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은행직원들 13---썸

weiminghu | 2016.06.28 18:55:23 댓글: 10 조회: 2218 추천: 2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3116563

요며칠 팡팡이가 집에서 한 일이란 오후까지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밥 먹고 또 자고 한것밖에 없다. 유일하게 하나 더 한 일이라면 향자한테 지림이 사진을 보내달라고 조른것 뿐이다. 팡팡이는 이불을 뒤집어 쓴채로 향자한테 위챗을 보낸다.

팡팡: 향자야~ 울 지림이 지금 머해^^

향자: 일하지 머하겠냐!

향자의 대답은 쌀쌀맞다.

팡팡: 울 지림이 보고싶어~ 사진 한장 보내주면 안돼?^^

향자: 안된다!

팡팡: 보내줘용~~~ 울 이쁜 향자^^ 보내줄거지? ? 아앙~ 보내주세용^^ 앙앙~~~

팡팡이는 없는 애교까지 떨어대며 부산을 떤다.

향자: 이 가스나야! 몇번을 말했니? 자중하라고. 그 난리를 쳐놓고도 맨날 지림이 타령이야? 언제 가면 정신을 차리겠니!

며칠째 얼리고 닥치고 해봤지만 향자는 바늘도 안 들어간다. 우울했지만 별수가 없어서 또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웠다. 마당에서 돼지들이 밥 달라고 요란하게 꿀꿀대고 있다. 팡팡이는 바닥에 있던 아빠 신을 들어 돼지들한테 뿌렸다. 지림이를 보지 못한 화풀이를 애매한 돼지들한테 해대고 있었다. 돼지들이 깨깽 하면서 울었고 마당은 한결 더 복잡해졌다.

또다시 겨우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썰렁해난다. 눈을 떠보니 엄마가 팡팡이의 이불을 확 제낀채 풀썩 주저앉아 넉두리를 해대고 있다.

팡팡 엄마: 아이고~ 이년아! 이게 머야? 다 큰 년이 쭐떡 벗고 팬티만 걸치고 대낮에 집에서 낮잠이나 자고. 내가 너땜에 챙피새서 얼굴 들고 어디 나다니지 못하겠다. 내일 모레면 서른인 년이 이게 머야 글쎄

팡팡이는 소리를 꽥 질렀다.

팡팡: ! 엄마!!! 이불 주세요 좀! 왜 이래요!

팡팡 엄마: 이년아! 이게 인젠 며칠 째 드러누워 잠만 퍼자는거야? 회사는 대체 언제 갈거야?

팡팡: 갈 때 되면 갈거니까 이불 주세요 좀!

팡팡 엄마: 어휴~넌 누굴 닮아 이리도 게을러 빠진거야? 우리 집엔 이런 사람 없는데일어나 빨리 돼지먹이나 줘라. 돼지들이 꿀꿀거리는게 안 들리니? 돼지들이 배고파서 우리를 다 마스고 있다. 난 또 나가봐야겠다.

팡팡: ! 몰라요. 그잘난 돼지 좀 굶으면 어때요?

팡팡 엄마: 머라구??? 돼지가 너보단 낫다. 살 찌면 팔아먹기라도 하지. 니 살은 찌워서 머할거냐? 당장 일어나! 비자루로 엉덩이 치기전에!

팡팡이는 할수없이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주어입고 돼지먹이를 준비해서 나갔다. 뒤에 대고 엄마가 또 중얼거린다.

팡팡 엄마: 어이그~ 저 년을 어쩜 좋아. 쓸데없이 살만 비둥비둥 쪄가지고.. ㅉㅉ

팡팡이는 부아통이 터졌고 애매한 돼지만 때려댔다.

엄마는 또 일보러 나가셨고 팡팡이는 혼자만 남겨진 채 티비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다. 무료하기 그지없는 프로들밖에 없다. 하품만 연속 나간다. 그때였다. 딜링하는 위챗 알림소리가 들린다. <혹시 향자가 나의 진심에 감동돼서 지림이 사진을 찍어 보냈나?> 팡팡이는 지좋은 생각을 하면서 입이 헤벌쭉해서 핸드폰을 들여다 봤다.

