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종2

비퀸이 | 2014.03.07 02:00:12 댓글: 5 조회: 2058 추천: 3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2093705
전화를 끊고 들어오니 친구들은 남편한테서 온줄알고 닭살이라며 오바한다. 내 남편은 내가 지금 어디잇는지 관심도 연락조차도 없는데 말이다.
간만에 친구들이랑 모이니 시끌벅적하다.
"얘들아, 우리 주말에 머할까?간만에 바다나 갈까?"
"그래 그래 그게 좋겟어. 아직 날씨가 더우니까 수영하기도 딱 좋고~ 저녁에 술한잔 하고~ 그게 좋겠어."
"그래그래. 좋아. 그럼 토요일에 우리 얘가 묶는 호텔에 모여서 같이 출발하자."

얘네들은 일방적으로 스케쥴을 잡아버린다. 내 의견도 묻지 않고... 휴가니까 의례 일없을줄 알고 알아서 정하는거다. 
내 친구들은 거개가 이렇다. ㅋㅋㅋㅋㅋ 
토요일 아침 일찍도 왔다. 아침잠이 많은 나에겐 고역이다.여자 넷이서 수다 떨면서 브런치먹고 주섬주섬 짐 챙겨가지고 바다로 떠났다. 
주말이라 사람이 꽤 있다. 우린 수영복 갈아입고 바다에 풍덩풍덩 뛰여 들어 어린애들마냥 깔깔 대며 놀았다.
수상 오토바이  아저씨가 와서 타겠냐고 한다. 나랑 영이가 한오토바이에 탔다. 영이는 오토바이 모는 아저씨가 뚱뚱해서 허리를 안은 손이 닿지 않는다고 한다. ㅋㅋㅋㅋㅋ 
"준비 됐습니까? 자 갑니다~~"
아저씨의 신호와 함께 오토바이는 진짜 붕~~~ 하고 출발했다. 예전에 카딩처 게임 하면서 캐릭터들이 출발할때 머리가 뒤로 당겨지던 딱 그 포즈다..
오토바이는 고요하게 출렁이는 검푸른 바다 한가운데를 정신없이 가로 질러 갔다. 
갑자기 가슴속이 뻥! 하고 뚤리는거 같있다. 늘 무겁게 누르고 잇던 무언가가 날아가는 느낌이였다. 난생 처음이다 이런 홀가분한 느낌.
기분이 묘하게 좋으면서 흥분이 된다. 이리저리 기우뚱하면서 오토바이를 몰아준 덕분에 우리는 짜릿함을 느꼇고 좋아서 꺅꺅 소리 지르니 오토바이 아저씨는 더 신나는듯 더욱 쎄게 기우뚱 거려주셨다.
덜컹대는 오토바이 우에서 달랑 구명조끼 하나 입고 빠지면 죽는다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영이 허리를 안고 매달렸다. 
다시 모래사장으로 돌아와 보니 저만치 다른 오토바이를 타고 나간 민이는 뒤에타서 어쩡쩡해 있다가 바다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그런 그가 잼있다고 영이와 나는 배를 끌어안고 웃어댔다. 한참을 웃고나니 눈물이 흐르는줄도 몰랐다.
바다에 모든 걸 비우고 온 느낌이다. 
저녁 먹으러 갈려고 옷갈아 입고 핸드폰 확인했더니 부재중 전화와 문자가 여러통 와 있었다.
누구지? 
"누나. 머함까? 저녁에 시간되면 같이 식사하기쇼."
"누나?응답해라 오바"
"누나, 우째 저나 아이 받슴까ㅠㅠ"
"누나, 혹시 무슨 일이 잇슴까 아님 내가 싫어서 그램까.싫으무 얘기하쇼. 내 누나 귀찮게 안 할께."
오후 내내 바다에서 놀때 온 문자들이다. 
저녁 먹자는건 뭐지? 오늘 나랑 자겠다는건가? 훗, 겁대가리 없이...
일단 다 챙겨가지고 우리는 바다근처 포장마차에 왔다.다들 기분이 최고인듯 싶다. 해산물에 맥주가 웬 말이냐며 흰술을 시킨다. 흰술 마시지도 못하는데... 
나는 애들이 웃고 떠드는 사이 혼자서 오만가지 생각을 했다.
'답장 해 말어? 만나자고 하면 만날까? 진짜 그냥 밥만 먹고 헤여지진 않겠지? 저번엔 술 마시고 그랬다해도 오늘은 말짱한데.. 어떡하지.. 휴..'
일단은 문자를 보내기로 했다.
"미안, 오늘 바다왔어. 핸드폰 안 챙겨서 이제 확인했어. 저녁은 여기서 먹고 있으니까 나중에 보자."
"아 그렇슴까.. 나는 누나 또 나르 미워하는줄 알구.. ㅠㅠ 늦으면 내 누나 데릴라 갈까?"
"아니야. 혼자 갈수 잇어. 걱정하지 마."
"에, 누나 시내 오면 문자하쇼."

