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은행직원들 15---배신

weiminghu | 2016.07.08 12:37:55 댓글: 12 조회: 2079 추천: 7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3122903

그날 저녁 집에 돌아온 팡팡이는 계속 정운이랑 키스하던 장면이 생각나서 온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리뒤척 저리뒤척 했다. 얼마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짜릿함이고 황홀함이였던가~

고등학교 2학년때 동학들이 자리를 비운 점심시간을 타서 교실 젤 뒷자리에서 금방 사귄 남자친구랑 도둑키스를 할때 느껴봤던 그 짜릿함 후로는 더는 이런 느낌을 받지 못했던 팡팡이였다. 어느덧 사색은 십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십년전의 무더운 여름날, 다들 머지 않아 닥쳐올 대학입시땜에 공부하느라 열을 올렸지만 팡팡이는 금방 시작한 첫사랑으로 인해 한창 들떠있었다. 그날따라 남자친구의 목젖이 자꾸만 섹시하게 꿈틀대며 자신을 유혹하는듯 하다. 팡팡이는 남들이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서 살짝 만져보았다. 갑작스런 손놀림에 남자친구는 놀란듯 팡팡이를 돌아보더니 이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다들 우르르 몰려나갔고 교실에는 팡팡이와 남자친구만 남게 되였다. 누구 먼저라 할것없이 다가온 두 입술이 부딪쳐지고 뜨거운 청춘의 열기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들킬것 같은 긴장감을 안고 하는 키스라 더욱 흥분했고 피가 거꾸로 흐르는것만 같았다. 한껏 달아오른 남자친구는 팡팡이의 몸을 미친듯이 더듬기 시작했고 팡팡이의 손 또한 담대하게 아래로 내려갔다.

허나 그 찰나, 교실문이 덜컹하고 열렸다. 밥을 삼키듯 먹는 동학 몇명이 십분도 안되는 사이 벌써 밥을 다 먹고 들어왔던 것이다. 두사람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고 동학들의 와우와우 하는 감탄소리가 교실을 메우기 시작했다.

거기까지 회상한 팡팡이는 혼자 얼굴을 붉혔다. 그날의 키스가 당금이라도 동학들이 문을 떼고 들어올것만 같은 아슬아슬함을 감내하고 하는 도둑키스라 흥분하고 짜릿했었다면 오늘의 정운이와의 키스는 천길나락으로 빠져들것만 같은 황홀함이였고 행복함이였다.

애써 전남친의 얼굴을 떠올려봤지만 자꾸만 정운이 얼굴만 떠오른다. 잠이 오지 않는다. 시계를 보니 벌써 두시다. 갑자기 정운이에게 문자를 보내고싶다는 충동이 인다. 위챗을 등록했다.

팡팡: 자니?

정운: 아직. 넌 안자고 머하냐?

팡팡: 그냥 잠이 안 와서. ㅠㅠ

정운: 이 오빠 보고싶어 잠이 안 오지? ㅋㅋ

팡팡: 아니. 지림이 보고싶어서.

정운: 그럼 그놈한테 연락해야지. 왜 나한테 연락하냐?

정운이가 삐진것 같다. 팡팡이는 우는 표정 몇개를 연속 보냈다. 답이 없다. 안달아난 팡팡이는 또 핸드폰을 두드려댄다.

팡팡: 삐졌어? ㅜㅜ

정운: 아니

팡팡: 근데 넌 왜 날 좋아하니? 내 어디가 좋아서?

물어보고도 자기절로 놀란다. 왜 그런 질문이 툭 튀여나왔는지 팡팡이 절로도 모르겠다. 아마 외모에 대한 자비감 때문이였으리라.

정운: 이것 봐라. 누가 내 널 좋아한대. 혼자 김칫국 마시고있었구만.

팡팡: 아님 됐다.

정운: 아냐~ 아까는 농담. 널 좋아해

팡팡: 어딜?

정운: ~ 못생겨서 좋아한다 ㅋㅋㅋ

팡팡: ! 그럼 더는 나랑 얘기하지 마.

정운: ~ 그런건 다 알려주면 잼없지. 몰라야 먼가 모호한 신비감이 생기는거 아니야. 그니까 알려고 하지 마라 ㅎㅎㅎ

그럭저럭 집에서 연속 이십여일을 딩굴다 떵제의 협박과 압력에 못 이겨 팡팡이는 다시 회사로 돌아오게 되였다. 그 사이 벤츠사건은 잠잠해졌고 벤츠주인도 더는 팡팡이를 잡으려고 애를 쓰지 않는것 같았다.

