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가 경적소리를 울리며 출발하기 시작했다. 심천에서 가까운 광서성이지만 지형원인으로 인해 교통이 불편하다. 팡팡이의 고향인 류주로 가는 기차는 K로 시작하는 젤 느린 기차밖에 없다. 얼마 되지도 않는 거리를 15시간이나 그것도 앉아서 갈 생각하니 벌써 허리가 아파나고 멀미가 나기 시작한다.
팡팡이는 돈을 절약하느라 128원 50전을 주고 硬座표를 샀다. 卧铺도 222원 50전밖에 안하지만 일전이라도 절약할 수 있으면 절약해야 한다는게 팡팡이의 좌우명이다. 몸이 고달프면 고달팠지 낭비는 절대 못한다.
죄를 짓고 떠나는 몸이라 마음 한구석이 자꾸만 켕긴다. 시한폭탄을 안고 떠나는 심정이랄가. 팡팡이는 수심에 잠긴 채 창밖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이때였다. 전화벨이 울린다. 향자다. 받자마자 향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향자: 야! 너 어제 장중 차를 긁어 놓은거 맞아?
팡팡: (떨떠름한 표정으로) 어? 맞는데. 왜?
향자: 장중 성격에 그런 일 당하고 가만 있을 사람이 아닌데 아침에 기분이 너무 좋아 보이더라. 지림이랑 웃고 떠들며. 그래 하도 이상해서 내가 아까 가만히 지하 주차장 내려가 봤는데 장중 차는 완전 멀쩡하더라.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너 누구 차를 긁어 놓은거야?
팡팡이는 충격적인 소식에 놀라서 자리에서 튕기듯 일어났다. 엉겁결에 맞은켠 좌석의 남자가 금방 마시려고 테이블에 따놓은 캔맥주까지 쳐놓아 버렸다. 맥주는 철철 흘러나와 남자의 몸을 적시고 있었다. <앗!>하는 남자의 나지막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팡팡이는 황급히 전화를 끊으면서 가방에서 티슈를 들추어냈다. 게면쩍게 웃으며 티슈를 건넨다.
팡팡: 죄송해요~ 제가 그만 부주의로… 아님 제가 닦아드릴가요?
남자가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팡팡이를 내려다 본다.
남자: 어디 젖었는지나 좀 보고 닦아주겠다고 하지?
그제서야 팡팡이는 맥주가 남자의 은밀한 부위에 다 쏟아진 것을 발견했다. 순식간에 얼굴이 달아올랐고 홍당무우처럼 돼버렸다.
남자: 자~ 어디 한번 닦아봐~
남자가 히죽 웃으면서 몸을 앞으로 내민다. 팡팡이는 얼굴이 빨개진 채 남자의 가슴을 콱 밀치면서 티슈를 뿌렸다.
팡팡: 아~ 지금 머하시는 거예요? 절 놀리는 거예요? 절로 닦아요.
남자는 억울한 듯 중얼거리며 티슈를 받았다. <아! 머야? 지가 닦아주겠다 해놓고선. 내가 닦으라 한것도 아닌데. >
대충 닦더니 머리를 들고 묻는다.
남자: 너 몇살이야?
팡팡: 초면에 왜 남의 여자 나이는 묻고 그래요?
팡팡이는 앙칼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남자: 거참 쌀쌀맞네. 됐다. 알고싶지도 않다.
남자가 툴툴거렸으나 팡팡이는 지금 남자한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향자가 아까 한 말은 무슨 뜻이지? 어제 망가뜨린 차가 장중의 차가 아니면 대체 누구 차란 말인가? 머리를 정신없이 쥐여뜯었다.
남자: 너 자해하냐?
남자를 무시한 채 향자한테 전화를 걸었다.
팡팡: 향자야~ 장중 차 번호가 粤B986TS 아니야? 어제 그 빨간 벤츠를 긁은게 맞는데.
향자: 무슨 소리야? 두개나 틀렸잖아? 粤B989RS잖아? 빨간 벤츠면 다 장중 차야? 이런 미친…대체 누구 차를 망가뜨린거야?
팡팡: 아.. 나도 몰라. 인젠 어떡하냐? 향자야…
팡팡이는 겁에 질려 울먹거렸다.
향자: 일단 집에 가 있어라. 휴~ 나 지금 바빠서 점심에 다시 전화할게.
울상이 된채 전화를 내려놓는 팡팡이를 보고있던 맞은켠 남자가 다시 캔맥주 하나를 따더니 입을 열었다.
남자: 잘~하는 짓이다. 남의 벤츠를 긁어놓고 지금 도주 중인거야? 담대가리는 커가지고.
팡팡: 니가 알게 머야? 남의 일에 끼여들지 마!
기분이 엉망이 된 팡팡이는 남자를 흘기더니 남자 손의 캔맥주를 확 빼앗아 꿀꺽꿀꺽 들이켰다. 단번에 한캔을 굽내버린 팡팡이는 캔을 으스러지게 잡아서 쪼그려놓고 테이블에 아무렇게나 던졌다.
