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라고 하여 악한 맘이 없는건 아니다.

청산류슈 | 2014.08.27 17:29:46 댓글: 0 조회: 1856 추천: 0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2355733

                                                1장 머리가 돌보다 더 단단한

 

                                                                     (1)

눈바람이 칼날처럼 살을 저민다. 그냥 살 만 떨어졌으면 이바람은 그냥 칼날이라고 부르는편이 합당했지만 애석하게도 뼈에 붙어 있는 살은 떨구지 못하고 지나가기에 바람이라 불리워 지고 있을 뿐이 였다.

 

지평선 저 끝까지 보아도 나무 한그루를 보고 죽을려고 해도 보이질 않았다.

이 지옥같은 곳을 거지꼴의 사내가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다.

 

족제비처럼 얍삽한 얼굴에 판들판들 굴러 다니는 눈알은 언제나 상대를 죽음의 나락으로 몰 기회만 엿 보고 있는 것 같았다.

 

한마디로 이 거지꼴의 사내한테서 선량한 곳을 찾는 다는건 나무에서 물고기를 잡고 물에서 웅담을 찾는 격이 였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모두가 자신이 착하다고 생각하는 나쁜 버릇이 있는 것 같았다.

그건 그도 예외는 아니 였다.

 

요즘 가상현실 게임이 재미나다고 하여 그냥 캡슐을 사서 해보았을 뿐인데 재미나기는커녕 온 종일 사막도 아니고 초원도 아닌 진흙탕속을 헤메고 다닌다.

 

게임이라면 그래도 퀘스토도 있고 몬스터도 있고 그것들을 깨는 재미에 하는 것이 정석이건만 이건 퀘스토도 없고 몬스터도 없고 캐릭을 만들어 접속하기 바쁘게 이런 지옥 같은 진흙탕속에 처 넣으니 어디에 하소연하고 싶어도 사람의 그림자 하나 언뜰하지 않는다.

 

그래도 게임을 하는 이유라면 딱히 할 일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세계 10대 그룹의 하나인 H사의 회장인 덕분에 어려서부터 그에게는 할 일이 무엇인지 몰랐다.

 

물론 부모님들은 후계자 양성을 위해 조기교육에 많은 정성을 들이고 있지만 평양감사도 자기가 하기 싫으면 못한다 했다고 남구 역시 H사의 계승에는 관심도 없었다.

 

아무런 일에도 관심이 없는 남구가 딱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딱 한가지가 있는데 그건 바로 삼국지에 나오는 영웅호걸들이거나 무협지의 협객들이 였다.

 

그러나 시대가 시대인 만큼 남구가 그런 영웅호걸이나 협객이 되고 싶어도 될 수가 없었고 더욱이 그 시대를 돌아 갈수도 없는 짓이 였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남구의 그런 안타까움을 하늘이 가엾이 여기셨는지 N사에서 새로운 무협가상현실게임을 세상에 내 놓았던 것이다.

 

남구는 그 소식을 듣기 바쁘게 캡슐을 사들고 접속을 했다.

 

머 캐릭터명은 남구의 아이큐에 맞춤하게 “다인보티팬”으로 짓고 나름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즐거운 맘으로 게임을 시작했지만 호사다마라고 게임을 시작하기도 전에 하늘땅이 빙그르레 돌더니 다인보티팬을 이런 진흙탕속에 처넣었던 것이다.

 

캐럭터명이 좋고 나쁨에 따라 시작하는 곳이 달라진다는건 나중에 안 일이지만 아마 그전에 알았다 해도 남구의 머리로는 아름다운 캐럭터명을 짓지 못했을 것임을 나는 장담 할 수가 있다.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해온 그로서는 문제의 해결은 돈에 있지 머리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남구로서는 말이다.

 

그래도 다인보티팬은 이런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영웅호걸이 될수 있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모르고 씩씩하게 앞으로 걸어 갔다.

 

동서남북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다.

그냥 앞으로 가는 것만 그의 방향이고 그 앞에는 먼가가 꼭 있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신념이 였다.

 

이렇게 며칠을 걷고 있는데 디리링 하는 소리와 함께 천리전음이 들려왔다.

 

“다인보티팬님, 저는 당신의 퀘스트 도우미 백발마녀 소유란입니다.주인님은 지금 게임시스템과 상관 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시끄러! 내가 얼굴도 보이지 않는 여자의 말을 듣고 발걸음을 돌리지는 않으리라.”

 

남구는 못들은 척 그냥 질퍽질퍽 거리는 이 진펄을 씩씩하게 걸어 나갔다.

 

처음에는 이 가없이 펼쳐진 이 진펄이 고독하고 외롭고 무의미하여 미칠것만 같았었는데 지금은 난데없이 자기도 모르게 점점 오묘함을 느낄수 있었다.

 

키만큼 자란 아르니카,벗풀,진퍼리잔대 등은 그냥 보기엔 풀이지만 각종통증을 억제하는 약초들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 하였다.

 

물론 그걸 하나 알아가는데 엄청난 대가를 지불했지만,안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지만 어려서부터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온 남구는 이해득실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렇게 거의 1레벨도 올리지 못한 채 3년을 진펄에서 보냈다.

다른 유저들 같았으면 사발에 냉수를 받아 놓고 얼굴을 묻어 버리고 남았을 일이지만 남구는 그러지 않았다.

 

시공간의 개념과 사유의 흐름이 거의 정지상태인 남구는 거의 개의치 않았다.

 

처음에는 그래도 시스템에서도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거나 하였는데 시스템도 지쳤는지 그냥 “머리가 돌보다 더 단단한”이라는 칭호를 주고는 아예 거들 떠 보지도 않았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머리가 돌보다 더 단단한”다인보티팬도 이제는 이 습지에 대해서 바람의 방향과 세기만 보아도 비가 올지 안 올지 아니면 어떻게 대피를 해야 할지 그리고 풀잎의 자라난 방향과 크기 그리고 풀들의 군포만 보아도 발밑의 진펄의 질척임을 알수가 있었다.

 

요즘 들어와서 다인보티팬을 기쁘게 하는 것이 하나가 있었다.그것은 바로 습지의 키 높은 풀들의 키들이 점점 작아지고 습지에서 찾아 볼수 없었던 풀들과 동물들이 그의 눈에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하하!역시 사내는.......”

 

이쯤에서 먼가 재미있는 대사를 웨치고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이 나지 않아 포기를 하고 밤하늘 흘러가는 별들에게 “하나 먹엇!”으로 위대한 대사를 대신하고 코를 한번 훌쩍이고는 슬슬 발걸음을 옮겼다.

 

보아하니 명대사가 생각나지 않는것에 대한 유감은 쥐뿔만큼이라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아마도 생각 없는 자의 얼굴에는 표정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

“천리안”을 시전하였다.

본래 일반 유저들에게는 “천리전음”이라는 스킬을 습득할수 있게 되었지만 다인보티팬은 사람도 없는 곳에서 키가 자신보다 휠씬 넘는 상대를 풀로 하여 앞만 보기를 노력한 덕분에 “천리전음”대신에 X레이처럼 사물을 꿰뚫어 볼수 있는 “천리안”을 습득할수 있었다.

 

어느 유저에게도 없는 “천리안”을 시전해 보이든 다인보티팬은 그만 악 하는 소리와 함께 까무러 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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