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탐내도 될까? (39회)

죽으나사나 | 2024.03.14 17:27:48 댓글: 16 조회: 272 추천: 1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53876
너를 탐내도 될까? (39회) 그쪽… 누구예요? 
생각지 않은 준우의 질문에 은서는 말없이 전방을 주시하고 있는 준우에게 시선을 돌렸다.
왜 연락을 안 했냐니...
내가 어떻게 연락을 할까.
"기다렸어. 내가 하면 안 받을 거 같아서."
신호등에 걸리며 차는 서서히 멈추었고 준우의 얼굴이 은서에게로 향했다. 짙은 눈동자에는 진짜 저한테 연락을 안 한 은서에게 서운함만 가득했다.
신호가 바뀌었다. 준우는 다시 고개를 돌려 운전에 집중했다.
은서는 그런 준우한테 멈춘 채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네가 또 갑자기 도망을 가버릴 까봐 아까 널 찾으러 간 거야. 그러다 너한테 나쁜 짓을 하는 그 새끼를 보게 된 거고."
거친 말을 하며 김재중이 머릿속에 다시 떠오르자 준우가 다시 인상을 구겼다.
"그 새끼는 누구야? 왜 너한테 그러는 건데."
"손님이야. 억한 감정이 있나 봐."
"하..."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일이 생각보다 많이 위험하구나."
준우의 입에서 이들한테 풀어야 할 숙제 같은 얘기가 먼저 나왔다.
"꼭 그런 건 아니야. 저런 사람 되게 드물어."
은서가 부정했다. 좋은 사람도 분명 있다고.
은서를 힐끗 쳐다보고 다시 전방을 주시하는 준우는 더 말을 안 했다.
차는 조금 더 달리더니 은서네 집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틀어졌다. 
어디를 가나 은서가 의아해 할 때쯤 차는 병원 앞에 멈추었다.
"여긴 왜..."
"너 아까부터 배를 웅켜 잡고 있는 걸 봤어. 들어가서 수액이라도 맞자고."
그의 말이 맞긴 했다. 괜찮았다가 아팠다가를 반복하며 위는 말썽을 일으켰다.
"집에 약이 있어. 어제 이미 병원을 다녀갔던 거라..."
"여기서 잠깐 기다릴 수 있어? 저 앞에 주차하고 올게."
은서의 말이 안 들리는지 준우는 제 안전 벨트를 풀어 보닛을 빙 돌아 조수석에 문을 열었다. 집으로 그냥 가자고 얘기하려던 은서는 이미 문까지 열린 마당에 어쩔 수없이 준우가 내민 손을 잡고 차에서 내렸다. 금방 앞에 있는 벤치에까지 은서를 부축하고 나서야 주차하러 갔다.
왜 묻지 않는 거지. 
왜 이딴 일을 하냐고 물어야 하는 건데.
왜...
은서의 마음이 더 심란해져 갔다. 그래서 그런지 위는 더 아파지는 거 같았다.
"누....나?"
부스럭대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가까운 거리에서 저를 향해 불렀다.
주위에 저밖에 없는데 설마 나를 부르는 건가?
은서는 머리를 들어 그 사람이 누군지 확인을 했다. 어두운 밤이지만 병원 앞 벤치가 있는 이 자리는 병원 내부의 환한 불빛에 의해 많이도 밝았다.
처음 보는 얼굴에 은서는 멍하니 그 남자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 시선은 의문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 쪽... 누구예요?"
제 눈앞에 보인 그 얼굴을 보면서도 비현실적이라 여기게 되는 그 남자는 서울이었다.
하정이네 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정연이가 술을 잘 받는지 자꾸 권하기도 했고 입에 살짝 대기만 했던 하정과 달리 둘이서 많이도 마셨던지라 술은 금방 동이 났다. 편의점에 다녀온다고 하니 나오기 전 정연이가 한 부탁이 있었다. 자신들이 자주 가는 가게에 가서 똥집 구이를 포장해 오라고 했다. 하정은 뭘 그런 걸 다 시켜 먹냐며 못 들은 걸로 하라고 했지만 그렇게 먹고 싶다고 하는데 못 들은 척할 수가 없어서 포장을 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근데 벤치에 앉아 있는 이 여자는 왜 이렇게 누나와 닮은 거지? 아니, 거의 똑같다고 봐야 하나? 평소의 누나와는 화장 법, 옷차림이 다를 뿐인가. 얼굴은 똑같다.
집에서 편한 차림을 하고 있던 누나가 언제 이렇게 꾸미고 나와 있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자 저도 모르게 모르는 사람한테 누구냐고 묻는 실례를 범했다.
