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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시 신화서점 조선말 도서

바람처럼 2

고소이 | 2013.11.29 14:42:37 댓글: 1 조회: 901 추천: 1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1992129

날씨는 춥고. 집에 들어가서 빨리 끝난 맡선에 대해 둘러댈 이유는 많지만 기왕 이렇게 나온바에 벌써 들어가고 싶지는 않고. 어떡하나.

 

카페 유리에 비친 아이보리색 코트를 입을 모습. 미인형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쁘지는 않다. 어깨선 까지 내려오는 머리. 화장을 해그런지 커보이는 . 여기저기 군살은 있지만 코트로 가려져서 제법 맵시나 보이는 몸매. 오랜만에 꾸민듯한 내모습. 봐줄만도 했다. 그런데 어딘가 이렇게 비어있는 느낌이지. 정말 나도 이젠 외로움이라는걸 타나? ,, 안됐다 나설영.

어디든 무작정 걸었다. 춥긴 했지만 드라마속 장면을 떠올리며 추위를 따뜻하게 녹여보려고 무작정 걸었다. 모태쏠로는 아닌데 연애를 못한지가 벌써 사년이다. 고로 남자품에 안겨보지 못한지가 사년이다 이말인즉, 조금 처량한건 사실이다. 특히 여자는 시집을 일찍가야 사랑을 받고 산다고 세세대대로 전해져내려온 우리 엄마 집에서는 나같은 애는 더욱더 고물 취급인것이다. 언니는 두말할것없이 이미 약혼반지를 나눠낀 미래의 유부녀고 아직 이렇다할 일자리 못찾은 나한테 결혼이 최상의 선택이라며 하루가 멀다하고 말씀하시는 엄마때문에 오늘까지 맞선은 두번째지만 결국 이렇게 영점으로 돌아오고 만다.

 

첫번째 맞선은 석달전이였다.

제가 워낙에 외모지상주의가 아니라서 모델 같은 마네킹까지 바라지는 않지만 그래도 공식석상에 같이 나가거나 가족모임같은걸 할때면 그래도 저한테 어울릴만한 그런 여성분을 생각하고 있구요.”

공식석상은 그렇다 치고 가족모임은 대채 어떤 가족들이 쳐오시길래,,,

..”

이렇게 언뜻 봐서는 확신은 안서지만 그래도 가슴부분은 조금 손댈필요가 있다고 보구요. . 그리구요. 제가 아티스트방면에 굉장히 취미가 많아서 서양예술이나 동양예술 다양하게 미리 배우는게 어떨가 싶구요

....”

마치 신붓감을 재단하러 온듯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리폼설명을 늘어놓는 이마가 훤히 벗겨진 바다코끼리상을 마주한채 그렇게도 싫어하는 아메리카노를 반컵이나 마셔버렸던 기억이난다.



애초부터 이런 인조적인 맞선을 싫어하는 나한테 그날의 경험이후로 맞선은 거부감과 심지어 혐오의 대상이였다.

만날 사람은 언젠간 만나게 되겠지. 세상이 얼마나 좁은데. 바로 돌아서면 만날지도 모르는데. 죽을때까지 못만난다면 다음생에 다시 만날수도 있는거고. 인연을 찾고 기다리는 그시간, 그것도 그사람에 대한 사랑이 아닌가? 억지로 끈을 잡아끌어 묶어놓으려고 하는것은 나의 사랑의자유에 대한 박탈과 파괴가 아닌가 싶다.

얼마나 걸었을까, 추위도 녹일겸 오후 스케줄도 짜볼겸 근처에 보이는 카페로 들어갔다. 겨울에 어울리는 감미로운 이정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한참을 노래에 심취해있다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열두시 삼분.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맞선남과 고급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겠지만 지금의 국밥한그릇 함께할 편한 친구가 절실했다.

뭐해.”

나지금 회사사원들이랑 점심먹고 있는데

노해아. 대학 사년을 꼬박 놀아놓고 나보다 더빨리 취직 이년.

그래. 며칠전에 취직했었다지. 그래서 그날 새벽 두시까지 괴롭혔다지. 지금쯤 부장님 대리님 하면서 점심을 아주잘 드시고있겠지. 그. 너라도 잘돼야지.

조금은 씁씁해진 기분을 던져버리고 다시 휴대폰을 뒤척였다.

그럼 나보다 열공했던 상희한테 전화를 걸어볼까?

아주 잠깐의 통화음이 울리고

여보..”

세요 라는 네마디 여유도 주지 않은채 상대방 목소리가 들려온다.

상희 지금 없습니다

망할 윤대영. 최상희 남친이 제일 맘에 안들어. 로봇이냐. ?

전화를 건지 삼십초도 안돼 끊어진 휴대폰을 들고 허망한듯 더이상 필요가 없게된 휴대폰을 넣으면서 윤대영을 마음속으로 열번넘어 갈겼다.


그래 . 인생은 혼자 서는거야. 올때도 혼자 갈때도 혼자. 사람 풍경. 아름답잖아.

~~ 저렇게 일인 고기집도 있는거고.

마침 창문너머 길건너 보이는 일인 고기집이 잠시나마 상처받았던 마음을 깡그리 달래준다.

