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전집4-태항산록-(수필)나의 동범

더좋은래일 | 2024.05.07 14:44:16 댓글: 0 조회: 102 추천: 1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66764


수필


나의 동범


<<동지>>, <<동창>>, <<동향>> 따위 말을 모르는 사람은-보고 들은것이 적어서 그런지-아는 아직까지 보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동범>>이란 말은 아는 사람을 별로 보지 못하였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 이 사회에 사는 사람치고 감옥살이를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것이기때문이다. <<동범(同犯)>>이란-현재 중국에서-감옥안의 죄수들이 서로 부를 때 쓰는 말이다. 같은 범죄자 즉 죄수라는 뜻이다.

<<여보, 김동범, 이걸 저리 좀 옮겨놓으시오.>>

<<녜, 그러리다 리동범.>>

이런 식으로 쓰는것이다. 하긴 저희끼리 시룽거리느라고-남들이 안 듣는데서는-이런 말을 쓰기도 한다.

<<요새 어떻게 지내나 열갈망나니?>>

<<아, 화룡망나닌가?... 그저 쓸쓸하게 지내네.>>

물론 이런 말이 공식적용어가 아니다.

<<문화혁명>>기간에 나는 백토광(白土矿)으로 소문이 난 추리구감옥에 갇혀 이른바 날창밑의 강제로동을 여러 해포 하였다. 그런데 그 추리구감옥에서 나는 <<총리대신>>출신의 손가성 가진 <<동범>> 하나를 사귀게 되였다. 여러 해포 같이 먹고 같이 일하고 또 같이 <<비림비공(批林批孔)>>, <<왕장강요(王张江姚)>> 따위를 학습하였다. 그런데 나이 70을 바라보는 손<<총리>>-손<<동범>>은 두주일이 걸려도 <<왕호문>>, <<장춘교>>, <<강청>>, <<요문원>> 네 인물의 성명을 바로 외우지 못하였다. 그것때문에 학습시간마다 비평을 받았으나 종시 못 외우고말았다. 그는 소학교 4학년의 문화정도밖에 갖고있지 못한데다가 나이까지 먹어서 로망이나 안 부리면 다행일 형편이였다. 그가 무엇을 좀 잘못하였다고 내가 눈방울을 굴리며 딱딱거리면 그는 위압에 눌리여 감히 대들지는 못하면서도 속은 살아서

<<제기, 제나 내나 다같은 징역군인데... 우쭐해서...>>

볼멘소리로 이렇게 투덜거리군 한다.

그도 나도 다 정치범-현행반혁명 즉 반혁명현행범이였으나 그의 형기는 나보다 5년이 더 길어서-15년이였다. 그는 길림성 휘남현사람인데 감옥에 들어오기전에는 반동적종교단체-무슨 도문(道门)의 <<총리대신>>이였다. 그의 상급인 <<황제>>는 총살을 당하였고 <<황후>>는 녀자라고 가볍게 처리되여 7년 징역형에 처리해졌다는것이였다. 나는 77년 12월 19일에 만기출옥을 하였지만 그는 나보다 반달가량 뒤늦게 78년 정월초순에 출옥을 하였을것이다(출옥한 뒤에는 서로 만나보지 못하였으므로 꼭은 모른다).

판결을 받고 감옥에 들어온 죄수들에게는 다 <<판결서>>라는것이 따라다닌다. 본인에게는 부본이 교부된다. 판결서에는 전부의 범죄사실이 간단명료하게 타이프라이터로 찍혀있다. 그래서 그러한 판결서를 죄수끼리 서로 돌려가며 보아서는 안된다는것이 옥칙(狱则)에는 명기되여있다. 그러나 나는 글을 좀 안다고 해서 가끔 불리워나가 등기사무를 도왔으므로 숱한 판결서들을 뒤져볼기회를 가졌었다.

나의 <<동범>>손가는 그 무어라나 하는 <<도문>>을 꾸려놓고 교도라는 명목의 어리석은 백성들을 숱하게 속여먹었는데 그 방법인 즉 대개 아래와 같다.

