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종

비퀸이 | 2014.03.05 21:52:35 댓글: 5 조회: 2382 추천: 3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2093697

벌써 두번째이다. 
낯선 남자와의 잠자리...
나는 지금 별거중이다. 
우리의 혼인이 삐걱거렸던걸 론할 여지조차 없이 우리는 처음부터 잘못된 만남을 하고 있었다. 그런대로 나이가 나이니만큼 대충 별 탈없이 지내면 되는 식으로 만나고 번개같이 결혼했다. 우리한테는 결혼은 일종의 임무였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이사이 모순을 우리는 어쩌면 풀려고 하기보다 덮고 피하는데만 더 급급했는지 모른다. 급기야 우린 각방을 썼고 잠자리는 커녕 말도 잘 안하는 말 그대로 합숙하는 사이처럼 되여버렸다. 
누구도 상대방이 뭐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 알려주지도  그리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긴휴가를 내고 여행을 떠났다. 친구들이 마니 모여 있는 도시로.
평일 낮에는 친구들이 출근하니 혼자서 렌트카센터에서 빌린 차로 드라이브 하며 그 도시를 누비며 다녔다. 
늦여름이라는 날씨가 그래도 나름 위로가 되였다. 
저녁 퇴근무렵때쯤 친구가 술한잔 하자고 한다.
나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 그렇다고 빼는 성격은 또 아니다. 내 주량을 잘 알고있고 정신 없이 마셔도 눈 뜨고 보면 늘 집이다. 필림이 끊겨도 집은 잘 찾아오나 보다.

아무것도 모르는 친구는 멀리서 온 내가 반갑다고 여행도 길게 다니는게 부럽다며 그런다. 씁쓸하다.. 정말 친한 친구지만 아직 이런 속내를 털기엔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것도 슬프다. 
중도에 친구 신랑 전화가 울린다. 그리고는 나에게 친한 동생인데 오늘 합석해도 괜찮겠냐고 묻는다.
괜찮다고 했다.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친구와 친구 신랑은 행복해 보인다. 나랑 내 신랑도 행복해 보인다고 주변 사람들이 자주 말한다. 내가 부럽다고도 한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 너도 혹시 신랑이랑 사이 별루인거 아닐까?
풉... 머 눈엔 머가 보인다더니 모든게 삐딱한 시선이다.

한참 지나니 친구 신랑 동생이라는 분이 오셨다. 말이 동생이지 알고보니 겨우 나보다 한살 아래다.
술이 들어가니 안하던 콧소리도 나간다. 웃음소리도 간드러진다. 리엑션도 커진다. 괜한 말에 눈 동그랗게 뜨고 정말 정말 하면서 호호 웃는다. 사실 별로 웃기지도 않는데...
옆에 앉아있는 그 동생한테 자꾸 눈길이 간다. 몰래 몰래 훔쳐보니 누군가를 닮은거 같다. 덩치좋은 에릭같다.
그리고는 갑자기 생각난듯 그런다.
"어머~ 너 평소 누구 닮았다는 소리 듣지 않어?"
"예? 누구?"
"너 에릭이랑 되게 닮았어~ 우왕  멋지다."
언제 말 놓자는 얘기도 없이 나는 은근슬쩍 반말을 해버렸다. 
술자리는 그런대로 무르익었다. 우리는 자리를 바꿔 호프집에 갔다.

호프집에서 맥주 마시니 속이 좀 불편하다. 레스토랑에서 나는 간만에 우아 좀떨어본다고 친구랑 와인을 마셨다. 그것도 둘이서 두병을... 
나한테는 치사량이다. 호프집에서 맥주 마시니 속이 울렁하는게 도저히 참을수가 없다. 
비틀 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벽을 짚으면서 화장실에 갔다.
혼자서 괜히 헤벌쭉해서 웃는다. 술마시고 취기오르는 그 기분이 왠지 묘하게 슬프면서 좋다.
세상이 콩알만해보이고 늘 머리속에 맴돌던 힘들고 슬픈 생각들이 다 날아가버린 느낌이다. 그러니까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냠냠 입맛 다시고 화장실에서 나와서 손을 씻는다.거울속에 비친 나를 봤다.
술기운 탓인지 얼굴이 발가스레하다. 눈도 반쯤 감겨 졸리는듯 싶어보인다. 거울 속 나를 보면서 히쭉 웃는다. 
갑자기 속이 울렁하면서 위로 치고 올라온다. 싱크대에 그대로 토해버렸다. 꼴에 정신은 있는지 수도꼭지를 틀고 내려보낸다. 머가 좋은지 또 히죽히죽댄다. 입가심 하는데 친구가 왔다.
"뭐야? 토했어?괜찮아?"
"응. 토하니까 정신 나는데? ㅋㅋㅋㅋㅋ 아까 먹은거 다 날라가버렸어. 더 마실수 있을거 같아."
"더 마시면 너 맛이 가겟다. 오늘은 그만 마시고 들어가서 안주만 먹어. 알았지? 아니면 호텔 바래다 줄까?"
"기분 깨게 중도에 빠지기 잇기 없기. 난 없기~ 가자~ 니 신랑 기다리겠다."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보는 친구를 뒤로하고 나는 또 비틀 대며 자리에 왔다.

