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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사랑9-재회

리해주 | 2013.11.25 01:53:37 댓글: 3 조회: 2520 추천: 1
분류실화 https://life.moyiza.kr/mywriting/1992123
기차에서의 세시간은 나에게 너무 긴 시간이였다. 그는 어떤 반응일까.. 무슨 말을 할까... 후... 너무도 떨린다.

일방적으로 간다고만 얘기했지 그는 내가 몇시에 도착하는지도 모른다.
도착 한시간을 앞두고 나는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어디서 볼까요?"
"언제 도착해요? 내가 마중 갈께요."
"아니에요. 나 들릴데가 있어요. 도착하면 연락할께요."
"아.. 알겟어요."

들릴데가 있는게 아니다. 나는 그저 역에서 그를 볼 준비가 안돼있었다. 택시 타러 왔는데 대기하는 사람은 줄을 엄청 길게 서고 택시는 그림자도 없고...
ㅅ도시의 기차역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그리고 주변에 공사중이라 길은 어찌나 막히는지... 차안에서도 내내 초조하고 불안하다. 머가 그렇게 떨리는지...

간신히 호텔에 도착해 투숙수속을 밟았다. 침대에 풀썩 쓰러졌다. 다리가 힘없이 풀린다. 아침부터 여태껏 아무것도 못 먹었더니 손도 덜덜 떨린다.
한참 눈감고 누웠다가 그에게 호텔 주소를 문자로 보냈다.
그는 알았다고 지금 바로 출발한다고 답장이 왔다.
이십분뒤 그에게서 문자가 왔다.
"00호텔이에요?"
"네."
"로비에서 기다릴께요."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안에서 나는 수없이 머리를 다듬고 다듬었다. 거울 보면서 웃는 연습도 하고...
로비 저편에 그의 뒷모습이 보인다. 나는 발랄하게 친구처럼 편한 모습으로 인사하고 싶었다. 그러나 정작 마주 쳤을때는 그저 어색하게 미소만 지어 보였다.
우리는 일층 로비 커피숍에 들어갔다. 메뉴 내려다 보면서 크림 케익 한조각과 쥬스를 주문하고 고개 들어 마주 앉아 있는 그를 보았다. 
나를 보며 빙그레 미소 짓던 그가 순간 들키기라고 한듯 바로 시선을 피하고 어색한듯 입술을 깨문다.

보기엔 멀쩡한 크림 케익은 정말 정말 맛이 없었다. 보통 아침 점심 다 안 먹으면 웬만한것도 별미인데  그건 진짜로 맛이없었다. 아마 내가 먹어본 케익중에 최고로 맛이 없었던듯...

"여기생활은 어때요? 일은 바빠요?"
"지낼만 해요. 괜찮아요"
어색한 분위기에 우리는 회사 얘기를 한다. 대화가 너무 겉돌기만 한다.
한마디 하고 일분 침묵이 흐르고 한마디 하고 일분 침묵이 흐르고.. 나는 그저 케익만 먹는다... 그 맛이 없는걸... 이십분 동안 먹었다는게 사분의 일도 못 먹었다. 도저히 먹을수가 없다. 

"내가 선물... 갖고 왔는데 호텔방에 있어요.같이 올라갈래요?"
어색한 분위기가 너무 싫어서 내가 말했다.
사실 그를 만나기전 나름 시나리오를 짰었다. 만나서 인근 공원이나 호수가를 산책하다가 저녁 식사하고 얘기하다가 헤여질즘 선물을 주고 각자 돌아가는거였다.
나는 솔직히 그와의 동침을 상상해보지 않은건 아니다.허나 나는 그가 절대 그러지 않을꺼라는 백프로 확신에 감히 여기에 올수 잇는 용기를 가진게 아닌가 싶다. 

허나 현실은 늘 각본없는 버라이어티다.
우리는 엘리베이터 타고 룸에 갔다.
나는 그에게 내가 만든 선물을 보여줬다.
"이거 내가 만든 거에요. "
 그는 놀란듯 입을 떡 벌린다. 
"정말요? 손재주가 좋네요."
"나 전에도 이런거 만들었는데.. 예전에 사진도 보내서 보여줬는데.. 이거 옆에서 박수치면 불도 켜져요."
그리고 나는 박수를 짝 하고 쳤다. 이층별장에 환한 불이 들어온다.
"와 이건 전에 보여준거랑 마니 다른데요? 해주 나중에 DIY공방 같은고 꾸려도 되겠어요."
그는 신기한듯 유리병을 톡톡 두드린다.
톡톡
톡톡
톡톡...

