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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시 신화서점 조선말 도서

잃어버린 그때의 우리를 추억하며...

newsky | 2014.01.03 12:31:10 댓글: 4 조회: 1418 추천: 2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2020174

은이의 전화다.
여기저기 사람들을 알아가고 금방 마음을 열고 친해지는것이 싫은 나에게 내가 선호하는 좁고 긴 인간관계를 대변해줄 사람이 그녀다.
시댁얘기,남편얘기,친정얘기...
참 당차고 열심히도 살았던 우리의 이십대시절...가난이 두렵지도 부끄럽지도 않았고 열심히 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런 비교를 당해야 하냐며 울분을 토하고 있었다.
시댁어른들이 고향 공상국에서 자그마한 직위 하나쯤 맡고 계셨나보다.물론 언녕 퇴직을 하시고 지금은 집에서 천륜지락을 누리고 있으시지만...
그런 시댁어른들께 은이가 늘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문학을 즐기는 투박하지만 사리밝고 성실하고 다식했던 아버지의 형상은 큰 의미가 없는 존재였을까?
그냥 한낱 시골에서 땅을 파헤치는 농부라고 생각하고 아무생각없이 툭 툭 내뱉는 말들이 그녀의 가슴을 아프게 하나보다.
누구네 장인장모는 한국에서 번 돈으로 차도 사준다는데...
누구네 장인장모는 딸 결혼때 집팔아서 십만원 해줬다는데...
우리 친구들이 며느리 결혼할때 장인이 뭐해줬나 묻기에 우리 며느리네 집안이 못살아서 아무것도 못해줬다고 말했어..............
결국 많이 변했다고들 하지만 아직도 이런 생각이나 관념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삶을 옭아매고 있었다.살아가는데 있어서 그렇게나 중요한 일들인가 싶다.

가난,가족...그건 그녀 맘속깊이에 자리한 아픔이였다.
그리고 홀로 서기로 많은 걸 이겨내고 석사공부를 마치고 그녀자신이 동경했던 출판사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문학의 끈을 잡고 당당히 한자리하고 있는 그녀에게도 나름대로의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 그녀의 편집원고를 아무렇게나 집어던지며 난 니가 하는 이런 일이 대체 뭔지 모르겠다는 시아버지의 말에 결국 그녀는 발끈하고 말았다.
그 어디에도 울분을 토할길이 없어서였을까?
아니면...그 어떤 말로도 그녀자신의 기분을 표현할수가 없어서였을까?
그녀는 다소 각박한 언어로 자신의 분노를 하소연하고 있었다.
평생 이렇게 공무원이였다는 큰며느리 집안이랑 비교를 당하며 살아야 하니?난 내자신이 열심히 살았고 당당하면 어디에서든 꿀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막말로 내가 무슨 대단한 집안에 시집을 가서 대단한 덕을 보는것도 아닌데 왜 이런 무시를 당하고 왜 저런 세속적인 잣대로 내 자부심과 신념을 우스워하는건지...
그냥 시간에 맡겨...
이해하려고 하지도 말고 잊으려고 하지도 말고 그냥 시간에 맡겨봐...이년쯤 지나면 괜찮아질거야...

조용히 전화를 끊고 때마침 걸려온 남편의 전화에 울컥했다.
불똥이 그쪽으로 튀려고 한다.
-와이프가 하소연하는 소리가 그냥 별것아닌 일로 댕댕거리는 소리처럼 들리지?하지만 난 그 소리가 너무 마음 아프고 슬프다.
왜 그러냐고 묻는다...
-이렇게 변해버린 모습이 너무 서글퍼서 그래...

더운날,추운날 가리지 않고 방학만 되면 과외비버느라 바삐 돌아치고...대학내내 신문사에서 알바를 뛰면서도 늘 깔깔거리며 웃음을 잃지 않았던 그녀...
나보다 사람들과 잘 어울렸고 나보다 둥글둥글 대처하는 법을 일찍 알았던 그녀...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자그마한 성공 하나쯤 거두면서 살자고...많이도 말고 적게도 말고 그냥 쉬면서 커피한잔 할수 있는 자그마한 서점하나쯤 가지고 있으면 참 좋지 않을까?소박한 소망으로 충만했던 우리...
무엇이 그리도 널 날카롭게 만들었는지...
정말 이년쯤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지...
결국 내마음을 비우고 대충 살아가는게 편하게 살수 있는 법이라는것을 받아들일 날이 올지...
그때쯤이면 눈가의 잔주름들을 여유롭게 세여가면서 한때는 그렇게 잠깐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노라 웃으면서 얘기할수 있을까?

참 씁쓸했던 겨울밤...
어떤 변화가 와도 우리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갈수 있었으면 싶다.
그러기위해선 좀 더 많은 시간과 내공이 필요하겠지?
힘내자 은이야,내마음의 소리가 너에게도 들릴수 있기를 바래볼께.


추천 (2) 선물 (0명)
IP: ♡.239.♡.170
I판도라I (♡.64.♡.245) - 2014/01/05 00:28:26

마음속 깊이 와닿는 이야기인것 같습니다.세속의 잣대로 자기 소신을 잃으면 안된다고 은이라는 친구분께 전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우리는 다른 사람의 눈에 비쳐진 모습이 아닌,자기 스스로의 모습을 사랑해야 합니다.흔들리는 순간 자신을 잃게 될거니까요.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newsky (♡.239.♡.170) - 2014/01/06 16:36:37

뻔히 알고 있는 도리지만 그 속에 처하고보면 생각처럼 안되는게 사람마음인가봐요.
시간이 지나고나면 어느 순간 갑자기 깨닫고 홀가분해질때가 있겠죠.
나이가 들수록 이런저런 모순속에서 살아가는건 더이상 예전처럼 순진해서도,보이는대로 믿지도 못해서인지...가끔은 원래의 난 어떤 모습이였나 생각하다보면 금새 서글퍼지기도 하네요.
그래도 항상 그끈을 놓지 말고 나자신의 모습을 사랑해야 할건가봐요.

Rebecca128 (♡.214.♡.54) - 2014/01/08 11:44:12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너무 현실적이인 이야기 인것 같습니다.
너무 마음에 와 닿습니다.^^

newsky (♡.239.♡.170) - 2014/01/08 16:13:32

타인의 생각을 내 의지대로 바꿀수는 없으니 결국 스스로 마음을 비우는 수밖엔 없는것 같아요.
아직은 때가 아닌지 많이 힘들어하는 친구가 안쓰러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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