졌다.

근데 배가 고플때마다 머가 먹고 싶을 때마다 슬퍼졌다.

병원에가 검사하니 아직 태심이 않보는데 지금으로 보아 모든 칫수가 정상이여
아이가 건강 할거라고 했다.

그래 머 다른 사람들도 그냥 이렇게 살겠지.
훈이가 그래도 매일마다 문자는 보내줬잖아.
그래 다들 첨이라 당황해서 그럴거야.
맞어
그럴거야.

매화는 다시 집으로 들어가서 평소처럼 집청소 하고
빨래를 널고
샤워하고 팩을 얼굴에 붙히고 누웠다.
훈이가 퇴근 하고 들어온다.
매화를 보더니
몸은 괜찮아?
하고 물어온다.
<응.병원도 갔었어. 아직은 애기집이 작아서 태심이 보이지 않는데.
먹는것도 잘 먹고 다른사람들은 임신하면 입덧 한다던데
난 그런거 아직 않하네.
너무 빠른건지 아님 예가 착한아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어.
일주일뒤 다시 병원에 검진하러가
그때 같이 가자.>
다시 같이 살고 결혼까지 할거라고 다짐한 매화는
어떻게든 훈이를 잡아야 할것 같아서
일부러 아이를 계속 언급 하면서 말을 한다.
<그래 알았어 무슨요일 몇시에 검진 받어 나 회사에 미리 신청서 내야해서...
그래 같이 가자. >

며칠만에 보는 훈이가 갑자기 어른이 된듯한 느낌이다.
(맞어 그래 내가 사람을 잘못 봤을리 없어 훈이가 그렇게 책임감 없는 남자은 아니야
착한애였어. 맞어 나중에 착한 남편 좋은 아빠가 될거야. 매화야 힘들어도 힘내자.
모든게 다 잘 풀릴거야)

마음을 고치니 모든게 한결같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





추천 (5) 선물 (0명)
父不慈则子不孝;兄不友则弟不恭;夫不义则妇不顺也
IP: ♡.17.♡.47
코스모스Q (♡.221.♡.189) - 2016/06/14 17:38:57

잘 읽었어요 훈이가 아주 나쁜놈은 아니네요 ㅎㅎ 다음집도 빨리 올려주세요

(♡.82.♡.190) - 2016/06/18 04:43:23

추천 꾹 누르구 감!

스텐레스 (♡.4.♡.131) - 2016/07/01 10:00:17

껑씬 해주쇼~~~ 다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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