한편 향자는 경리와의 불륜이 들통나는 바람에 남자친구 한테까지 그 소문이 퍼져 남자친구와도 이별을 하게 되였고 올해 안으로 시집가라는 엄마의 핍박에 못 이겨 고향으로 돌아가 선을 보게 되였다.

고향에서 돌아온 향자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팡팡이가 관심조로 묻는다.

팡팡: 어디 아프나?

향자: 아니. 선을 봤다는게 어디 메주같은거 봐서괜히 시간 팔고 차비 팔며 갔다 왔잖아.

팡팡: ? 내가 선 본 사람보다도 더 형편없나?

향자: ~ 떡반죽을 마구 밟아놓고 거기다 밀걸레질 둬번 하고 고추가루를 골고루 뿌려놓은 것처럼 생겼더라.

팡팡: 하하하! 그건 무슨 비유야

향자: 암튼 그렇다는게다. 키도 나보다도 더 작고. 158이란다. 내 보기에는 155정도밖에 안돼 보이더라.

팡팡: 설마

향자: 진짜야. 피부색도 시커먼게흑인 비슷하더라.

팡팡: !

향자: 게다가 얼마나 웃기는지 아니? 우리 집에 온다고 선물을 챙겨왔단게 글쎄달랑 사과 3알을 빨간 주머니에 싸가지고 왔더라. 울 엄마 보고서는 기막혀서 아무 말도 안하더라. 무한대학 석사졸업이라 울 엄마가 큰 기대를 하고있었던거 같은데

팡팡: 됐다. 그만 생각해라. 더 좋은 남자 만나면 되지머.

그때 팡팡이의 전화벨이 울린다. 정운이다.

팡팡: 여보세요.

정운: 집에 있지?

팡팡: ~

정운: 내려오라. 집 앞이다.

팡팡: ? 네가 우리 집은 어찌 알고?

정운: ~ 여기 물이 좋구나. 쭉쭉빵빵한 아가씨들이 쫙 늘어서있네 ㅋㅋㅋ

팡팡: 너 어떻게 우리 집 알았냐구?

정운: 아 거참. 잔말 많다. 너 바보 아니야? 네가 아까 위챗 모멘트에 위치 올렸잖아.

팡팡이는 그제야 사진을 올리면서 위치를 나타낸게 생각났다.

정운: 빨리 내려오라. 일분안에 안 내려오면 쳐들어간다.

전화가 툭 하고 끊긴다.

향자: 누구야?

팡팡: 전번에 너랑 얘기했던 애.

향자: 그 기차에서 만났다던 정운이란 애?

팡팡: ~

향자: 머래? 나오래? 나도 같이 가면 안돼? 우울해 죽겠어. 같이 술 한잔 하고싶다.

팡팡: 그럼 같이 가자.

향자는 열심히 화장을 하고 옷을 죄다 꺼내놓고 이것저것 바꿔입어보기 시작했다. 반시간도 너머 지났다. 정운이가 자꾸 재촉해서야 둘은 문을 나섰다.

정운이를 본 향자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팡팡이한테 귀속말로 얘기한다. <정운이가 이렇게 멋있는 애였어? 일찍 말하지. 지림이하고 널 맞춰줄테니까 얘는 나한테 넘겨.>

팡팡이가 반응 할새도 없이 향자는 고맙다면서 팡팡이 어깨를 툭툭 치더니 인차 정운이한테 머리를 돌렸다.

향자: 어머~ 얘기 많이 들었어요. 이렇게 미남이실줄은 몰랐네요. 전 팡팡이랑 젤 친한 친구 향자라고 합니다.

맘에 드는 남자를 만났을 때마나 드러내는 그 특유의 코맹맹이 소리와 반달모양의 눈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정운: ~ . 전 정운이라고 합니다.

도를 넘는 열정에 정운이는 좀 당황한 듯 싶었다.

향자: 팡팡이가 늘 외우네요. 정운씨가 팡팡이를 친동생처럼 아껴준다고.

향자는 일부러 동생이라는 두 글자에 힘을 주어 말했다. 정운이가 어색한듯 머리를 긁적긁적인다.

간단한 인사가 끝나고 셋은 바들이 즐비한 欢乐海岸으로 향했다. 자리에 앉자부터 향자는 정운이한테 바짝 들러붙어 칭칭 감기기 시작했다. 팡팡이는 흡사 꽃뱀이 정운이한테 들러붙어 있는것처럼 보였다.

