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종3

비퀸이 | 2014.03.08 17:59:48 댓글: 4 조회: 2012 추천: 3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2093714
어제 3.8절이라구 달리느라구 이제야 올립니당~  여자분들은 자기 명절 즐기고 남자분들은 오늘만큼 여자분들이게 잘해주숑~ ㅋㅋㅋㅋ  다들 3.8절 잘 보내세용.


괜히 찔려서 몸을 웅숭그리고 살금살금 들어왔다. 어둠에 익숙하느라 한참을 헤맷는데 민이는 눈 감고두 터덜터덜 걸어서 자기 자던 자리에 다시 꼬꾸라진다.
나는 겨우 침대에 비집고 들어가 누웠다. 다시 잘려고 눈을 감았는데 그애가 자꾸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굵직한 목소리로 누나 누나 하면서 정겹게 굴던 모습도 떠오른다. 오래만이다. 누군가를 내 머리에 떠올려본게 말이다. 
이생각 저생각 하다가 살포시 잠 들었다. 왁작지껄 하는 소리에 깨여나니 애들이 나갈준비 한다고 소란스럽다. 여자 넷이서 한공간에 있으니 참으로 떠들썩하니 가관이다.
호텔 조식은 이미 물건너 갔고 다같이 나와서 해장하러 왔다. 장국에 콩나물국에 해장이 될려나? 나는 사이다 줄창 마시고 트름 몇번 하면 다 내려가던데 ㅋㅋㅋㅋㅋㅋ
애들은 어제 얘기에 정신 없다. 갑자기 민이가 묻는다.
"야 너 어제 밤 갑자기 어디로 샜어?"
"으응? 나? "
"그래, 갑자기 말도 없이 나갓다가 새벽에 들어오질 않나"
나는 슬쩍 다른 애들 눈치를 밨다. 기미룰 보니 오늘 그저 넘어갈 잡도리가 아니다.  그렇다고 딱히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빨리 얘기 안해? 수상해 너~"
"아.. 응... 어제 신랑이 전화 와서 통화 좀 길게 했어. 내가 오래나와 잇었잖아  그래서 이말 저말 하다보니 좀 늦어졌어."
"뭐야  기껏 나가서 저나받앗단 말이야? 그럼 호텔에서 받지 나가긴 왜 나가?"
"니들이 술 마시는데 내가 초 칠수는 없잖아. 솔로들 염장 확 찌를걸 그랫어 쳇~"
나는 짐짓 애들이 별걸 가지고 따진다는 말투로 얘기했다
"에구씨  누기는 좋겟다. 신랑이 눈 퍼렇게 뜨구 있어두 여행으 맘댈 다니구. 나는 나르 묶어줄 사람이래두 있엇슴 좋겟다. 이거 원 서러워서..ㅠㅠ"
"하하하하"
민이의 말에 우리는 배를 끌어안고 깔깔 웃었다. 속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점심 먹고 우리는 커피숍 가서 또 한참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저녁녘이 되니 주제는 자연스럽게 저녁엔 뭐할까 였다. 어제 그렇게 술 마시고 멀쩡한걸 보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뿐이다.
"니네 내일 출근 안해? 월요일이잖아."
나는 괜히 나때문에 회사생활 영향줄까봐 걱정 됐다.
"뭐 어때. 니가 자주 오는것도 아니고 우리 넷이 모이기도 바쁜데 이참에 그냥 확 다 그냥 직성이 풀리게 놀아야지~"
"그래그래. 너 며칠뒤면 간다면서. 가기전에 더 놀아야지. 아니면 남편 두고 여기까지 여행온 보람이 없짆아  안 그래? 히히히"
저녁 우리는 조선족들이 마니 모여 산다는 동네에서 연변 음식을 먹었다.  주문은 자연스레 안주쪽으로 간다.
"야 이거 다 술안주잖아."
나는 어제 먹은 술 깨기도 바빠죽겠는데 얘네들은 말짱하다.
"연변채만큼 맛잇는 술 안주 어딨니~ 오늘은 우리 쪼꼼 마시자."
국화는 짐짓 정색을 해보이면서 얘기한다. 쪼꼼은 개뿔. 니들을 내가 몰라서.. 술 마시면 끝장을 보는 니들을 몰라서..?
에휴... 한숨부터 나간다. 오늘 또 이 한몸 불살라야겟구나.
"그래 그래 마시자  무슨 쪼꼼이야. 임튼 나는 마시구 뻗겠으니까 너네 날 잘 챙겨라."
나도 이럴바하곤 이판 사판이다.
주문 끝내고 수다 떠는데 문자가 온다.
"누나, 머함까?"
"나 저녁 먹는중."
"벌써? 나랑 먹을까?"
"나 친구들이랑 있어."
"아 그렇슴까. 내가 좀일찍 저나했을걸..."
"나중에 보자."
"누나, 식사 다하고 볼까?"
"우리 좀 늦을꺼야."
"누나 먼저 나오면 안됨까? "
"안돼. 기다리지 마. 나중에 보자."