<<순성(顺姓)>>이라는 명칭의 종교의식을 치르고 입회를 하는데 그 회비가 일인당 3원 60전. 다시 36원을 내고 <<성미(圣米)>> 한주머니씩을 타는데 그속에는 차좁쌀 3냥6돈이 들어있다. 이 <<성미>>를 먹으면 모든 재앙을 면할수 있고 또 무병장수할수 있다는것이다. 그러니까 10전어치도 못되는 차좁쌀을 36원에 팔아먹는것으로 된다. <<황제>>는 <<황후>>외에 <<랑랑(娘娘)>>이 넷이 있는데 이것은 다 신도들의 딸중에서 골라뽑은것이다.

<<총리대신>>은 <<황제>>보다 급이 좀 낮으므로 그런 명목의 첩은 둘밖에 못 두었다. 그러나 수시로 젊은 녀교도들을 불러다 <<선도(善道)>>할수 있었으므로 드러나지 않은 첩은 사실상 기수부지였다.

그들이 선전하는것은 공산당이 꼭 망한다는것과 하늘에 계신 <<상천왕성로모(上天王圣老母)>>의 극락세계, 지상락원이 멀지 않아 이룩된다는것이였다.

피땀 흘려 모은 천량을 터무니없이 사취당하고 또 고이 기른 딸자식까지 제물로 내여바친 교도들(그 대부분이 농민)의 처지야 말로 가긍한 신세라 아니할수 없다,

그런데 더욱 엄중한것은 이 신화 같은 옛이야기 같은 일이 백년전이나 천년전에 있은것이 아니고 해방후-바로 1962년에 있었다는것이다.

1946년 8월 28일, 해방된 할빈에서는 한차례의 폭동이 일어났었다. 수천명의 교도들이 일으킨 그 폭동사건의 주모자는 나이 겨우 스무살 밖에 안되는 리명신(본명 리중량)이라는 <<도문>>이 우두머리였다. 그자는 교도들을 훈련시킬 때

<<너희들은 모두 <천병천장(天兵天将)이니까 공산당의 총알이 절대루 너희들의 살가죽을 뚫지 못한다. -자, 봐라!>>

하고 하나하나 실험을 해보이는데 거기에 사용된 탄알은 모두 진짜탄두를 뽑아버린 련습용탄알이였다. 그러니 암만 맞아도 죽지않을 밖에! 어리석은 교도들은-총소리는 분명히 났는데도 저는 죽지 않았으니까-정말로 자기가 땅크의 철갑판 같은 살가죽을 가진(천병천장)이 된줄만 알았다. 그래서 총알을 업신여기고 <<용감무쌍>>하게 들이덤비다가 개죽음, 무리죽음을 하였으니 이 또한 비극이 아니고 무엇이랴!

그 <<도문>>의 우두머리-리명신은 폭동을 일으킨지 불과 13일 후인 9월 10일에 벌써 인민법정의 판결을 받고 총살을 당하였다. 그러나 그가 죽기전에 신도들에게서 사취한 금액은 무려 50여만원에 달하였다. 그리고 또 공개적으로 얻은 두 <<랑랑>>외에 드러나지 않게 정조를 <<선도>>-유린당한 젊은 녀교도가 10여명이나 되였다.

력대적으로 종교는 죄악과 갈라놓을수 없는것이였다. 그것은 언제나 죄악을 가리는 면사포적역할을 놀아왔었다. 종교와 죄악을 갈라놓으려는것은 지구를 수박처럼 두쪽으로 갈라놓으려는거나 마찬가지의 헛수고일것이다.

보카치오(1313-1375)는 이딸리아 문예부흥기와 걸출한 작가로서 그가 쓴 <<데카메론>>은 600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계속 번역출판되고있다. 중국에서는 <<십일담(十日谭)>>이라고 번역하였는데 그것은 그 책의 내용이 신사숙녀 열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앉아 하루에 한마디씩 돌림으로 이야기를 하여 열흘동안에 모두 백마디를 한 형식으로 되여있기때문이다. 그중의 하나를 줄거리만 추려서 소개하면 대개 아래와 같다.

로마 어느 귀족의 딸-순결하고 어여쁜 아가씨가 천당에 올라가는 비결을 배우려고 경건한 마음을 안고 유명한 천주당으로 덕망 높은 신부를 찾아간다. 아가씨는 천주당에 묵으면서 신부님의 가르치심을 받게 된다.