"죄송해요. 제가 아는 사람이랑 너무 닮아서요."
서울은 허리 굽혀 사죄를 했다. 
이렇게 닮은 사람은 처음 봐.
혼자 머리를 저으며 자리를 뜨려고 할 때,
그녀의 입에서 나지막한 음성이 흘러나와 서울의 귓가에 스며들었다.
"윤하정 지인인가봐요."
은지를 아는 사람이라는 건 그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고 바로 알았다. 
서울이가 그녀한테로 몸을 돌렸다.
"누나를 알아요?"
누나랑 똑 닮은 여자가 누나를 알기까지 한다? 무슨 상황이지? 누나한테 자매가 있었나? 그것도 쌍둥이 자매?
서울의 머릿속이 복잡했다.
"은서야. 들어가자."
어느새 주차를 마친 준우가 은서의 옆으로 다가왔다.
은서?
서울은 은서와 준우를 번갈아 보았다. 은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 속에서 명함장을 꺼내 서울이 앞으로 내밀었다.
"윤하정 한테는 저를 만났단 얘기 말아주세요. 궁금한 거 있으면 저한테 연락 주시고요."
서울은 벙한 표정으로 저한테 내민 명함장만 받아쥐었다.
은서는 머리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하고 준우의 부축임을 받으며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제야 손에 든 명함장에 시선을 두었다.
<K.
강은서 실장 010- 6779 -XXXX>
딱 그렇게 간단한 명함이었다.
***
"하정아."
술기운에 노곤해진 정연이가 가는 눈을 하고는 하정을 불렀다.
"어."
식탁 위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들을 치우면서 하정이 심드렁하게 답했다.
결국 지들끼리 어찌나 열심히 술을 마셔대는지.
제 집에 와서는 생각지 않은 둘이 쿵짝이 맞았다.
"너 지금 심술 났지?"
"내가 왜."
"이거 이거~ 제 연하 남이랑  술 좀 마셨다고 삐졌네."
"아니래두?"
제 혼자 다 아는 것처럼  머리를 끄덕이는 정연을 째려보며 오징어 몸통을 그녀의 입에 마구 쑤셔넣었다.
"서울은 그때나 지금이나 동생 같은 애야. 넌 그 머리에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연하 남은 그런 거 같지 않던데. 널 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단 말이지. 너희들 다시 만나고 진짜 아무 일도 없었어? 연하 남이 너한테 대시 같은 것도 없었고?"
딱 잘랐는데도 정연은 포기를 모르며 추궁을 해댔다.
[팀장 님을 좋아했어요. 쭉.]
​​
고백 있었고,
[나도 성병 같은 건 없는데.]
갑작스러운 입술 박치기도 있긴 했었지.
하정이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왜 이러지. 얼마 마시지도 않은 술기운이 올라올 리도 없고.
"으흠,"
빼꼼 열려있었던 현관문 사이로 일부러 내는 서울의 인기척이 들려왔다.
"문은 왜 열어놨어요?"
나갈 때 분명히 잘 닫았던 문이 열려 있길래 이들의 대화가 복도에 들려왔다.
"아, 더워서. 현관문 열어 놓으면 바람이 좀 더 들어오거든."
설마,
우리 얘기를 들은 건 아니겠지? 
뭐 별 대단한 얘기를 한 건 아니지만.
하정은 괜히 서울의 눈치를 살폈다.
​​
그 날  호텔에서의 일에 대해서는 서울하고 나눈 적이 없었다. 서울이도 갑자기 돌아가신 엄마 때문에 정신이 없었는지, 아니면 잊었는지 언급이 없었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괜히 그날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벌렁 댔다.
또 그때의 병이 도질 까봐 겁을 먹고 이상한 짓을 하려고 했다면 믿어 줄까. 
한심하다 하겠지.
"똥집 사왔어?"
"당연하죠."
하정이가 살펴본  서울은 금방 지들이 하는 얘기를 못 들은 듯  빙글 웃으며 포장 주머니에서 똥집 구이와 맥주들을 꺼냈다.
"맛있겠다~"
정연은 서울이가 포장 비닐을 뜯는 순간에도 침을 흘리며 눈을 못 떼었다.
"오정연, 너 술 너무 많이 마신 거 아니야? 그리고 너 똥집 안 먹잖아."
하정이 그녀의 이마를 짚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똥집을 보면 경기를 일으키던 정연이었는데.
"아. 나 이제 좋아해."
"언제부터?"
"저번에 이한 씨랑 같이 셋이서 술 마시던 날부터."