향자는 울적함과 스트레스를 날려버리자면서 자꾸만 술을 시키고 정운이에게 권한다. 양주 두병이 거덜나고 맥주도 여러병 마신 상태다.

바에서 나오자 마자 팡팡이는 정운이한테 취한것 같으니 집에 가라고 재촉했다.

정운: 그럼 너네는? 둘만 갈수 있어?

향자: 좀 무서울것 같은데요. 아유~ 집이 좀 멀어서

향자는 나약하고 가냘픈 척을 하며 코맹맹이 소리를 냈다.

정운: 내가 데려다 줄게. 가자.

정운이는 팡팡이 손을 잡으려고 했다. 그걸 본 향자가 취한척 비틀대면서 정운이 몸에 쓰러졌다. 그 바람에 정운이는 향자를 부축하느라 팡팡이 손을 잡지 못했다. 오는 내내 향자는 취한척 정운이 목을 그러안고 그의 품에 쓰러져있었다. 정운이는 불편한 듯 보였지만 취한 사람이라 냉정하게 내치지 못했다.

집아래까지 오자 향자가 깨여났고 집에 데려다 줬으니 커피라도 대접해야 한다면서 기어코 정운이한테 올라오라고 한다. 그 억지에 못 이겨 올라오니 커피는 안 내놓고 또 맥주만 가득 냉장고에서 꺼내온다.

팡팡이는 정운이한테 집에 빨리 돌아가라는 말을 남기고 방에 들어가 쓰러졌다. 주량이 두사람에 비해 좀 약한 편이였다.

이튿날 아침, 팡팡이는 잠결에 오줌이 너무 마려운것 같아 깨여났다. 방광이 터질것만 같았다. 급급히 문을 열어제끼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너무 급한 나머지 거실의 물건들에 신경 쓸새도 없었다.

볼일 다 보고 나오자마자 팡팡이는 눈앞의 광경에 기절할것만 같았다. 이리저리 뒹굴고 있는 맥주병들과 마른 안주들, 사척에 아무렇게나 내던져진 정운이와 향자의 옷들. 팬티에 휴지까지 널브러져 있었고 향자의 침대우에는 실 한오리 안 걸친 두 남여가 뒤엉켜 곤히 자고있었다.

아아악! 팡팡이는 저도 몰래 비명을 질렀다. 그 소리에 술 취해 쓰러졌던 정운이가 깨여났다.

팡팡: 난 아무것도 못봤어! 들어갈게!

팡팡이는 정운이가 머라기도 전에 후닥닥 방안으로 뛰여들어가 문을 잠궜다.

그제서야 정운이는 빠개지는 듯한 머리를 들고 일어났다. 벌거벗은 자신을 본 그는 깜짝 놀랐고 허겁지겁 기여일어나 바닥에 널브러져있는 옷들을 주어입었다.

향자는 아직도 자고있다. 옷을 다 입은 정운이는 팡팡이의 방문앞에 한참을 서서 문을 두드리려 했다가 다시 손을 내려놓았다. 이 상황을 머라 설명하면 좋단 말인가? 어떻게 말하던간에 다 핑게가 되고 말텐데난 인젠 어찌해야 하지? 정운이는 한없는 후회와 고통속에 모대기기 시작했다.

한편 문 안쪽의 팡팡이는 문을 잠그자마자 그채로 풀썩 내려앉았다. 가슴이 아파오기 시작했고 배신감이 들었다. 눈물이 두 볼을 타고 내려온다. 내가 왜 울지? 마음 별로 준 적이 없는데.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 사귄다고 한적도 없고난 지림이를 좋아한거 였는데 왜 내 마음이 이렇게 아프지? 왜왜왜?

울지 말자고 아무리 다짐해도 눈물이 샘솟듯 흘러나오고 가슴이 미여질것만 같았다. 팡팡이는 끝내 참지 못하고 오열하기 시작했다.

팡팡이의 울음소리를 들은 정운이는 너무 괴로웠지만 아무 말도 못하고 그대로 묵묵히 문을 나섰다.

댓글과 추천이 적네요. 저도 투정 좀 부립시다. 댓글 적게 달리고 추천 안하면 더는 안쓰겠다구요. ㅎㅎㅎ 농담입니다.

