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종9

비퀸이 | 2014.03.15 21:32:01 댓글: 4 조회: 2669 추천: 2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2093748
남편과의 이혼과 동시에 나는 그애와의 연락도 될수록 안할려고 했다. 처음부터 그애와는 그 어떤 타산도 없었던 사이였으니 말이다. 
거기에 남편이 얘기해준 사실이 나를 더 작아지게 만들었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애는 더 자주 연락이 왔다.  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문자도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솔직히 너무 두려웠다. 아직도 그애가 좋은건 사실이다. 그애도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이제 알아버렸는데... 내가 그애한테 희망을 가질까봐 두려웠다.  그리고 내가 그 불더미에 확 뛰여들까봐 그것도 두려웠다.
나는 잘 알고 있다. 우린 안된다는걸... 시작부터가 정상적이지 아니였고 나 또한 한때 남편이 있던 유부녀가 아니였는가... 아무렴 그래도 그애는 총각인데 내가 양심이 있지 어떻게 그런 욕심을 부리겠는가...

"누나, 바쁨까?"
"누나... 전화 받기 싫으면 문자라도 답장 해주면 안됨까.."
"누나, 우리 대화 좀 하기쇼."
"누나,..."

주말 회사에 나와서 잔업을 하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본지방 유선전화라고 뜬다. 상품 판매전화거나 아니면 광고려니 하고 별 생각이 없이 받었다.
"와이 니호우"
"누나!"
"흡..."
나는 너무 놀랐다. 심장이 멈출것 같았다. 그가 다른 번호로 전화를 할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지금 만큼은 너무 방심하고 있었다.
"누나. 누나. 전화 끊지 마쇼. 누나."
그애의 다급한 목소리다. 나는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
"잠깐만."
핸드폰을 들고 사무실에서 나왔다. 
"응, 얘기해."
담담한척 하느라 해도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누나, 우리 만나기쇼. "
"응, 이제 연변 가면 전화할께. "
"아니, 오늘 만나기쇼."
"뭐래는거야. 나 지금 연변 아니야. 지금 회사 나와서 잔업한다. 연변가면 전화할께."
"내 왔슴다. 저녁에 퇴근하고 보기쇼."
"... 어? 뭐라고?"
나는 한매 얻어맞은것처럼 머리가 뻥했다. 내귀가 의심된다.
"뭐..뭐..뭐라고?"
당황한지 말도 먹는다.
"누나, 내 지금 공항임다. 금방 내려서 저나함다."
귀에 갖다댔던 핸드폰을 내려서 화면에 찍힌 번호를 봤다. 구역번호가 여기 번호이다.
"웬 일이야? 갑자기?"
"단위에서 출장..."
"정말? "
기관이 무슨 출장을 여기로 오긴... 그것도 주말에.. 그것도 평범한 직원인 니가... 거짓말을 참 티나게 한다. 그런 그가 안쓰러우면서도 귀여웠다. 나도 모르게 픽 웃어버렸다.
"누나,  퇴근하고 저녁식사 하기쇼. "
나때문에 온건가? 라는 생각을 아주 잠깐 했지만 확신을 가질만한 용기가 아직 없었다. 그래 멀리서 왔는데 식사정도야 무슨...
"그래, 니 핸드폰은 터지겠지?"
"예, 누나 전화 안 받아서 여기 전화로 했슴다."
"그래 알았어. 저녁에 보자."
퇴근하고 나는 그애가 묵는다는 호텔 부근에 가서 그애를 기다렸다. 
멀리서 그애가 뛰여온다. 용케도 잘 찾아오는가 싶은게 대견하고 귀여웠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또 든다.
"헥헥.. 미안. 내 늦었지? 누나 오래 기다렸슴까?"
"아니, 금방 왔어. 내가 일찍 도착한건데뭐."