"어?"
포장 비닐이 벗겨진 똥집 구이를 정연의 앞에 밀어놓자 보기 좋게 냠 하고 한 입 무는 그녀를 보며 하정은 눈살을 찌푸렸다. 똥집이 징그러워서가  아니라 갑자기 안 먹던  똥집을 먹는 정연이 때문에. 그리고 이제 이 실장은 이한 씨라고 부르는 그 호칭도 어색했고.
"그날 이한 씨가 똥집 맛있다면서 직접 먹여줬었거든. 맛있더라고."
하,
한쪽 입꼬리만 씰룩 올리며 썩소를 날린  하정이가 그녀를 흘겨댔다.
"내가 그렇게 맛있다고 한 번만 먹어보라고 할 땐 치를 떨더니 남자 한 마디에 홀라당 넘어간 거야? 이 배신자야."
하정이 급기야 정연이 헤드락을 걸었다.
"아앗, 놔 줘. 잘못했어!"
정연은 급하게 조여오는 목에 식탁을 쾅쾅 내리치며 항복을 했다. 
그래도 마음에 안 드는지 하정은 한참이나 그녀의 목을 누르다 팔을 풀었다.
다투는 것 같아도 금세 깔깔 대는 분위기가 참 좋았다.
옅은 미소만 흘리던 서울은 그러는 그 둘을 번갈아 보다가 하정에게로 시선이 고정 되면서 웃음기를 접었다.
누나. 
누나랑 똑같게 생긴 그 여자는 대체 누구인가요?
얘기하지 말라고 해서,
누나한테 묻고 싶은데 참으려니 궁금해 죽겠어.
누나한테서 다른 자매가 있단 얘기는 들은 적이 없었던 터라,
머리는 복잡하기만 했다.
***
다음날,
서울은 술을 조금 더 마시다가 시간이 늦자 집에 돌아갔고 정연은 하정이네 집에서 잤다. 정연은 술을 많이 마시더니 세수와 양치만 하더니 그대로 꼬꾸라져 잠이 들었다.
하정은 요즘 알츠하이머 병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를 보는 중이었다. 한 번에 다 몰아볼 수도 있었지만 딱 한 편씩만 보고 있었다.
치매에 걸린 주인공 여자의 결말이 궁금하면서도 빨리 알고 싶지 않은 이유여서였다.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가 있는 그저 평범한 가정 주부였다. 그 병에 걸리기 전까지는 지극히 평범한 집안이었는데 자꾸 뭔가를 깜빡하는 횟수가 많아지던 여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건강 검진을 받다가 치매라는 진단을 받았다. 저는 지금까지 큰 변화가 없지만 드라마라서 그런지, 진단을 받자마자 여자는 증세가 많이 심각해졌다.
남편이랑 한 약속을 잊는 날도 있고 심지어 유치원에 있는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한다는 사실도 잊을 때가 있었다.
그래도 곁에는 사랑하는 남편과, 사랑스러운 아이가 있었고. 또 언제나 자기 편인 친정 부모님이 살아 계셨다.
부럽다.
저런 상황이라면, 
살고 싶다는 의지가 엄청 강하겠지?
주인공 여자는 증세가 심해지는데도 제 정신 일때는 지금의 나처럼 이리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못 찾은 채 허무한 나날들을 보내지는 않았다. 열심히 운동을 하고 매 순간을 노트에 필기도 하면서 이 무서운 병을 극복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약은 크루즈 선에서 딱 한 번 먹고 안 먹었다.
먹을 이유를 못 느껴서였다.
그 약을 어디에 두었더라...
차라리 그냥 버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자 거실 소파에 멍하니 앉아있던 하정은 정연이가 자고 있을 방으로 들어갔다.
"어? 깼어 벌써?"
주말 아침이기도 하고, 술도 많이 마신 정연이가 생각지 않게 침대에서 내려와 하정의 화장대 앞에 서있었다.
정연은 하정의 말에 움직임이 없었다.
"뭐야, 설마 서서 자는 거야?"
농담을 건네며 정연에게 다가간 하정이 그녀의 어깨를 툭 하고 건드렸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정연이가 머리를 천천히 들더니 커다란 눈으로 하정을 쳐다보았다. 아무런 생기가 없어보이는 그저 공허한 눈동자였다.
"왜 그래? 정연아."
하정은 그녀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다 시선을 아래로 천천히 떨구었다. 정확히 정연이 손에 들려있는 그것에.
그것을 들고있는 정연이 손이 마구 떨리고 있었다.
저건...
약국에서 받은 봉투 그대로의 치매 약이었다. 
오정연...
화장대 서랍 안에 넣어둔 약 봉투가 왜 네 손에 들려 있는 거니.
추천 (1) 선물 (0명)
IP: ♡.214.♡.18
나단비 (♡.252.♡.103) - 2024/03/14 17:53:31