아주아주 맛있게 고기 이인분을 뚝딱 해치우고 다시 발걸음을 향했다. 어떤 새책이 들어왔나 시간도 떼울겸해서 대형서점을 찾아 곧장 안으로 직행했다. 기분좋게도 이리저리 책을 둘러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 책이 마음의 식량인거지. 한겨울의 부츠고 손난로고 나설영의 연인인거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월간 베스트셀러드코너에 들어가 보지못했던 한권을 집어들었다.

여우별.. 고은설 작가.. 차기작이네?

대학교때 처녀작을 내고 십대와 이십대들 사이에서 한순간 유명인사가 돼버린 젊은 작가다. 처녀작 <<영하온도>> 너무도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난다. 일년만에 차기작이라니. 이작가, 어리지가 않다.

여우별. 궂은날 구름 사이로 잠깐 났다가 사라지는 별이라. 이름이 예쁘네.

구석쯤 자리를 잡고 첫페지를 펼쳐 읽어내려갔다.


절반쯤 읽었을까. 날이 가는줄도 모르고 보고있었던 책을 접고 이미 어둑어둑해진 창밖을 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산을 하고 서점을 나오는데 이놈의 가방이 어찌나 작은지 이런 소설책도 들어가지않고 할수없이 들고가려니 손이 시려오기 시작한다. 역시 이런 가방은 어느짝에도 쓸모가 없어 쓸모가.

 

무슨 연극이야. 가자 가자

앞에서 걷던 두사람. 여자가 연극을 보겠다고 했는지 걸음을 멈추더니 그런 여자를 남자가 어깨를 잡아끄며 걸음을 재촉한다.


연극? 호기심에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별소리 소극장이란 극장 이름이 보였다.

여우별. 별소리. 오늘 많이 보네. 그나저나 언제 이곳에 이렇게 아담하고 예쁜 소극장이 있었나.

평소에도 소극장 연극을 한번 보고싶었지만 기회가 없어 여태껏 보지못했었는데. 오늘은 그냥 지나칠수가 없을것 같았다. 갑자기 짠하고 나타난 느낌이랄까? 보고나오면 다시 사라질듯한 그런 느낌?


지하로 돼있는 소극장 입구를 따라 들어가자 오늘 있게 되는 연극의 포스터가 붙여져있었다. 너와나라는 커다란 제목아래 형태를 알수없는 한사람의 그림자.

표를 사고 작은 극장안으로 들어갔다. 기다란 의자에 어느새 사람들이 꽤많이 앉아있었고 다행스럽게도 뒤쪽이 아닌 앞으로 세번째줄에 자리를 잡았다.

 

얼마안있어 극장안이 조용해지고 무대 조명이 밝혀지고 연극배우가 등장했다. 조금은 어둑한 조명 아래 연극배우는 무대에 놓인 나무의자에 앉았다.

처음으로 보는 소극장 연극. 처음으로 보는 한사람만 등장하는 연극. 오늘 나온것이 그래도 나온보람이 있구나 싶어 기분이 좋았다.

너와나. 죽은 연인을 그리고 사모하고 그리고 아직도 사랑하는 남자의 하루 스무네시간을 그린 가슴 잔잔하게 감동이 묻어져 오는 연극이였다.
그많은 대사와 벅찬 감정들을 육십분동안 연극 배우 혼자서 우리를 공간을 뛰어넘는 사랑이라는 그곳에 데려다놓았다.

연인에게 할말이 아직 안끝난것 같았지만 아니 영원히 끊기질 않겠지만 연극은 막을 내리고 사람들은 하나둘 극장에서 나가고 아직 그곳에서 돌아오지 못한나는 언제 울었는지 흐르는 눈물은 의식도 못한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작은
극장안에 따뜻한 감동이 짙은 안개처럼 내려앉았고 내가 마치 여인이라도 된듯 그가 한말을 하나하나 곱씹어보면서 오랜만에 사랑을 무척이나 부러워했다.

볼만했어요?”

 

익숙한 목소리였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고백하던 그목소리로 대본밖에 나한테 말을 연극배우였다.

그사람은 무대에서 나는 관중석에서. 기분이 오묘했다.

그쪽처럼 그렇게 처음부터 내내울고있던 분은 아직까진 처음이라서. 기분은 괜찮네요

내가 처음부터? 내내? 그렇게 눈물이 말랐다는 소리를 듣던내가 울었다니. 그것도 운줄도 모르고 넋을 놓고 울었다니. 저사람은 연극에만 빠져있을줄 알았는데 처음부터 내가 운걸 보고있었나?

예전부터 눈물이 없어서 다른 애들이 영화를 보며 훌쩍일때 그게 그렇게 이해가 안갔던 나였다. 그런데오늘 그렇게도 많이 울었다니. 일년치는 운것처럼. 그래도 기분은 괜찮았다. 그사람 말처럼.

여전히 바라보고 있는 그사람에게 갑자기 떠오른 말을 던졌다. 갑자기 떠올라 그렇지 그것보다 좋은 표현은 없을것 같다.

여우별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세상의 모든것이 여우별인줄 알았는데 여우별이 아닌것도 있었네요.”

“…”

연극배우는 난데없는 나의 말에 물끔물끔 바라만 볼뿐 말을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울린 장본인. 육십분동안 혼자 모든것을 연기해낸 대단한 사람. 이사람 어쩐지 기분은 괜찮다.

잘봤어요


아직까지 밀려오는 감동을 뒤로하고 아쉬운채로 발걸음을 옮겻다.

추천 (1) 선물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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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슬 (♡.136.♡.230) - 2013/11/29 16:25:09

책 보고있는 것같아요 추천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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