향자가 아니라 정운이였다. 사진 한장을 보내왔다. 머지? 하면서 확대시켜 보니 돼지들 사진이다. <에이씨! 머야 오늘은? 왜 자꾸 돼지랑 엉키고.>

돼지를 보자 저도 모르게 화가 난 팡팡이는 쌀쌀하게 회답했다.

팡팡: 쓸데없이 못생긴 돼지사진은 왜 보내? 짜증나게.

정운: ㅋㅋ 돼지 너보다는 이쁘게 생겼는데^^

팡팡: 머라구? 너 뒤질래? 오늘은 왜 다들 날 돼지하고 비교하고 난리야!

정운: ㅋㅋㅋ 누가 또 널 돼지랑 비교했는데?

그때 다시 사진을 들여다 보던 팡팡이는 사진속의 돼지밥그릇이 아주 눈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팡팡이네 집 돼지밥그릇과 똑같은거였다.

팡팡: 이거 왜 우리집거랑 똑같지? 너 지금 어디야?

정운: ㅋㅋㅋ 바보! 이제야 알아봤구나. 지네 집 돼지도 못 알아보고. 문 열어봐^^

팡팡이는 다급히 문을 열었다. 정운이가 긴 다리를 돼지우리의 바자위에 걸터놓은 채 서있었다. 팡팡이를 보고 환하게 웃는다. 해빛을 반사한 그의 얼굴이 유난히 광채를 내뿜었다. 원래도 청수하게 잘 생긴 얼굴이지만 오늘따라 안경을 쓰니 지적인 매력까지 더해졌다. 훈남은 돼지우리 옆에 서도 이렇게 멋있어 보일수가 있구나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팡팡이는 넋을 놓은 채 한참동안 정운이를 바라봤다.

정운: 멀 그렇게 퀭해서 보냐? 이 오빠가 그렇게도 멋있나? ㅋㅋㅋ

팡팡: ! 여긴 어떻게 알고

정운: 너네 마을입구까지 와서 물어봤지. 너네 집이 어딘가고.

팡팡이를 보던 정운이가 갑자기 실실거리며 웃는다.

팡팡: 왜 웃어?

정운: 아니야~ 아무것도. 큭큭

돌아서다 문옆에 놓여진 거울을 본 팡팡이는 깜짝 놀랐다. 몰골이 말이 아니였다. 심천거리에서 떠돌아다니는 미친 거지아줌마 같았다. 팡팡이는 그제서야 자기가 사흘동안 씻지 않고 먹고자기만 한게 생각났다. 머리는 기름이 번져 떡이 됐고 눈에는 눈곱이 더덕더덕하고 몸에서도 퀴퀴한 냄새가 나는것 같았다.

팡팡: 아아악! 너 먼저 밖에 있어. 들어오지 마! 반시간만 기다려.

집안에 들어서려는 정운이를 밀어내고 문을 걸어잠궜다. 부리나케 화장실로 달려가 물을 틀었다. 태여나서 젤 빠른 속도로 씻은것 같다. 이십분만에 샤워하고 양치질하고 옷을 갈아입고 화장까지 하고 문을 열었다.

밖에서 돼지랑 놀던 정운이의 눈이 빛난다.

정운: 미운 오리새끼가 백조 됐네 ㅎㅎ

팡팡: 근데 왜 온거야? 연락도 없이.

정운: 너 보고싶어서.

팡팡이가 놀란듯 정운이를 바라본다.

정운: 이 말 듣고싶어 물은거지? ㅋㅋ

팡팡: ! 누가 그런 말 듣고 싶대. 난 울 지림이밖에 없어. !

정운: 그냥 심심해서 왔어. 집에서 별 할일도 없고. 넌 요새 머했어?

팡팡: ? 그냥 먹고 자고 ㅋㅋ

정운: 진짜 돼지는 집안에 있었구나. 마당에 있은게 아니고. ㅎㅎ

팡팡: 죽을래?

정운: 술 좀 사왔다. 같이 마시자.

정운이는 말하면서 들고 온 봉다리를 내려놓았다. 맥주 여러캔에 오징어며 땅콩이며 가득 들어있었다.