은서를 하정이보다 주위사람이 먼저 만나게 됐네요.

죽으나사나 (♡.101.♡.179) - 2024/03/14 18:35:18

네. 주인공은 항상 뭔가를 놓치고 있죠.

힘나요 (♡.50.♡.250) - 2024/03/19 05:48:54

잘 보고 갑니다ㅎㅎㅎ

힘나요 (♡.50.♡.250) - 2024/03/19 05:49:10

잘 보고 갑니다 ㅋㅋㅋ

힘나요 (♡.50.♡.250) - 2024/03/19 05:49:19

잘 보고 가요

힘나요 (♡.50.♡.250) - 2024/03/19 05:49:29

잘 보고 가요 ㅋㅋㅋ

힘나요 (♡.50.♡.250) - 2024/03/19 05:49:34

ㅎㅎㅎ

힘나요 (♡.50.♡.250) - 2024/03/19 05:49:39

ㅋㅋㅋ

힘나요 (♡.208.♡.50) - 2024/03/29 06:51:15

잘 보고 갑니다ㅎㅎㅎ

힘나요 (♡.208.♡.50) - 2024/03/29 06:51:26

잘 보고 갑니다 ㅎㅎ

힘나요 (♡.208.♡.50) - 2024/03/29 06:51:36

잘 보고 가요 ㅎㅎㅎ

힘나요 (♡.208.♡.50) - 2024/03/29 06:51:49

잘 보고 갑니다 ㅋㅋㅋ

힘나요 (♡.208.♡.50) - 2024/03/29 06:52:00

잘 보고 갑니다 ㅋㅋ

힘나요 (♡.208.♡.50) - 2024/03/29 06:52:10

잘 보고 가요 ㅎㅎ

힘나요 (♡.208.♡.50) - 2024/03/29 06:52:21

잘 보고 가요 ㅋㅋㅋ

힘나요 (♡.208.♡.50) - 2024/03/29 06:52:31

잘 보고 가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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