남자: 어라? 남의 맥주를 한캔도 모자라 두캔이나 없애버리고 인젠 캔마저 이렇게 학대하나? 캔 이렇게 쪼그리면 니 멋있는가 하니?
팡팡: 돈 주면 될거 아니야? 얼만데?
남자: 어쭈~ 누가 돈 달래? 술 좀 한다 이거지? 더 마실래?
한캔을 더 건넨다. 팡팡이는 또 따서 단숨에 해치우려고 했다.
남자: 야야! 술은 그렇게 마시는거 아니다. 기다려라. 같이 천천히 마시자. 여기 안주도 좀 먹고.
남자가 안주를 건네면서 묻는다.
남자: 너도 혹시 류주 가니?
팡팡: 웅~
남자: 우리 한고향이네. 넌 무슨 회사 다니니?
팡팡: 그건 알아서 머하려구?
남자: 그냥~ 그것도 비밀이야?
팡팡: 아니~ H은행.
남자: 좋은 직장 다니네~ 난 민영기업 다니다 힘들어서 며칠전에 때려치웠다. 지금은 백수 ㅋㅋㅋ
팡팡: 좋겠다. 맘대로 때려치우고.
부러운듯 남자를 바라본다. 팡팡이도 떵제의 압박과 착취땜에 하루에 열두번도 그만두고 싶지만 생활의 압력에 못이겨 그만두지 못하는 신세다.
남자: 웅~ 좋지. 집에 가 한동안 쉬다가 다시 올려구. 너무 힘들게 살 필요가 없는 것 같아. 힘들면 때려치고 그냥 마음이 내키는대로 난 살려고 ㅎㅎ 자~ 짠!
둘은 캔을 맞부딪치며 홀가분하게 웃었다. 초면이지만 웬지 모르게 편한 사람이다. 어느새 맥주 일여덟 캔이 굽나버렸다. 팡팡이는 어느덧 취기가 올랐고 술기운을 빌어 자신이 저지른 일을 남자에게 죄다 털어놓았다. 듣고만 있던 남자가 너 참 웃기는 애구나 하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그때 또 전화벨이 울린다. 향자다.
팡팡: (취기가 오른 말투로)울 이쁜 향자구나~ ㅎㅎㅎ 울 지림이 지금 머해? 나 울 지림이 엄청 보고싶은데 ㅋㅋㅋ
향자: 야! 이 미친 년아~ 지금 지림이 생각 할 때야? 너 지금 지명수배범이야 지명수배범! 너 집에 가길 잘했지 참~지금 차주인이 널 잡지 못해 혈안이 돼가지고 장난 아니야. 감시카메라 돌려서 니 모습 찍은 사진을 프린트 해 우리 건물 1층에 붙여놨어. 아는 사람 있으면 연락달라고. 사람들도 가득 푼 것 같아. 점심에 밥 먹으러 나가려고 보니까 그 프린트를 든 사람 몇명이 로비 입구에서 오고가는 사람들 관찰하더라.
팡팡: 머? !
팡팡이는 찬물을 머리에 끼얹은 듯 술이 확 깨는 느낌이다. 겁에 실린 커다란 두 눈은 초점없이 떨고있다.
향자: 암튼 주인이 보통내기가 아닌 것 같다. 너 당분간 집에서 꼼짝 말고 있어라. 여기 올 생각 하지도 마. 한달 정도 지나면 잠잠해 질거야. 그때 다시 오라. 글구 집에서 십키로 정도 빼서 오라. 그래야 몰라보지. 붙잡히면 끝장이야 끝장!
전화를 끊고 난 팡팡이는 식은 땀이 비오듯 흘러내렸다. 얼굴은 사색이 돼있었고 두다리를 사시나무 떨 듯 떨고있다.
남자는 측은한 눈길로 팡팡이를 바라보며 팡팡이의 떨리는 손을 잡았다.
남자: 괜찮을거야~ 너랑 모르는 사이라며? 전신무장까지 한 사람을 어떻게 알아보겠나? 한동안 지나면 풍파가 지나가고 잠잠해 질거야. 글구 그 정도 차 몰고 다니는 사람이면 자산이 장난 아니겠는데 그런 일은 한동안 지나면 다 까먹어. 괜찮아괜찮아~ 걱정하지 마~
남자는 팡팡이의 어깨를 다독이며 위안해 주었다. 그 위로 덕분에 팡팡이는 얼마 안지나 안정을 되찾았다. 또 이런저런 얘기가 오갔고 예전에는 길게만 느껴졌던 집 가는 길이 오늘은 아주 짧게 느껴졌다. 어느새 기차는 류주역에 들어섰다.
남자: 그럼 난 이만 갈게~ 아차~ 전화번호만 남기고 통성명 안했구나. 난 정운이라고 한다. 넌?
팡팡: 난 팡팡이라고 해~
정운: 귀여운 이름이네. 간다~ 또 연락할게.