팡팡: 대낮부터 무슨 술이야? 안 마셔.

정운: 어쭈~ 이게 어디서 오리발이야? 전번에는 누가 대낮에 내 술 다 뺏어마셔?

팡팡: 그때는 그때구. ~ 글구 오라잖음 우리 엄마아빠 올 시간이다. 집에서 마시면 안 돼.

정운: ? 나는 니네 엄마아빠 만나면 안 돼?

팡팡: 니가 왜 울 엄마아빠 만나나? 글구 맨날 나보고 시집가라고 난리인데 니가 우리 집에 이렇게 와있으면 그런 사이인줄 알고 오해한다. 빨리 나가자.

정운: 오해하면 더욱 좋지머 ㅋㅋ

팡팡: 머라고?

정운: 그렇게 되면 내가 밑지는 셈 치고 받아줄게 ㅋㅋ

팡팡: 이게 어디서 헛소리야! 빨리 나가자!

팡팡이는 급급히 물건들을 챙기면서 정운이의 등을 떠밀었다. 두사람은 산을 따라 한참 오르다가 산중턱의 평평한 곳을 찾아 자리를 잡고 나란히 앉았다.

맥주캔을 짠하고 맞부딪혔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모든 번뇌와 고민들이 씻겨나간 듯 마음이 한결 개운해졌다. 두사람은 그 기운에 도취되여 잠잠하게 앉아있는다. 오랫동안 정적이 흐른다.

정운: ~ 계속 이렇게 생각없이 지냈으면 좋겠다. 너무 홀가분하고 행복하다.

정운이가 정적을 깨뜨리고 감탄했다.

팡팡: ㅎㅎ 나두~

팡팡이를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던 정운이의 손이 팡팡이의 얼굴께로 다가온다.

그때 눈치없는 팡팡이의 핸드폰이 울린다. 또 마귀아줌마 떵제다. 받기 싫었다. 그러나 전화는 집요하게 울어댄다. 팡팡이는 한참을 머뭇거리다 할수없이 받았다.

팡팡: 여보세요

떵제: !!! 너 머하는 짓이야? 쩍하면 핸드폰도 꺼놓고. 회사 그만두겠다는거야 머야?!

팡팡: 엄마가 좀 나아지면 갈게요.

떵제: 그놈의 엄마타령 언제까지 할래?! 우린 바빠 다 뒤지겠다. 당장 튀여와! 아님 너 내 손에 죽을줄 알아!

팡팡: ? 머라구요? 여보세요?

떵제: 당장 튀여 오라구!

팡팡: ? 머라구요? 여보세요? 우리 여기 산골이라 신호가 좀 안 좋아요. 머라는지 하나도 안 들려요. ? 머라구요?

떵제는 화가 나서 길길이 뛰였다.

떵제: !!!! 당장 구불어 오라는 말 안 들려?!

팡팡: ? 머라구요? 여보세요? 하나도 안들려요. 후에 제가 전화 드릴게요.

팡팡이는 툭 전화를 꺼버렸다.

정운: 크하하! 너 연기 죽이는구나. ? 하나도 안 들려? ㅋㅋㅋ

팡팡: 그잖으면 그 마귀아줌마 욕설과 협박이 끝이 없을거야. 이렇게라도 무마해야지. 이제 회사 가면 날 한절반 죽일거야 아마 ㅋㅋ 에라~ 모르겠다. 한번뿐인 인생 마시고 죽자!

팡팡이는 얏호 소리를 지르며 맥주를 한캔 더 땄다. 골탕 먹은 떵제가 펄펄 뛸 모습을 상상하니 기분이 저절로 좋아진다. 날아갈 듯 기뻤다. 주고받고 하는 사이 어느새 맥주 열캔이 다 거덜났다.

팡팡이는 기분이 알딸딸 해났고 눈앞이 아른거린다. 술기운 때문인지 정운이가 더 멋있어 보인다.

춥지? 하면서 정운이가 겉옷을 벗어서 걸쳐주었다. 갑자기 피곤이 몰려오면서 잠이 올것만 같았다.

정운: 졸리면 내 어깨에 기대서 좀 자.