나랑 자고 싶으면 자고 싶다고 얘기하지 먼 놈의 자상을 떨어. 기대고 싶게...
나는 핸드폰을 내려다 보며 혼자 중얼 거렸다.

흰술 참 독하다. 목이 타는거 같다. 한번씩 마실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냥 맥주 마시겟다니까 친구들은 배탈 난다며 해산물의 방자함은 흰술로 죽여야한다고 야단이다. 
한잔 두잔 들어가니 눈앞에 보이는 바다가 그저 우리집에 걸어놓은 풍경화같다.
술 마시면 다 좋은데 딱 하나 싫다. 외롭다는 생각이 너무 커져버리는것이다.
갑자기 그애가 생각났다. 핸드폰을 보니 벌써 여덟시다. 이 포장마차에 세시간이나 죽치고 앉아 있었구나. 술병도 친구가  생겼다. 언제 더 시켯는지도 가물가물하다.
반쯤 풀린 눈으로 문자를 해댄다. 꼴에 오타는 보이는지 틀리게 안 쓰겠다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우리 에릭이 모해?"
보내자 마자 답장이 온다.
"누나 전화 기다림다."
"요고~ 누나 좀따 갈건데 같이 술 한잔 할래?"
"누나 어딤다? 내 지금 데릴라 갈께."
그놈의 데릴라 온다는 소리!!! 내 남편도 날 어디 데릴러 안 오는데 니가 왜 자꾸 데릴러 온다는거야.. 갑자기 짜증이 확 났다. 내가 남편한테 이런 평범한 사랑조차 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갑자기 슬퍼졌다.
나는 가방을 쥐고 일어났다. 그애를 만나야겠다.
"야야  쟤 취했어. 우리도 일어나자."
"벌써? 얼마 마시지도 않았능뎅.. 힝.."
애들이 나 도로 앉히느라 어깨를 꾹꾹 누른다.
전화가 진동이 울린다. 그애다. 나는 도로 꺼버리고 문자를 했다.
"나 친구들이랑 잇어. 불편하니까 저나하지 말어"
민이는 이제 막 시작인데 어딜 가냐고 아우성이다. 일단 시내에 가야겠다. 애들 기미를 보니 조만간 자리를 뜰거 같진 않다. 

"모기도 있는거 같고 우리 차라리 호텔 가서 마시자. 어차피 나 혼자잖아. 글구 오늘 니들 다 같이 자구 가. 내일 일요일인데 늦잠자구 다 같이 해장 하자. 오케이?"
"그게 좋겠어~ 가자 ~"
다들 술 한잔 한거라 대리를 불러서 시내에 갔다. 차에서 오면서 연해 도시는 참 좋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바다에 갈수 있우니 말이다.
전화가 진동한다. 그애다. 친구들은 기운이 나는지 아직도 수다다. 대리 아저씨가 좀 귀찮았을듯....
나는 도로 꺼버렸다. 
문자가 온다.
"누나.. 무슨 일 있슴까?"
" 없어. 지금 시내로 가는중이야. 불편하니까 나중에 저나할께. 오늘 친구들이랑 호텔에 묵을꺼야."
"에. 도착하면 전화해주쇼."