팡팡이는 또 두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고향인 류강촌에 도착했다. 갑자기 집에 돌아온 딸을 본 팡팡이의 엄마는 별로 반가운 기색이 아니다.
팡팡 엄마: 가스나 또 무슨 사고를 친거야? 왜 남이 다 일하는 시간에 집에 와? 이 촌구석이 머가 볼게 있다구.
팡팡: 오랜만에 온 딸을 반가워는 할 망정 그게 무슨 소리예요? 17시간 넘게 앉아왔더니 힘들어 죽겠어요. 먼저 잘래요.
팡팡이는 옷도 벗지 않은 채 그대로 드러누워 드렁드렁 코를 골며 깊은 잠에 곯아떨어졌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튿날 오후였고 집에는 누구도 없었다. 엄마와 아빠는 螺蛳粉장사하러 나가신 모양이다.
심심하여 전화를 켰더니 마침 전화벨이 울린다.
정운: 나다 나! 전화는 왜 그냥 꺼놓고 있어?
팡팡: 누구?
정운: 나 정운이야. 벌써 잊은거야?
팡팡: 아~ 너구나. ㅋㅋ 난 또 누구라구.
정운: 쳇~ 나 아님 누구겠냐? 걱정돼서 그냥 전화했는데 계속 꺼져있더라. 별일 없지?
팡팡: 웅~ 피곤해서 계속 잤어.
정운: 대지야? 지금 몇신데. 휴~ 난 그런 줄도 모르고 먼 일 있나 걱정 많이 했다.
팡팡: 니가 왜 내 걱정하냐? 흥~
정운: 그래 내가 바보다. 쓸데없이 니 걱정이나 하고. 근데 내가 너보다 한살 많으니까 앞으로 오빠라 해라~
팡팡: 싫다. 내가 왜?
정운: 오빠가 하라면 할거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니?
팡팡: 싫다. 안한다.
정운: 하~이것 봐라. 말로는 안되겠다 이거지~ 나 지금 당장 심천 가서 벤츠 주인 찾아 널 고발하는 수가 있다. 다치고 싶지 않거든 기회 줄 때 오빠 말 들어라~
팡팡: 이런! 비열한 인간! 넌 왜 이렇게 치사하냐?
정운: 하하하! 빌미가 잡혔으니 방법 없지? 오빠라 할래 안할래?
정운이는 깨고소해 하면서 득의양양하게 웃어댔다. 때마침 또 들어오는 전화가 있었다. 떵제였다.
팡팡: 야~ 내 좀있다 다시 전화할게. 회사에서 지금 전화 들어와서…
정운: 야! 니 지금 오빠라 부르기 싫어서 핑계 대는거지? 끊지 마!
팡팡: 아니야~ 그럼 이만 끊는다.
정운이가 머라 또 소리지르고 있었지만 팡팡이는 끊고 떵제의 전화를 받았다.
떵제: 너 지금 어디야???!!!!
떵제가 목소리에 칼날을 세운 채 호통친다. 고막이 터질 것 같아 팡팡이는 귓가에 댔던 전화를 좀 멀리 쥐였다.
팡팡: 아… 저 집이예요.
떵제: 먼 일인데 말도 없이 갑자기 사라지냐? 지금 우린 바빠 죽겠는데 넌 집에서 퍼져 잠이나 잔다 이거지?
팡팡: 아니예요. 엄마가 갑자기 아프다고 하셔서…
떵제: 너네 엄마 어디가 아픈데? 죽을 병이라도 걸렸어? 암이야 엉? 언제 죽는대? 엉?
떵제는 무지막지하게 들이댔고 입에 담지 못할 막말까지 했다. 팡팡이는 화가 꼭두까지 치밀었으나 겨우 눅잦히고 차분하게 대답했다.
팡팡: 결과는 다음주에 나온대요. 암튼 저 한동안 회사 못 나가니 그렇게 아세요.
떵제랑 더 얘기해봤자 듣기 좋은 소리가 나올리 만무하다. 팡팡이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리고 핸드폰마저 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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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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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1 |
잘 읽엇습니다.
계속 봐주세요^^
아하하
우리주인공 아가씨 대형사고치셧네요
그런데 정운씨랑 왠지 묘한분위기
다음집 기대됩니다^^
ㅋㅋ 기대해 주세요^^ 담집은 좀 늦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조마조마하게 맘 조이면서 읽느라니 ㅠㅠ 언제 글이 끝났네요...항상 짧게만 느껴지는 글 ^^
팡팡의 인연이네요.. 저번집에 실머리를 푸시더니..
담집도 빨리 올려주세요^^
네^^ 계속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될수록 빨리 올릴게요.
팡팡이 인연은 아닐것 같은데 ㅋㅋㅋ
답이 맞으면 뽀너스 주세요ㅋㅋㅋ추천까지 햇는데 ~
글쎄요~ 팡팡이의 인연일지 아닐지는 두고 봐야죠^^ ㅎㅎ 계속 봐주세요.
뽀너스가 마음에 안 ....ㅋㅋㅋ 다음집 기대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