<<사람들이 천당에를 못 올라가는것은 다 그 배속에 악마가 들어있기때문이니라.>>

아가씨는 이런 가르치심을 받고 깜짝 놀라 여쭈어본다.

<<거룩하신 신부님, 그럼 제 배속에도 악마가 들어있습니까?>>

<<암, 들어있구말구.>>

아가씨는 배속이 구질구질해나는것 같아서 울상이 된다. 제 배속에 악마가 들어있는줄은 여적 모르고 살아왔던것이다.

<<그럼 이걸 어떡하면 좋습니까, 거룩하신 신부님?>>

<<내가 잡아줄테니... 걱정할것 없어.>>

<<아이 고마워요 신부님. 그럼 어서 좀 잡아주세요.>>

<<아 그러지. 하루밤에 하나씩 잡아줄테야.>>

<<하루밤에 하나씩이요? 그럼 며칠이나 걸리면 다 잡아낼수 있을가요, 신부님?>>

<<좀 많이 들어있으니까... 한 달포 걸리겠지.>>

<<달포도 좋아요. 그런데 신부님, 그 악마만 다 잡아버리면 저는 곧 천당에를 올라가게 됩니까?>>

<<그야 물론이지.>>

이리하여 신부는 밤마다 아가씨 배속에서 악마 한마리씩을 잡아내게 되였는데 그 잡아내는 방법이란 곧 아가씨와 한번씩 같이 자는것이였다. 순결한 아가씨는 기분이 곧 날것만 같았다. 정말 천당으로 올라가는 도중인것만 같았다.

한달후에 천당으로 올라가는 비결을 다 배운 아가씨가 경사롭게 귀가를 하니 집에서는 대대적으로 축하연을 베풀고 로마시내의 청년남녀귀족들을 다 청하였다. 그 석상에서 손님들의 간절한 요청을 받고 순결한 아가씨는 기쁘고도 경건한 마음으로 천당에 올라가는 비결을-덕망 높은 신부한테서 배운 그대로-피로하였다.

<<친애하는 여러분, 우리가 천당에 못 올라가는것은 다 배속에 악마가 들어있기때문입니다. 그 악마만 잡아내면 누구나 다 천당에를 올라갈수 있습니다. 녜, 이제 그 방법을 제가 배워온대루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입은 옷을 다 벗어야 합니다. 알몸이 돼야 합니다. 그런 연후에 침대에 누워서...>>

연회장에서는 폭소가 터졌다. 연회는 망태기판이 되였다.

600년전에 벌써 보카치오는 종교가 쓴 위선의 탈을 이렇게 벗겨놓았다.

종교를 믿으려거든 차라리 산의 바위돌이나 하늘의 별 따위를 믿어라. 그렇게 하는것이 해를 입어도 덜 입게 될것이니까.

추천 (1) 선물 (0명)
IP: ♡.62.♡.232
23,564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나단비
2024-05-19
0
33
나단비
2024-05-19
0
33
나단비
2024-05-19
0
32
chillax
2024-05-10
0
130
더좋은래일
2024-05-10
1
172
더좋은래일
2024-05-10
1
131
더좋은래일
2024-05-10
1
146
더좋은래일
2024-05-09
1
168
더좋은래일
2024-05-09
1
149
더좋은래일
2024-05-09
1
114
더좋은래일
2024-05-09
1
105
더좋은래일
2024-05-09
1
121
chillax
2024-05-09
0
96
더좋은래일
2024-05-08
1
107
더좋은래일
2024-05-08
1
102
더좋은래일
2024-05-08
1
117
더좋은래일
2024-05-08
1
93
더좋은래일
2024-05-08
1
130
chillax
2024-05-08
0
98
chillax
2024-05-08
0
78
더좋은래일
2024-05-07
1
107
더좋은래일
2024-05-07
1
103
더좋은래일
2024-05-07
1
96
더좋은래일
2024-05-07
1
102
더좋은래일
2024-05-07
1
127
chillax
2024-05-07
0
102
chillax
2024-05-07
0
93
chillax
2024-05-07
0
95
chillax
2024-05-07
0
93
더좋은래일
2024-05-06
1
112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