30분 달리니 금방 호텔 도착이다. 친구들은 매점에서 맥주랑 안주 그냥 바리바리 챙겨든다. 저걸 다 마실래나.. 하긴 니들이면 가능하지 ㅋㅋㅋㅋㅋ

로비에 들어서는데 문자가 온다.
"누나, 호텔에 짐 두구 나오면 안 됨까? 내 지금 누나 호텔앞에 있슴다."
"알았어. 기다려."
나도 몰래 답장을 해보렸다. 나는 어쩌면  그애를 만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친구들이랑 호텔에서 올라가서 다시 술자리가 시작됐다. 신경이 쓰였는지 정신이 점점 말짱해지기 시작한다. 캔으로 마시는 맥주라 마시는 시늉만 했다. 밖에서 홀로 기다릴 그애가 생각나서 도무지 수다에 집중할수가 없다.

나는 핸드폰 챙겨들고 슬며시 일어났다.그리고는 엘리베이터 타고 호텔을 나섰다.
"어디야?"문자를 보내고 나는 사방을 두리번 거렸다.
저만치 앞에서 차문 유리가 내려지더니 그애가 고개를 불쑥 내민다.
"누나, 여기"
내딴에 똑바로 걸는다해도 몸은 아직 비틀비틀이다.
조수석이 올라 문을 닫았다. 1초라도 어색한게 싫어서 나는 쿨한척 얘기했다.
"뭐야, 여기 있었던거야?"
"에. 새벽까지 기다릴 각오르 하구 왔는데 다행이 생각보다 빨리 왓슴다. 히히"
"좋니? " 나는 더 애간장 태웠던거 싶은 생각에 심술이 났다.
"늦게 오면 어쩔려구 너 그래. 글구 나 좀있다 들가야대. 얘네들 지금 호텔에 있어."
"누나 진짜 들어가겠슴까?"
"당연하지."
"나랑 있으면 안됨까?"
"뭐래니, 맞기전에 차 돌려라응." 말은 그렇게 하면서 진짜 그대로 보내주면 어떡하나하고 속을 졸였다.
영이한테서 전화가 온다.
"야, 이뇬아 어디야 너? 변기에 빠졌엉?"
혀가 꼬부라ㅜ지는걸 보니 이젠 슬슬 제정신이 아닌거 같다.
"응 나 밖에 볼일 좀. 좀 늦게 들어갈테니까 니들이 먼저 자."
"그래. 변기에서 못 나오겠으면 저나해."
들리는지 그애는 풉하고 웃는다. 
말없이 차세운다.  커피숍앞이다.
"누나, 우리 커피 한잔 할까?"
"나 커피 안 마셔."
"그럼 누나 쥬스 마시쇼."
그러고는 나를 말똥말똥 쳐다본다.
"너 오늘 나랑 자고 싶니?"
"..."
이런 쒸... 술을 마시면 나는 이렇게 머리로만 생각해야 되는걸 입밖에 내뱉고 만다. 
그애는 시선을 피해 앞쪽만 주시한다. 후회해도 늦엇을 타이밍이다. 휴...
엎질러진 거 머 어떡하겠어. 다시 돌아가면 얘를 볼일도 없는데.
"그래. 오늘 나랑 자자."
"누나, 미안함다."
"뭐가? 그런 말하지 말고 가자."
나는 차에서 내렸다. 그애도 내린다.
우린 가까운 호텔에 체크인 하고 들어갔다.
어제만큼 격정적인 키스도 없다.
나는 그애를 의식적으로 투명인간 취급했다. 그애를 의식한다는게 싫었다.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술기운인지 잠이 소르르 온다.
눈을 뜨니 방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다. 더듬더듬 만져보니 그애가 내옆에 누워있다.
"자?"
"아니, 누나 무슨 일이 있슴까?"
"응? 왜?"
"아니.. 그냥.."
왜그러지 하면서 얼굴을 만졌는데 눈 양쪽에 눈물 흘러 머리카락이 젖어버렸다.
꿈도 안 꾸었는데... 나는 이제 내가 무슨 일때문에 슬퍼 하는지 조차도 몰랐다.
그래도 나의 변화를 눈치 채주는 그애가 내 옆에 누워 있다는게 참으로 많은 위로가 되였다. 
"일루와, 누나가 안아보자."
그애는 큰 덩치르 내 품에 안긴다. 그런 그가 너무 이뻣다.
이누무쉬키  누나 마음 흔들리게 하는구나. 그러면서 나는 내가 유부녀라는 사실에 정신을 차렸다.
"이쁜 에릭이를 누나가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구나."
"정말? "
"응 난 가끔 니 생각 날거 같다. 넌 내 생각 하던지 말던지 맘대로 해."
"어째서?"
"니 맘이니까. 근데 여친 생기면 말해라."
"예?"
"니 여친 불쌍하게 만들 일이 있냐?"
"아... 하..."
"왜?"
"아임다. "
"어째? 말해라."
"누나 쿨해서 그렇슴까 아니무 유부녀들이 다 이렇슴까?"
"유부녀인 내가 쿨해서 그렇다. 다른 사럼은 어떨지 니 만나서 연구해바라."
"누나 무슨 말으 그리 섭섭하게 함까?"
"우리둘 사이에 무슨 섭섭이 있니, 쿨만 있으면 되지. 안그래?"
"... "
한참을 말없이 있다가 그애는 나를 자기 품에 꼭 안아줬다. 
그래, 순순히 너랑 잠자리해주는 여자한테 이정도는 옵션이겠지. 
그러면서도 이렇게 밖에 서로를 알수밖에 없은 현실이 원망스러웠다. 내가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참.. 무엇을 더 바라고 있는지...
우리는 어제와 달리 좀더 천천히 서로에게 다가갔다. 꼭 마치 연애하는 사이처럼.
그러나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의 잠자리는 말그대로 몸만 불 사른다.  분위기 잡고 했던 키스들도, 공들여 했던 애무도 한낱 헛수고에 불과했다. 차라리 술에 취해 한껏 들뜬 상태에서 하는 잠자리가 훨씬 더 기대적이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실망적이진 않았다. 왠지 모를 홀가분함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벽쪽으로 돌아누운 나를 뒤에서 살며시 안아준다. 이런 느낌 싫지만 좋다. 그만큼 복잡하다는 얘기다. 
오늘도 깊게 안일하게 나는 잠들었다.