그건 자그마한 공간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어색하기만 한 침묵을 깨는 소중한 소리였다.

그는 앉을 자리 설 자리 찾지 못해 우왕좌왕 했고 우리는 그냥 서서 얘기했다.
그래도 내딴엔 아주 쿨한 어투로 편하게 앉아요 하면서 자리도 권했다.
어색한게 싫어서 티비를 켰다.
티비에서 한창 최고의 사랑을 방영한다. 딱히 할말도 없고 그래서 전에 본적있는 드라마라 간추려 얘기해줬다. 그리고 여주인공이 지금 또 같은 작가의 드라마에 출연중이라고.. 주군의 태양이라고 들어봤냐고 곁들기 까지 했다.
드라마 얘기를 하면서 어색한 분위기를 애써 모면했다.
그는 옆에서 여기 저기 갓다왔다하며 몸둘바를 모르는 나의 손을 잡아 끌었다.
그리고 내품에 꼭 안겼다. 나즈막이 한숨을 쉰다.
그는 떨고 있었고 나도 덜덜 떨리였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내가 보고싶었나요?"
"네."
그는 변한게 없다. 늘 그대로이다.
내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끊임없이 흐른다.  울고 있다는게 들키고 싶지 않아 나는 화장실에 들어갔다. 
화장실에서도 내 눈물은 한참동안 끊이질 않았다.
겨우겨우 마음을 진정하고 나온 나에게 그는 얘기한다.
"미안해요. 울지 말아요."
나는 그저 울지 않았다는 뻔한 거짓말로 뻥을 친다.

그의 손은 내 기억속보다 훨씬 길었다. 손발이 길어 수영대표로 뽑혔다는 말이 생각났다. 이렇게 길었었나..?
귀방울도 작아진거 같고...
내 기억이 틀렸나..? 세월이 유색하고 내 기억도 바래지는구나를 새삼 느낀다.
그는 이나이에 변화가 웬말이라며 웃는다.
그런 그에게 나는 담담하게 얘기했다.
"나랑 있을땐 귀방울도 크고 복스럽더니 이 복덩이를 놓치니 귀방울이 여위였네요. ㅋㅋㅋㅋ"
"그런가..?"
그랑 있는 시간은 참으로 빨리 지나갔다.
나는 첨으로 그에게서 평온한 느낌을 받았다. 언젠가 그가 그랬었는데.. 나랑 있는거 참으로 고요한 느낌이라고..
나는 이제야 느끼는데.. 오늘도 그는 이런 느낌일까..?

그의 품은 따듯했다. 그대로 잠들어버릴꺼 같았다. 나는 그의 품에 안겨서 처음으로 슬프지 않는 행복함을 느껴보는거 같다.
사랑해라고 속삭였다. 그도 나를 사랑한다고 했던지 기억이 안난다.
나에겐 이젠 그런게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누워서 도란도란 얘기를 했다. 
"요즘 힘든 일이 있었어요?"
"이제 없어요. 해주가 여기까지 와줬는데..."
그는 나를 보고싶어 했을까? 
나를 기다렸을까? 
나를 눈물겨워 했을까?
나는 늘 그의 꿈을 꾼다고 했다. 내가 그의 꿈에 나타나는지 묻고 싶었다.
"나를 꿈에 본적이 있어여?"
"네. 평소 꿈을 잘 안꾸는데 꿈을 꿀때마다 해주가 내 꿈에 나타나는 비율이 커요."
나는 그에게 내 꿈 이야기를 해줬다. 그는 내내 말없이 듣기만 한다.

한참 있다 그는 내게 물었다.
"남편이 잘해줘요?"
"... 네."
그는 내 대답에 잠시 말이 없더니 묻는다.
"잘해줘요?"
"...네."
"... 그럼 돼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나는 이혼 소송중이다.