"어~ 우리 에릭 못본사이 더 멋있어 졌넹?"
그리고는 손을 뻗어 그애 얼굴을 만졌다. 살포시 그의 팔에ㅜ기댔다. 
덩치가 크니 나란히 앉아 있어도 내 머리가 어깨까지 올라 못간다.
눈을 감으니 참으로 평화롭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번쩍 뜨고 술잔을 쳐들고 얘기한다.
"어머~ 죄송죄송~ 하마트면 잠들번했슴다~ 다 같이 한잔 ~~"
맥주 한잔 원샷하고는 주섬주섬 가방 쥐고 나선다.
나는 술 취하면 저도 몰래 가방 들고 집에 가는 버릇이 있다. 쉽게 말해 중도에 튄다.
친구들이 나 없어졌다고 저나할때면 나는 이미 내방에서 저나 받거나 집으로 가는 택시우에서 니들끼리 놀아 나 먼저 집에 간다 그러고는 전화 끊는다.
내 친구들도 내가 가방 들고 일어나면 음 취했구나하고 바로 알아버린다.
친구가 따라 나선다. 가려는 나를 붙들어 쏘파에 앉힌다. 그러기를 반복했다. 친구는 술 좀 편하게ㅜ마시자며 야단이다.
ㅋㅋㅋㅋㅋ 또 히죽히죽 웃는다 
또 몇잔 마시다 가방 들고 일어났다. 
밖에 나가 택시 잡고 문 열려는게 문이 도로 쾅 닫힌다. 그리고는 어쩔새 없이 질질 끌려갔다. 
"누나 정시 있슴까?길 한복판에 뛰여들무 어찜까?!!"
헤롱해서 둘러보니 친구 신랑 동생이 따라나와 나를 끌고 도로변두리에 왔다.
"어머~ 우리 이쁜 동생~ 누나 걱정대서 왔어?히히힛"
그리고는 휘청하다가 그애한테 안겨 버렸다.
그의 품은 넓고 따뜻했다. 덩치 좋은 사람이 이래서 좋구나 싶은 생각에 픽 웃어버렸다.
그애는 어찌할바를 모르는지 두손은 내 몸 어디에도 대지 않았다. 뭐야? 내가 안겼는데 목석같이 서만 있어? 자존심이 확 상해 버리려는 순간 갑자기 속이 또 울렁한다. 내딴에는 잽싸게 고개 돌려 토할곳을 찾는더는게 결국엔 그애의 바지에 실수를 해버렸다.
그는 말없이 서있었고 나는 그런 그를 올려다 보며 말했다.
"초면인데 내가 너한테 별꼴 다 보이는구나.. 그럼 뭐 어때, 우리 다시 볼 사이도 아닌데 그치?"
혼자서 중얼 거리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누나. 어서 들어가기쇼."
그애는 나를 옆에서 부축해준다. 
갑자기 모든게 다 우스워졌다. 말 그대로 눈에 뵈는게 없었다.
"너 이름이 뭐랬지?"
"에릭임다."
"풉~ 너두 에릭이 멋있는건 아는구나. 그래, 너 나이두 어린게 누나한테 흑심 품으면 안돼! 유부녀들은 총각이랑 상대 안해~ 그러니까 너도 꿈깨라~"
"에에 알았슴다."
"말 잘 듣넹? "
그리고는 무작정 달려들어 키스 했다. 그애는 그저 가만히 있었다. 가만히 잇는다는 사실에 왠지 더 화가 났다. 이쉬키 내 자존심 좀 긁네?! 
"뭐야? 너 나랑 자고싶냐?" 더쎄게 나가고 싶다는 되지도 생각에 나는 멘트를 마구 날려버렸다.
"누나  왜 이램까, 누나 취했슴다. 우리 빨리 들어가기쇼."
"그래, 알았어. 너 오늘 나랑 있는거야 약속했다~ 가면 나 진짜 화낸다!"
그리고는 비틀 거리며 다시 호프집에 들어갔다.
그리고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친구와 친구 신랑은 나를 며칠째 투숙하고 있는 호텔에 데레다줬고 그애는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친구는 혼자 있는 내가 걱정된다고 자기집에 가던지 아니면  오늘 여기서 같이 자겠다는걸 내가 니네 부부 금이 가게 할일이 있냐며 막무가내로 등떠밀어 보냈다. 