나는 그애를 보고 싶지 않았다. 아침에 언제 나갓냐는 문자도 대답하지 않았다. 우린 어디까지나 그저 잠자리만 같이 하는 사이가 아니였던가. 이런 불필요한 안부는 주고 받을 필요 자체가 없는게 아닐까.

떠들썩하며 술잔이 돌고 도니 내 머리도 돈다.  또 실실 웃음을 흘린다. 혼자서 키키킥 하면서 웃는다.
갑자기 국화 전화가 울린다. 
"여보세요?   응 나 밖에 친구들이랑, 우리? 네명 왜? 올라구? 갬 네명 데리구 오라. 한내래두 적으무 궁디 차서 똘군다. 응 갬 우리 저레 거기 가께. 좀 기다려라. 댓다. 끊는다. "
국화는 친구가 합석하자며 노래방에 가자고 한다. 민이는 야 그런걸 우리랑 상의 없이 제 멋대로 결정하냐고 핀잔한다. 민이는 그냥 우리끼리 마시자고 하는걸 나는 바로 가로채버렸다. 
"가자. 가자."
우리는 자리를 옮겨 노래방에 갔다. 그분들은 이미 와 계셨다. 음주 가무에 뛰여난 내친구들은 남자들앞에서 절대 내숭을 떨지 않는다. 오히려 보란듯이 화끈하게 노는 편이다. 오자마자 정신없이 춤을 추고 영이는 잔잔한 노래 하나를 부른다.
한 남자분이 내게 다가오더니 블루스 같이 추자고 한다.
어두운 조명탓인지 그 사람은 참 멋있었다. 
"참 멋지네요."
"네? 네. 고맙소. 당신도 너무 예쁘오."
장난하나? 나는 뭐 거울을 안 보는줄 아나봐. 아무리 듣기좋아라고 하는 말이지만 나는 누구보다 나에게 냉정한 평가를 하는데 말이다.
"풉. 입에 꿀을 발랐네요. 향수 뭐 써요? 냄새가 참 좋네요."
당황한지 그분은 버벅대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그 사람이 우스워서 혼자 웃어버렸다.
나는 나도 모르는 나의 모습에 적잔히 놀랐다. 술을 마셔도 이런 빌어먹을 멘트를 마구 날리지 않았는데 말이다. 
블루스가 끝나고 우리는 자연스레 나란히 앉았다. 이유도 없이 기분이 좋다. 술기운 탓이겠지. 세상이 콩알만하니 무서울게 무엇이고 슬플께 무엇이겠는가.
그사람 옆에 앉아서 또 콧소리 내며 잇는 애교 없는 애교 다 떨어간다. 그리고는 무엇에 홀린듯 국화에게 다가가서 속삭였다.
"국화야. 나 이사람 너무 좋다아~ 히히"
속삭이듯 한 말이지만 음량 조절이 안대서 그사람도 영이도 민이도 다 들어버렸다. 
그렇게 정신 없이 놀고 찢어질려는데 그사람이 나 데려다 준다며 같이 가자고 한다.
민이는 아까부터 제정신이ㅜ아니여 보이는 내가 걱정댓는지 내 주위에서 맴돌다가 그사람이 하는 말을 들어버렸다.
그리고는 내옆에 와서 내 팔짱을 끼고 그사람한테 얘기한다.
"얘는 내가 데려다 줄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는 막무가내로 나를 택시에 쑤셔넣더니 자기도 옆에 탄다.