저녁즘 우리는 같이 저녁 식사 하러 나왔다.  늘 그러하듯 우리는 말이 없다.
그러나 나는 이제 그 침묵과 그의 무뚝뚝함이  눈물 날만큼 서운하지도 싫지도 않았다. 
나는 이제와서 그런거에 습관이 된듯 했다.
우리는 인근 호수를 거닐며 산책했다. 대화도 거의 없지만 나는 그래도 행복했다.

그는 나를 호텔에 바래다 주고 내일 아침 데릴러 오겠다고 한다.

늦은밤, 나는 호텔에서 늦게까지 잠들지 못했다. 
얼굴 보면 마음을 달랠수 있는줄 알았는데.. 늘 변한게 없는 모습에 착각하는 내가 안쓰러워서... 만나면 비워질줄 알았던 내 맘이 욕심이 생겨버려서 눈물이 났다.
다시 이년전으로 시간을 돌려 놓아도 똑같은 선택을 할꺼면서 그 시간이 후회되는 내가 너무 간사해서 눈물이났다.
늘 이성적인 흐트러짐없는 모습에 눈물이나고... 

나를 혼자 호텔에 남겨둔것도 나름대로의 "배려"라고  생각하는가? 
옛연인에 대한 애틋함? 
특별한 동료사이가 되여버린 나에게 대한 예의? 
내 남편에게 드는 미안함? 

허나 우리가 이미 만났다는 그 하나만으로 그의 "배려"는  결과적으로 배려가 아닌것이다.
서로의 몸을 범하지 않았다뿐이지 우리는 이미 정신적으로라도 충분히 비난 받을만하지 않는가?!

나는 혼자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엉엉 울었다.
울다가 지쳐 잠들고 깨나면 또 눈물이 나고...

이른 아침..문자음이 들린다.
"오늘 몇시 기차에요?"
"점심 열두시요."
"미안해요. 갑자기 일이 생겨서 아침에 일찍 갈것 같지 못해요. 내가 열시반에 호텔에 갈테니 기다려요."
"아니에요 . 바쁘면 일 봐요. 선물은 내가 호텔 카운터에 맡겨놓을께요. 시간 날때 와서 챙겨가요."
어제 저녁 식사 하러 나가면서 선물은 호텔방에 두고 갔었다.
"아뇨. 날 기다려요. 꼭 기다려요. 내가 꼭 가요. 그러니까 기다려요. 알았죠?"
"..."

나는 또 눈물이 났다.  내가 어딘가를 떠날때 그가 바래다준 기억이 없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바램이다.

약속대로 그는 시간 맞춰 데리러 왔고 우린 기차역으로 향하는 택시에 올랐다. 
어제 올땐 차가 막혀 그렇게 오래 걸리더니 오늘은 길이 그냥 뻥뻥 뚫린다. 
우리는 말이 없다. 그는 포장 박스를 열고 선물만 들여다 본다.

여기 기차역도 바래다주는 일행은 출입 금지다. 대기실 문어구에 들어서면서 뒤돌아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먼발치에서 그도 손을 흔든다. 
안전 검사를 하고 대기실에 빈자리 찾아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에게서 문자가 왔다.
"잘가요. 그리고 잘 지내요."
ㅠㅠ 아직도 체력은 남아도는지 어제밤 그렇게 울고도 내 눈물은 또 흐른다.
나는 답장을 썻다. 
"내가 이번생에는 용기가 없어서 당신을 기다리지 못했지만 만약 다음생이라는게 있다면 꼭 기다릴께요. 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될때까지요. 그게 언제가 되든...
그리고 고마워요. 여기에 오는걸 거절하지 않아줘서...
아프지말고 건강해요. 잘 지내요."
답장을 쓰면서도 내내 눈물이 그치질 않는다. 마음속으로는 아마 이건 이제 마지막 눈물일꺼야 하면서 위로도 해본다.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추천 (1) 선물 (0명)
IP: ♡.39.♡.18
앤죠이58 (♡.213.♡.108) - 2013/11/25 09:00:37

즐감

cui0128 (♡.112.♡.35) - 2013/11/25 11:29:55

엇갈린 사랑...외로운 사랑....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
정말 보는 내내 답답하네요...

누구나 맘속에 깊숙히 묻어둔 사람 한명쯤은 있다고 하던데
이젠 맘속에 깊숙히..깊숙히 묻어둬야겠네요~

미나리잎 (♡.5.♡.129) - 2013/12/14 13: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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