침대에 털썩 누워 그 정신에 언제 그애를 위챗 추가했는지도 몰랐는데 리스트에서 용케도 찾아 방 번호를 알려줬다. 
한참후 초인종이 울린다. 그애다.
우리는 누구라 할것없이 한참을 안고 있었다. 그리고는 미친듯이 키스했다. 
비록 남편이랑 사이가 별로였지만 내가 지금 넘지 말아야 할 선 바로 앞에 와 있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러나 수없이 들이 부은 술과 쌓이고 쌓인 분노는 갑자기 폭발하듯 이내 그런 죄책감과 망설임을 덮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낯선 남자와 외도를 해버렸다.
언젠가 누군가의 글에서 이런 문구를 본게 생각났다. 여자는 마음으로 잠자리를 한다고. 
딱 그랬다. 그애와의 잠자리. 
내 가슴이 뛰지도 설레이지도 않았다. 그저 오랫동안 분출구를 찾지 못해 헤매는 몸의 분노를 달래주는 한낱 욕망을 불사르는 거였다.
죄책감도 실망감도 그렇다고 행복감도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애 옆에서 오랫만에 깊고도 안일한 잠을 잘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나는 호텔에 있는 사우나에 갔다. 언제 들어갈 타이밍을 찾기가 애매해서 밖에서 점심까지 먹고 호텔에 들어갔다.
생각이 많아졌다. 얘를 어떡할까? 그냥 없던 일로 하고 모르는 사이로 지내면 되겠지? 그래 지우는거야.
저녁 친구들과 모여서 밥을 먹는데 웬 낯선 번호가 들어온다. 
"여보세요?"
"머함다?"
"누구?"
"내 목소리 벌써 잊었슴까?"
설마했는데 그애다. 내 번호 어떻게 알았지? 나는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밖에 나갔다.
"어... 그... 래... 근데 내 번호 어떻게 알았어?"
"어제 찍어줬잼까.. 기억이 안남까?"
"아 그래? 잘 생각이 안나서."
"머함까 지금?"
"친구들이랑 밥 먹고 있어."
"누나 속은 좀 괜찮슴까?"
"응 괜찬아. "
왠지 어색했다. 이미 내 나름대로 그애와의 선을 확실히 그어 났는데... 
"... ..."
"... ..."
한참동안 말이 없이 침묵만 흘렀다.
"누나 언제 감까?"
"응 며칠뒤에 갈꺼야."
"가기전에 날 만나겠슴까?"
"왜?"
"... 아 그냥.."
"시간 되는거 보자."
"에 알았슴다. 내 누나 전화 기다림다에."
"알았어."
전화를 끊고 나는 자리에 돌아왔다.



추천 (3) 선물 (0명)
IP: ♡.34.♡.137
lovesunny (♡.146.♡.24) - 2014/03/07 08:55:11

잘 밧습니다.
현실적인 글이네요..ㅎㅎ
추천

비퀸이 (♡.34.♡.137) - 2014/03/08 21:13:19

감사합니당~~꾸벅~

songhu1004 (♡.112.♡.111) - 2014/03/07 10:18:37

댓글 수정하려다 삭제했네요.
이거 실화 맞으시죠?
표현이 리얼해서요. 추천할게요~

비퀸이 (♡.34.♡.137) - 2014/03/08 21:13:55

실화인지는 노코멘트 하겠슴니당~ 히힛~

북위60도 (♡.60.♡.229) - 2014/03/07 12:14:47

넘지 말았어야하는 선이 있기는 하나 어떤 환경 어떤 상황 그리고 어떤 마인드가
중요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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