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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시 신화서점 조선말 도서

외로운 사랑5-변수

리해주 | 2013.11.23 02:07:35 댓글: 5 조회: 2657 추천: 4
분류실화 https://life.moyiza.kr/mywriting/1992119
혼자만 하는 기다림에 나는 지쳐가고 있었고 신경은 점점 날카로워 지고 있었다.
돌이켜 보면 나는 그걸 전환할만한 생각도 노력도 하지 않았던것 같다. 그저 그걸 묵묵히 받아만 들였던것 같았다.
그가 없는 밤이면 늦게까지 잠들지 못했고 신경이 예민해져 작은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곤 했다. 어깨는 늘 힘이 잔뜩 들어갔고 온몸은 경직된 상태가 되였다.
그러다 그와 함께 있는 날이면 온몸의 근육이 다 풀어지는 느낌이였고 며칠간 쌓였던 피로가 확 몰려오곤 했다.
이젠 내가 그와 함께 있을때 하는 일은 잠을 자는 것이였다.
그런 내가 그는 의아한듯싶다. 나를 잠꾸러기라고 놀린다.
니가 없어서 나 밤에 잘 못 잔다 라는 말은 내 마음 들키는것 같아서 그냥 그래 나 잠꾸러기야 하고 받아치기만 했다.

시간이 점점 흐르고 나는 점점 지쳐갔다.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서 용기내여 그에게 멜을 썼다. 
" 자기에게:
안녕? 
나 해주~ 멜 받고 깜짝 놀랐어요? ㅋㅋㅋㅋㅋ
요즘은 기분이 너무 좋아요. 너무 멋진 우리 자기랑 늘 함께 얼굴 볼수 있구 평범한 일상 자기랑 함께여서  너무 행복해요~ 
비록 우리가 평소엔 대화도 마니 안하지만 그래도 나는 우리 자기랑 같이 있는것만으로도 좋아요.  남들처럼 불붙는 열렬한 사랑은 아니지만 늘 평화롭고 소박한 사랑이라서 너무 좋아요. 
내가 자기에게 좀 더 큰 바램이 있다면, 나는 우리 자기 일상에 좀더 가까워 지고 싶어요. 오늘은 뭐했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내 생각은 했는지 스케쥴은 어떻게 되는지 등등~ 나랑 마니 공유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앞으로 우리 어느만큼 더 함께 있을진 몰라도 사랑하는 동안 우리 미쳐보아요. ㅋㅋㅋㅋ 후회없이 우리 사랑해 보아요. 
사랑해요.
해주가"

멜을 쓰다보니 지금 내 기분과는 너무 다른 밝은 이미지였다.안하던 애교도 섞어가며...
 사실은 울면서 썼다. 그가 나에게 했던 서운한 것들... ( 돌이켜보면 그땐 그의 무뚝뚝함이 너무 서운하고 서러웠다.)  섭섭한걸 왜 내가 그때 왜 말없이 참고만 있었을까.. 
나는 사실 성격이 이런걸 참을만큼 인내성이 있는게 아니였다. 
참으니까 후유증이 많다. 괜히 기분이 안 좋아지면 그가 무뚝뚝하던 모습이 그저 머리속에 영화라도 찍어놓은듯 생생하게 떠올라 더욱 우울하다.
그땐 진짜 콩깍지가 씌여서 였는지 기대치가 낮아서 였는지 아무렇지 않던 일들도 이젠 사소한것에 상처를 받는다. 그에 대한 내 기대치가 이젠 높아졌나 보다.

이튿날, 답장이 왔다.
"해주, 안녕?
메일 잘 받아 보았어요. 생각지 못했는데 메일 받아서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제가 평소에 말도 없고 답답해서 마니 무료했죠? 미안해요. 노력하고 있는데 잘 안되네요. 그래도 내가 해주랑 있을때 만큼 말 마니한건 처음이에여. 
나는 해주랑 있으면 기분이 좋아요. 그건 아주 고요한 바다가 가끔 부는 바람에 살랑이는 느낌이에요. 평온한 느낌...
눈감고 있으면 그대로 소르르 잠이 올것만 같아요.
나는 해주를 마니 사랑해요. 남들처럼 표현을 잘 하지 못하지만 해주 사랑하는 마음은 늘 최고로 커요. 같이 있으면 답답하고 재미없어도 내가 점점 노력해서 변화할께요.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서로가 잘 모르겟지만.. 나는 평생 해주를 사랑할꺼에요.
 해주를 사랑하는 내가"

메일을 읽으면서 나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걷잡을수가 없었다. 그 많던 원망도 기다림도 외로움도 그리고 불안함도 지금 만큼은 다 사라졌다.
그도 나를 위해 변화하고 있구나 라는걸 첨으로 알았다. 그도 노력하고 있구나... 

나를 평생 사랑하겠다는 말...솔직히 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세상엔 영원이라는게 없다. 그렇게 힘들고 아픈 사랑도 시간앞에 치유되고  아름답던 사랑도 색바래지는게 세월이고 시간이 아닌가... 
어디서 이런 멘트를...촌스럽게... 이런 말에 설레일만큼 나는 이제 풋풋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최소한 지금만큼은 이런 마음을 갖고 있다는데는 어느정도 흐뭇했다.