내리고 보니 커피숍이다. 거의 문 닫을 시간이라 손님도 별로 없다.
민이는 나를 자리에 앉혀놓고 한바탕 닦아세운다.
"야, 너 술 마셔도 곱게 마셔라. 이게 뭐야. 니 들이대면 싫다는 남자 어딧니. 글구 내 아께 국화 있어서 말 안했는데 그사람 유부남이야. 널 데레다 주겠다는게 무슨 뜻이야. 정신 차레라 들었니 "
"아니, 난 뭐 별 뜻 없어. 그냥 같이 잘려구 그랫지." 취햇는지 말이 헛나간다. 아니 머리속으로만 생각 할 말을 해버렸다.
" 이 엠나스끼 정시 나쁘야? 남편 오래 못본게 남자 생각나니? 그래 좋다. 니 여기와서 뭐하든 누구도 모르게 해라. 나두 모르게. 너네둘이 우리 몰래 따로 만나는건 난 상관 안한다. 근데 내앞에서 나는 너를 절대 딴 남자랑 안 보낸다."
"그래 알았어. 나 호텔에 데레다줘."
민이는 나를 호텔에 데레다 주고 자는걸 보고 간다며 어깨를 토닥여 준다. 민이가 내 친구라는게 참으로 다행이다.
 밤중에 뒤척이다 깨났다. 비틀 거리며 핸드폰을 찾아서 확인하니 부재중 전화가 열개 넘게 왔다. 그애한테서 온게다.벌써 열두시 넘었다.
문자도 없다. 전화만 열심ㅎㅣ 해댄거 같다.
그애에게 저나했다. 신호음이 가는데 받질 않는다. 그러기를 여러통.. 나는 미친듯이 전화 했다. 가끔은 술 마시고 누군가에게 전화해서 받지 않으면 무서우리만큼 집착하면서 받을때까지 건다. 그게 몇시든..
갑자기 전화기 넘어로 말소리가 들린다.
"와이!"
"야 너 어디야! 왜 전화 이제 받아!"
"이씨, 니 술 마세? 술마시구 저나하지 말라. 하겠슴 맨정신에 해라."
그리고는 전화가 뚝 끊겼다. 화면을 보니 잘못 눌러서 남편한테 걸렸다.
갑자기 정신이 확 드는거 같았다.
징징~ 와뜰 놀라 핸드폰을 보니 그애다.
"누나, 내 잠들었슴다. 어째 전화 아이 받았슴까?"
"응 못 들었어. 너 지금 올래?"
"지금? "
"응 좀 늦었지? 그래 오기 바쁘면 오지마. 내일 출근두 해야지."
"아니 내 갈께. 누나 좀만 기다리쇼."
"그래. 얼른 와."
그리고 나는 다시 누워서 잠이 들었다.
딩동 딩동~ 나는 꿈을 꾸었다. 꿈에서 딩동딩동 하는 소리가 너무 나서 짜증이 났다. 깨고보니 내 방 초인종이다. 부시시 일어나 문을 열었다.
"누긴가 물어안보구 막 열어줌까?"
"올 사람이 너밖에 없는데 뭐 물어볼꺼 있어."
"그래두 누나 이래는거 보무 내 걱정 되재."
"넌 좀 나랑 그런 말을 안 하면 안되니?"
"예?아.. 미안함다. 누나."
"그말두 하지 말라. 내가 더 미안하지."
우리는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그애는 내손을 꼭 잡아 주었다.
"누나, 갔다가 언제 다시 옴까?"
"안 올 가능성이 더 크지. 고향도 아닌데. 그냥 여기 놀러온거잖아."
"그럼 고향 갓을때 나두 고향에 잇으무 만나주겠슴까?"
"그래 만나주께. 까짓꺼~"
"누나 약속했슴다에~"
일년에 한번 갈까말까한 고향에서 그것도 동시간대에 만날 확율이 얼마나 된다고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나는 맘에도 없는 약속을 해버렸다.
'여기를 떠나고 나면 내 꿈도 다 사라지는거야. 지금까지 나는 꿈을 꾼거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나는 소르르 잠이 들번했다. 갑자기 그애가 아직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게 생각났다. 뭐야 이대로 잘려는건 아니겠지? 우리가 연애 하는 사이도 아니고 이렇게 아무일없이 아침을 맞고 나면  내가 정말로 좋아해버리면 어떡하지? 자존심 상하지만 나는 먼저 그에게 다가갔다. 왜 자존심이 상하는지도 몰랐다. 어쩌면 나는 지금 그애를 더이상 잠자리만 같이 하는 그이상으로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우리가 무엇을 했던지... 눈뜨고 보니 아침이다.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샤워하는지 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난다. 나는 다시 눈감고 잠을 청했다. 잠이 올리가 없다. 눈감고 자는척 했다. 그애는 조심스럽게 옷 입고 문 살며시 닫고 나갔다.
눈을 떴다. 혼자다 이제.
문자가 온다.
"누나, 내 출근시간 대서 먼저 나왔슴다. 누나 자니까 안 깨웠슴다. 밥 꼭 잘 챙겨 먹으쇼에."
문자를 받고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는 표를 바꾸고 날자를 앞당겨 돌아왔다.
퇴근하고 남편이 돌아왔다. 예고없이 온 나를 보고도 놀라는 기색도 왔어하는 한마디도 없다. 나는 주방에 들어가 밥을 했다. 저녁 식사 내내 말이없다. 거실에 켜놓은 텔레비죤 많이 혼자서 떠들어댄다. 
익숙해질만큼 시간도 흘렀는데 갑자기 이런게 너무 싫었다.
이 집도 남편도 그리고 이 도시도 너무 싫었다. 누워서도 이리뒤척 저리 뒤척 잠이 오질 않는다.

주말 보내고 다시 회사에 나가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적어도 그시간 만큼은 쓸데없는 생각들에서 해탈 될수가 있으니 말이다.
추천 (3) 선물 (0명)
IP: ♡.206.♡.92
Crazy민기 (♡.33.♡.90) - 2014/03/08 21:02:00

현실적인글 잘보고갑니다 다음집도 기대되네요 추천 쿡

비퀸이 (♡.34.♡.137) - 2014/03/08 21:15:29

고마워용~~~ 4도 잽싸게 올릴께욧 히힛

북위60도 (♡.60.♡.229) - 2014/03/09 06:34:18

일상이탈이라...누구나 한번쯤은 꿈꾸어보지만 쉽지 않지요...

songhu1004 (♡.112.♡.158) - 2014/03/10 08:40:10

3.8부녀절 달리느라고...ㅋㅋ
글쓰는 솜씨 감칠맛 나네요.
다음집도 빨리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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