"히히."
그애는 나를 빤히 보더니 웃는다.
"왜?"
"좋아서. 히히"
나는 당황해서 어찌할바를 몰랐다. 거침없이 하는 이런 직설적인 애정멘트에 나는 적잖게 놀랐다.
"가기쇼. 누나."
그애는 내손을 잡더니 말한다.
나는 너무 놀라서 멍하니 있었다. 우리가 여러번 만나긴 해도 사이가 사이니 만큼 밖에서 따로 만날땐 각별히 주의를 했었는데...
나는 이런 변화에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거의 끌려 다니다 싶이 했다. 손잡고 걸으면서도 나는 아직도 뭐가 뭔지 몰라 헤매기만 했다.
우린 호남요리집에 들어갔다. 어두컴컴한 전등에 빨간색 계열 장식에 왁자지껄 떠드는 손님들까지 한마디로 분위기 떠들썩하다. 
나는 그애와 진지한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조용한 장소를 피했다.
그애는 뭐가 좋은지 싱글벙글이다. 그런 그애를 나는 밀어낼수가 없었다. 
"누나, 왜 내 전화 안 받슴까?"
"요즘 바빳어."
"그래두 한번쯤은 낸데 전화해줄수 있었잼까.."
"미안.."
"요즘은 잘 지내고 있슴까?"
"응 , 잘 지내고 있어. "
"남편하구는 잘 지냄까?"
응? 내가 지금 솔로인걸 알..텐데..
맞다. 얘는 내가 자기가 아는걸 모르는줄 알지.. 
"리혼했어."
"ㅇㅖ?!!"
짐짓 놀라는 기색이다. 그애의 어색한 연기에 나는 그만 웃어버리고 말았다. 기껏 손도 잡고 거리를 활보해놓고 이제 와서 몰랐던척은.. 
"놀라긴.. 그래 언제 가는거야?"
"월요일 청가했슴다. 월요일에 갈.. "
그애가 갑자기 입을 다문다. 그리고 내 눈치를 본다.
풉. 아마추어같으니라고. 너 같이 계산적이지 못한 애는 거짓말을 할 인재가 아니야. 
나는 그애가 귀여웟다.
"ㅎㅎ 출장이라며?"
"헤헤 "
뻘쭘한듯 헤벌쭉 웃어보인다.
"누나 안만나줄까봐 거짓말 했슴다."
"이제 거짓말 안해도 돼.  그러니까 왜 왔는지 말해."
"그냥 놀러 왔슴다. 누나 사는 도시는 어떤가 해서."
"그래? 그럼 잘 놀다 가. "
"... "
우리는 밥을 먹고 주변을 걷다가 커피숍에 들어갔다.
그애가 구석진곳에 자리를 잡는다. 나는 그애가 무슨 말을 할지 도무지 예상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초조하고 불안했다.
나는 그애가 말을 꺼낼세라 내 말만 했다.
"내일은 뭐할꺼야? "
"..."
"여기 수족관이 유명하니까 그거 보러 가고..."
"..."
"옛거리도 유명하니까 저녁엔 거기 가면 되겠어."
"누나.."
"그래, 내일은 본지 음식 먹으러 가자. 맛있는데 알고 있어."
"..."
"월요일엔 몇시 출발하는 항공이야?"
"..."
"공항엔 니가 혼자 가야겠어."
"..."
"내가 올해 휴가 다 썼거든"
"누나."
"응응 그래. 여기 셔틀 버스도 있어서 찾기 쉬울꺼야."
"..."
"다 큰애가 길이야 잃어버리겠어?"
"... 누나.."
징징~테이블 위에 놓은 번호표가 울린다. 그애는 들고 가서 쥬스를 가지고 온다.
"휴..."
간신히 말문을 막아버렸지만 다음 고비는  어떻게 넘기지?
"누나.."
"으응.."
"여기 접을 생각이 없슴까?"
"응? 뭘? 뭘 접어?"
"여기 생활. 연변 올 생각은 없슴까?"
"뭐라는거야.."
사실 낯선 도시에서 일세대로 사는게 힘이 부치고 외롭긴 했지만 , 솔직히 고향에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렇다고 진지하게 고민해본적도 긍정적으로 검토해본적도 없었다.
그리고 니가 뭔데 나랑 이런 소리를 하고 있는거야.
"누나, 연변 와서 나랑 있기쇼."
"컥..." 쥬스를 마시다 나는 하마트면 숨 넘어갈번했다.
"야. 놀러왔으면 오솝소리 놀다 가라. 자꾸 이상한 소릴 하지 말구."
"누나, 내 지금 영 진지함다. 누나 보기엔 내 지금 장난 하는거 같슴까? "
"그래, 갑자기 와서는 이런말 하는 니가 내눈에 정상이 대 보이겠니?"
"누나..."
"댔다. 말하지 말라. 더 말하면 가겠다.
"누나.."