그뒤, 그는 문자도 마니 보내고 전화에서 오늘 저녁은 뭐하고 일있어서 어디 다녀온다고 "보고"한다 .그러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덧붙이기도 한다.
그런 그를 보면서 나는 흐뭇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이제 더이상 그가 우리집에 불쑥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내가 주말 내내 딴 약속 안 잡고 자기만 기다리는걸 눈치챘는지 미리 자기 스케쥴을 공개했다. ㅋㅋㅋㅋ 
기약없는 내 기다림은 이제 끝나는듯 싶었다. 
오랫만에 나는 자유를 만끽했다. 오랫동안 못 만낫던 친구들도 만나고 수다도 떨고 쇼핑도 하고 놀러고 가고...

어느날, 엄마께서 전화 오셨다.
"너 연애하니?"
"네? 아... 예... 어떻게 알았어요?"
"싸이에서 봤다. 얼마동안 만났니? 결혼할 참이야?"
연변에 계시는 엄마는 가끔 내 생각이 나면 동생더러 누나 요즘 어떻게 지내나 보자 하시며 싸이월드에서 사진 구경을 하시곤 한다. 
아마 그와 같이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들을 보셨나보다.  내 동생은 방학에 여기 놀러와서 같이 식사도 했으니 당연히 알고 있었다.

"일년 채 안됐어요.근데, 엄마...나 결혼할려고 만나는거 아니에요. 이재 몇살인데..난 서른살 후에 한다고 얘기했잖아요~ "

난 예전부터 늘 빨라서 서른살후에 시집 갈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럴 셈이였다. 그럴때마다 어르신들은 그런 얘기를 하셨다.
" 너 이제 이십대 중반을 넘어서봐. 아마 생각이 달라질꺼야.."

엄마는 궁합을 보고 다시 전화 하시겠단다.  울엄마는 궁합이나 사주를 은근히 믿으신다. 나도 좀 흥미 있어 하긴 하지만 안좋게 나오면 괜히 신경 쓰이기도 하다.

며칠후 엄마가 전화 하셨다.
"얘, 엄마가 궁합을 봤는데.. 그 남자가 너를 마니 좋아하는데 성격이 너무 무뚝뚝해서 같이 있으면  니가 마니 힘들어 한단다. 그리고 그 남자 결혼을 늦게 할거래..."
결혼? 나는 그와 결혼할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 서른살 전에는 연애만 한다고 나름대로의 수칙도 있었고  이렇게 빨리 결혼하기엔 내 청춘이 아까웠다. ㅋㅋㅋㅋㅋ
" 난 그사람하구 결혼할 생각이 아직 없는데요?"
엄마는 내 말을 무시하고 계속 얘기한다.
" 너랑 쭉 연애하면 나중에 같이 있는단다... 근데 헤여져도 너를 못잊고 평생 마음이 담고 산단다."
나중에..? 그럼 결혼을 하게 된다는 말?
갑자기 나는 궁금해졌다. 그 늦게 결혼 한다는게 대체 몇살정도인지...
"늦게라는게 몇살정도에요?"
"그건 나야 모르지. 사람마다 표준이 다르니까.."

엄마의 전화를 받고 나는 기분이 묘했다.
결혼이라... 흠..
내 생각의 기준에선 여자 서른살에 결혼하는건 맞춤한거 같았다. 그리고 삼십대 초반에 첫아이 낳고...ㅋㅋㅋㅋ
근데 남자 서른이면 사실 한창이지 않은가? 그럼 남자는  몇살정도면 늦은 결혼이지? 사십살? 
헉.. 사십살???  내가 그럼 얘랑 결혼할려면 40살까지 기다려야대? 나보고 이 피말리는 기다림을 그냥 하라고? 
글구 40이면 노산이라 내가 애기 낳기도 바쁠텐데.. 
결혼은 삼십대로 미루긴 했지만 애기 낳는건 사십대를 넘길 만큼의 계획은 아니였다.

그리고 나랑 헤여져도 나를 평생 맘에 둔다고?  전에 그가 썼던 메일이 생각낫다.
그때는 그걸 안 믿었는데 점쟁이가 하니까 왠지 믿게 된다. 우습다 참... 점쟁이 말에 더 신뢰를 하다니... 
그래도 나를 계속 잊지 않고 맘에 둔다는 말이 어쩌면 진실일지 모른다는 말이 왠지 모를 위로를 느꼈다.

나는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이남자를 갖고 싶다.
그래서 욕심이 났다.
문득..  내가 지금 부리는 이 욕심은 어떤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그저 사랑하니까 매일 같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
사랑하면 같이 있고싶고 ... 그럼 결혼이 답인가.?!