팡팡: 싫어 ㅋㅋ 무슨 수작 부릴려구.

정운: ~ 안 잡아 먹는다. 걱정 마.

팡팡이는 잠시 정운이 어깨에 기댔다가 다시 눈을 떴다. 엄마아빠가 돌아와서 자신을 찾을것 같았다.

팡팡: 인젠 내려가자. 늦게 들어가면 아빠엄마 걱정하실거야. 글구 너네 집 가는 버스도 오라잖음 끊긴다. 빨리 가자.

정운이는 아쉬운 듯 느릿느릿 일어났다. 정운이가 일부러 늘쩡늘쩡 걷는 바람에 겨우 막차시간을 맞출수 있었다. 정류장까지 배웅하고 나서 집에 들어오니 고모가 와있었다.

고모: 왜 인제야 오니? 한참 기다렸다.

팡팡: 왜요?

고모는 엄마를 힐끗 보더니 말을 잇는다.

고모: 네가 왔다길래 내가 맞선자리 또 하나 알아놨어. 내일 점심에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이쁘게 꾸미고 나가라. 옛다. 이건 사진이다. 봐라~ 부리부리한게 잘 생겼지? 몸도 다부지고 ㅎㅎ

엄마도 덩달아 말을 붙였다.

팡팡 엄마: 그래그래~ 집에서 퍼져 잠이나 잘거면 선이라도 하나 더 보겠다. 내일 또 좋은 인연이 될지 누가 아니? **중학교의 체육선생이란다. 고모 이번에 아주 크게 애썼어. ㅎㅎ

팡팡이 엄마는 고마운 눈길로 고모를 보면서 말했다.

팡팡: 싫어요. 안 가요!

팡팡 엄마: 왜 안 가? 집에서 또 잠이나 처자려고? 선 안 볼거면 당장 심천 돌아가! 회사도 안 다니고 집에서 머하는 거야?

팡팡: 선 보기 싫다니깐요! ~ 정말!

팡팡 엄마: 선 안 볼거면 내일 짐 싸고 당장 심천 가! 그럼 보란 말 안할게. 집에 있을거면 선 무조건 봐야 한다. 들었니?

팡팡 아빠: 나도 아까 사진 봤는데 괜찮아 보인다. 글구 선생이라잖니. 괜찮을거 같다. 한번 가 만나봐라~

팡팡: 아빠까지 왜 이래요?!

팡팡이는 화가 나서 방에 들어가 문을 쾅 닫아버렸다.

추천 (2) 선물 (0명)
IP: ♡.160.♡.134
l2014l (♡.212.♡.24) - 2016/06/28 20:48:29

이번글은 일찍 올리셨네요.

수고하십니다. 덕분에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weiminghu (♡.160.♡.134) - 2016/07/04 08:54:08

고마워요^^ 담집은 요 이틀내로 올리겠습니다.

yiwu0630 (♡.113.♡.99) - 2016/06/29 08:15:45

잘 보고 갑니다 ㅎㅎㅎ 잼있게 쓰셨네요 ^^

weiminghu (♡.160.♡.134) - 2016/07/04 08:54:22

감사합니다^^

xdh1314 (♡.250.♡.72) - 2016/06/29 10:08:16

ㅋㅋㅋㅋ 저도 선 봐서 신랑 만낫는데 ~ 다음집 기대해요^^

weiminghu (♡.160.♡.134) - 2016/07/04 08:54:51

신랑이랑 쭉 예쁜 사랑 하시길 바랍니다^^

쑈쒸 (♡.175.♡.238) - 2016/06/29 15:32:20

잘 보고 갑니다

weiminghu (♡.160.♡.134) - 2016/07/04 08:58:31

계속 봐주세요^^

AD까이나2 (♡.62.♡.108) - 2016/07/05 19:03:32

우메. . .

읽기만하고 추천안해주고 갓네요 ㅋ ㅋ ㅋ

반성할게요 . . .

그렇다고 너무 오래 기다리게하시네요 ㅜㅜ

weiminghu (♡.160.♡.134) - 2016/07/05 19:08:15

죄송해요. 분기라 제가 요즘 좀 바쁘네요.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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