한참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나는 리혼녀다. 세월이 흐르고 세상도 바뀌였다고 해도 리혼이라는거에 대한 편견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다들 지금 세월에 리혼이 어때서 말은 그렇게 해도 정작 당사자나 친인친구들의 일이면 그렇게 관대해지기가 조금은 힘이 들다.나는 솔직히 자신감이 많이 없어졌다.그리고 이제 누군가를 좋아하고 만나는 일도 두려운게 사실이다. 
더군다나 아름답게 만난 사이도 아닌데 내가 무슨 배짱이 있겠는가...

"누나."
"응."
"잘못했슴다."
"뭐가?"
"누나를 힘들게 해서."
"얘는.. 니가 뭐 날 힘들게 한게 있니? 없어. 그런 얘기하지마."
"혹시 나때문에 리혼했슴까?"
"아니. 너랑은 상관없어."
"누나, 만약에 누나가 나를 처음 만났을때 우리 아무일 없었고 그러면 리혼하구 날 만나줄수 있었슴까?"
"... "
"누나, 미안함다."
"뭐가?"
"나는 그냥 누나를 처음 봤는데 누나 좋아서... 내 그래면 안되는거 알지만... 그래두.. 누나를 놓치기.. 싫어서.. "
"에릭아. "
"에, 누나." 
"너 바보니?"
"예?"
"... 쿨하지 못하게 왜 이래?"
"누나..."
"됐어. 그만 얘기하고 내일은 재미있게 놀다가. "
"누나.."
"오늘은 너랑 자줄 마음이 없으니까 혼자 자."
"누나!!" 갑자기 그애가 소리를 질렀다. 조용한 까페에서 이게 무슨 짓인지. 다른 손님들이 머리를 들고 주위를 둘러본다. 창피한건 둘째치고 너무 놀랐다.
"누나, 왜 내말은 들어보지 않고 자꾸 누나 말만 함까."
"그래, 나 연변갈 생각이 없어. 됐니?"
"그럼 내 여기 올께."
이 자식이 막나오네.
"참나.. 니가 이래서 어리다는거야. 연변가서 자리 다 잡아놓고 여자 하나떄문에 이런 결정을 해? "
"자리야 다시 잡으면 되지.그채무 누나랑 같이 못 있는거 어찜까..?"
"... 너같은 사람 진짜 답이 없다."
"..."
"너 지금은 나때문에 여기 온다고 치자. 나중에 더 좋아하는 사람 만나면 거기로 갈거 아니야."
"누나, 누나는 내 그렇게 가벼운 사람으로 보임까?"
"응."
"휴... 내 어찌면 나를 믿어 주겠슴까? 누나, 나는 누나가 결혼 한거 알구 만났슴다. 좋아서 만났슴다. "
"..."
"누나 입장에서는 그저 같이 즐기는 사이라고 생각하는거 이해함다. 내가 초면부터 그랬으니..."
"..."
"그래서 솔직히 후회도 마니 함다. 그때 그렇게 충동하지 말았을걸.. 내 마음이 어떻든 어디까지나 나는 나쁜 사람이 됐슴다."
"..."
"나는 솔직히 누나 리혼하기를 바랬슴다. 그리고 나랑 결혼했으면 하는 생각으 영 마이 했슴다."
"듣기 싫으니까 그만 얘기해. 제정신이 아니야 너."
"누나, 누나 마니 힘들어 한거 알고 있슴다. 나는 누나를 힘들게 안할께."
"..."
"나를 한번만 믿어주면 안되겠슴까?"

하.. 착잡한게 머리속이 복잡하다. 믿구 안 믿구보다 내가 어떻게 널 욕심 내겠니... 