그리고 그후, 나는 이 남자와 결혼 하는걸 가끔씩 상상하게 되였다.
결혼해서 매일 같이 있고... 불면증에 시달리지 않고 잠도 잘 잘수 있겠고  언제 올려나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도 내 인생의 반려자가 생긴다는 생각에 설레였다.
서른살 전에 시집 안 간다던 내 생각이 바뀌는건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무렵, 나도 이제 이십대 중후반에 들어섰고 그와의 연애도 별로 달라진게 없어진듯 했다. 마른 장작에 불붙듯이 시작한 사랑도 아니였으니 금세 시들만한것도 없이 늘 평화로웠다.

그의 성격도 나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적당한 기대치  그리고 서로 노력들이  긴시간 "별 탈없이" 무난히 연애해온듯 싶었다.

어느순간부터 그와 함께 있는 시간보다 친구와 만나는 차수가 많아졌고, 대화의 주제도 "그"로부터 "남자"가 되였고  술자리도 많아졌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도 생겼다. 
그리고  술집에서의 부킹도... 낯선 남자와의 술자리 합석도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조용한 빈집에서 혼자 있은 모습이 초라해보일때는 한밤중에 밖에 나가 친구랑 밤새 술을 마시기도 했다. 

이런 나의 생활을 그는 알리가 없다. 
회사에서 얼굴보고 통화 잠깐 하고 문자 좀 하고 자기전에 안부 인사하고... 
굳이 얘기를 안하면 아무도 내가 무엇을 하고 지냇는지 모른다. 

어느해 봄이였던걸로 기억된다. 
바이어스성독감에 걸린적이 있었다. 나는 난생 처음 그렇게 심하게 앓아봤다. 감기가 이렇게 무섭구나 하는걸 처음 느꼈다. 식은땀이 나고 이마는 불덩이 같고 온몸이 쑤시고 아프고 눈도 잘 안 보이고 머리가 빠개지는거 같아 정신을 차릴수 없었다. 입에선 신음 소리가 저절로 나갔다.
나는 내가 이러가 죽을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봤다. 혹시라도 까무러치면 누구도 모를텐데... 어떡하지? 그가 언제 울집 오면 발견할텐데 늦게 오면 어떡하지...ㅋㅋㅋㅋ  그땐 진짜 죽을것 같아서 오만가지 생각을 다했다.
그렇게 꼬박 4일을 앓았는데 그는 내가 아팠다는걸 아예 몰랐다. 
그가 무심했던걸까? 아니면 아무 얘기도 안한 내가 잘못됐던걸까 .. 아니면 그런 상황에서 그에게 도움을 청하지 못할 정도로 그가 불편했던 내 사랑이 문제였던걸까?

맞춤했던 기대치도... 무난하다고 생각했던것들도... 평화롭게 사랑하고 있다는건 결국 착각이였다.

나의 기대치는 결코 낮아진것도... 그의 무뚝뚝함에 익숙해진것도... 마음을 비워고 그의 모든것을 받아들인것도 아니였다.
나는 그저 그런 일상과 타협을 했을 뿐이였고  애써 합리화시키며 나 자신을 위로햇을  뿐이였다.

나는 외로웠다. 그리고 힘들었다.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그의 생활방식과 사랑하는방식을 존중하려 노력했다. 
그도 마찬가지 였다. 
우리는 서로 힘들게 노력하며 상대방을 배려했지만 그것들이 한 꼭지점에서 만나기에는 너무 멀었다.
이렇게 힘들게 노력했는데... 애초 시작부터 우리둘 사이는 너무 멀었다.

그리고 내 기다림은 끝난게 아니었다.
이제 내 기다림은 언제 날 찾아 오려나 하는게 아니였다.
내 인생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 변수를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





추천 (4) 선물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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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빈 (♡.121.♡.222) - 2013/11/23 02:34:19

님이 참 힘들게 사랑하시네요.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은볼매 (♡.62.♡.106) - 2013/11/23 07:41:46

참 힘든 사랑하셧네요. 빨리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날믿어 (♡.136.♡.133) - 2013/11/24 20:41:57

가슴속 어딘가에 이젠 묻어졌다고 생각했던 추억이 님 글 보면서 다시 생각나네요...
너무 비슷한 사람과의 사랑...다른점이라면 시간이 짧아서 너무 많은 추억은 없다는거...그치만 그시간동안만큼은 이렇게 혼자 타협하구 위로하고 고민했던 시간이 였던거 같아요...
정말 궁금한건 글속의 남주인공 피형이 ab형인가요? 한때는 믿지도 않던 혈액행떔에 성격이 서로 다른거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서요 ㅎㅎ 글 재밋게 봤어요

cui0128 (♡.112.♡.35) - 2013/11/25 10:57:19

많이 힘드셧겠네요...
무뚝뚝한 사람 정말 답답했을텐데 ...
다른땐 몰라도 아플때 혼자라는게 정말 더 힘든시간들이였겠네요~

미나리잎 (♡.5.♡.129) - 2013/12/14 12:34:01

이런 사람이랑 연애는 참 20대 열혈때는 힘들고 괴로운 일이지요 주인공님 참 대단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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