아침 일찍, 나는 택시를 잡아타고 호텔에 왔다. 나름 잘 깨어나는 민이에게 저나해서 문 열어 달라고 했다.
민이는 안 떠지는 눈을 집어뜯으며 나보고 몇시냐고 묻는다.
"응 새벽 세시야. 얼른 자자."
방안에 두꺼운 카텐 때문에 얘네들은 아직도 밤중이다. 사실은 아침 일곱시도 넘었는데.ㅋㅋㅋㅋㅋ
그런대로 나는 아무 일도 없는듯 호텔에 돌아왔다. 

추천 (3) 선물 (0명)
IP: ♡.206.♡.193
쉬때기 (♡.169.♡.44) - 2014/03/07 08:04:39

잘썼슈..화이팅

songhu1004 (♡.112.♡.111) - 2014/03/07 10:17:27

12시까지 기다리다 잠들었는데~
새벽에 올리셨네요.
문맥이 좋아서 현실감이 팍 안겨오네요.
다음집 기다릴게요

비퀸이 (♡.34.♡.137) - 2014/03/08 21:14:52

댓글은 나의 힘!!! 빨리 올리꼐요.

북위60도 (♡.60.♡.229) - 2014/03/07 12:24:22

잘 봤습니다.추천!!

희망태양 (♡.44.♡.226) - 2014/03/07 14:26:52

재미있어요. 다음집이 기다려집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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