"됐어. 장난 그만해. 누나 힘드니까 놀리지 말어. "
"누나, 누나는 아직두 내 장난 하는거로 보임까?"
"..."
"누나 무슨 걱정 하는거 알고있슴다."
"..."
"누나 아픈 과거가 있었슴다. 정말 그냥 놀자구 만나는 사이라면 누나 리혼했다하면  남자는 자기한테 매달릴까봐 피하지 안 그렇슴까?"
"..."
"나는 정말 진심임다. 집에다두 이미 말했슴다.누나를 데리구 오던지 내가 가던지  둘중 하나라고. "
"너 진짜... 니네 부모님 생각은 안하니?"
"누나, 리혼한거 하나 가지구 반대하면 나는 우리 부모님 설득시킬만함다. 꼭 설득시키겠슴다. "
"휴.. 너를 어떡하니 진짜.."
"누나, 우리 같이 있으면 생각보다 힘든일이 많을수 있음다. 대신 내가 다 그거 감싸주면 안되겠슴까? 남들이 뭐라고 해도 우리가 행복한게 젤 중요한게 아님까?!"
"ㅠㅠ" 나는 눈물이 났다.
내가 정말 무슨 복이 넘쳐서 너처럼 사랑스러운 애를 만났을까... 그리고 너는 무슨 잘못이 있기에 나같은 애를 만났을까...자신감이 바닥에 떨어진 나를, 이제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을 나를... 벼랑끝에서 허우적 대던 나를...
조심스럽게 나도 사랑 받을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누나, 우리가 첫 만남이 잘못됐든간에 중요한건 앞으로임다. 누나나 나나 이제 예전일은 더 꺼내지 말기쇼. 오늘부터 우리 정식으로 연애하기쇼.."
"..." 나는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속으로는 수없이 그래, 나도 너 좋아 라고 웨쳤다.
그애는 팔을 뻗어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싱긋 웃는다. 
"누나, 내 잘할께."
나는 그애를 쳐다볼수가 없었다. 
눈물이 흐른다. 지금 이순간 만큼은 내가 너무 행복하다.

"누나, 연애 첫날이까 오늘은 손만 잡기~ 히히"
내가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를 지워주기라도 하려는듯 그애는 나름 배려를 해준다는거다.
이쁜 우리 에릭이.. 어떡하니 널... 나는 니가 이렇게 좋은데.. 너무 좋은데...

내가 도대체 어떡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나의 과거때문에 그애가 들어야할 수군거림과 언제까지 행복할수있을까 하는 불안함들.. 이제 싱글이 된지 얼마라고 벌써 총각 하나 꼬드겼다고 할 손가락질... 
그리고, 내가 정말 그애 하나 믿고 고향으로 돌아갈수 있을까?! 
그애는 정말 나를 하나 믿고 여기로 올 용기가 있을까?!

집에 돌아와 나는 밤새 여러가지 생각에 뒤척이며 잠을 자지 못했다. 

이튿날, 우리의 첫 데이트다. 
화창한 날씨이다. 하늘도 우리를  축복해주는가 보다라는 실없는 생각도 한다. 
그리고 나는 밤새 사상투쟁을 한 끝에 그애를 진지하게 만나보기로 했다. 
하늘이 허락한 우리가 함께 할 날들이 언제까지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는 이 불더미에 과감히 뛰여들 용기가 생겼다. 그리고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할것이다.

추천 (2) 선물 (0명)
IP: ♡.206.♡.156
쉬때기 (♡.169.♡.129) - 2014/03/16 15:29:32

님의 글을 보구나니 난 내가 헛 살았구나.느낌이 듭니다.이런저런 재밋는 사랑두 못해보구..세상은 넓구 할일은 많다.는 말의 함의를 느끼게됩니다.부럽습니다.

인생v (♡.230.♡.79) - 2014/03/16 20:28:16

글 잘보고 그냥 빠지지안코 잘읽고 잇어요... 근데.. 빨리 올려주시면 감사.. 하루 두편씩 ... ㅎㅎㅎ 추천 꾹,,,

lovesunny (♡.146.♡.24) - 2014/03/17 09:38:15

잘보고 갑니다.
결정 잘하셨어요, 힘내세요~~
추천

엔젤하트 (♡.109.♡.52) - 2014/03/17 14:01:13

좋아요!!!
지금쯤은 에릭이랑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잇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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