추천 (7) 선물 (0명)
IP: ♡.160.♡.134
동해원 (♡.205.♡.251) - 2016/07/08 13:00:19

술이문제네요. 술이ㅠ.
팡팡이 배신땜에 한동안 아프겟네요.

한회한회 열심히 보고잇습니다. 글솜씨에 탄복하면서 ㅎㅎ
추천도 누르고 갑니데이

weiminghu (♡.160.♡.134) - 2016/07/09 13:30:35

ㅎㅎ 고맙습니다. 계속 열심히 쓰겠습니다^^

AD까이나2 (♡.62.♡.108) - 2016/07/08 14:33:59

배신이란 제목에 맘이덜컹햇는데ㅜㅜ

역시나엿군요

우리향자씨 자작극으로 드러나면 좋을거같은데ㅋ ㅋ ㅋ

다음집 빨리보고싶어요

weiminghu (♡.160.♡.134) - 2016/07/09 13:31:37

저도 빨리 올리고 싶은데요. 지금 주말인데도 잔업중입니다 ㅜㅜ 좀 늦어져도 기다려주실거죠? ㅎㅎ

xdh1314 (♡.250.♡.72) - 2016/07/09 14:54:46

정운이 너무 쉽게 넘어갓네요~

술이 문제지만 정운이랑 인연이 아닌가봐요~

다음집 기대해요!

weiminghu (♡.160.♡.134) - 2016/07/14 20:15:56

그러게요. 님 말대로 인연이 아니였어요. 보너스 요구하셨던거 같은데 멀 드릴가요? ㅎㅎ

고민상담1 (♡.103.♡.50) - 2016/07/11 08:07:20

잼있습니다~ 담집 기대할게요~

weiminghu (♡.160.♡.134) - 2016/07/14 20:17:08

고마워요^^ 계속 재밌게 읽어주세요~~

에어리언 (♡.223.♡.204) - 2016/07/12 10:20:30

아침 9시부터 11시까지 단숨에 다 읽었습니다. 나는 2시간동안 상상놀이 하면서 잼있게 읽었지만 작가님은 이 글 쓰시느라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력을 담았을가요?ㅎㅎㅎ 팡팡 평범한 인간이라서 더욱 매력적이고 보기 좋와요^^

weiminghu (♡.160.♡.134) - 2016/07/14 20:20:00

아이고~제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님같은 독자분들이 계셔서 제가 이렇게 피곤한 줄 모르고 글을 씁니다. 샤워할 때도 생각하고 길을 걸을 때도 생각하고 어떻게 쓰면 더 좋을가 열심히 구상하고 있습니다. 그럼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 주시길 바랄게요. 꾸벅~

노가지다리 (♡.50.♡.92) - 2016/07/14 20:54:01

향자와 정운이 누워있는 장면 더 상세하게 표현하면 좋았을텐데..
나만 이런생각하나 ?
재미있게 잘봤습니다..추천과함게~~

weiminghu (♡.160.♡.134) - 2016/07/15 17:09:15

하하하! 노가지다리님 진짜 웃깁니다. 의견 고맙게 잘 받겠습니다. 앞으로 그런 부분들 있게 되면 상세하게 쓸게요. 님이 쓰고있는 소설도 제가 잘 보고있습니다.

22,943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보라
2006-08-09
33
63065
그대라는이유
2016-08-31
6
2793
달빛늑대
2016-08-30
16
5081
그대라는이유
2016-08-29
7
3209
달빛늑대
2016-08-29
8
5885
카사No바
2016-08-28
4
3912
weiminghu
2016-08-24
26
5458
이슬이누나
2016-08-23
1
1968
weiminghu
2016-08-23
17
4809
weiminghu
2016-08-21
16
4090
weiminghu
2016-08-17
21
5540
weiminghu
2016-08-16
17
4204
그대라는이유
2016-08-13
7
3294
weiminghu
2016-08-12
16
4619
그대라는이유
2016-08-12
6
3642
weiminghu
2016-08-11
15
4203
그대라는이유
2016-08-10
6
4489
은소
2016-08-10
5
2721
weiminghu
2016-08-09
17
4417
weiminghu
2016-08-07
20
5786
그대라는이유
2016-08-05
9
4997
토토로11
2016-08-05
4
2511
weiminghu
2016-08-05
16
3902
weiminghu
2016-08-04
18
5033
weiminghu
2016-08-01
12
4096
weiminghu
2016-07-31
10
2150
Blue07
2016-07-28
4
2602
일광보살
2016-07-27
2
1473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