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만에 만난 동창생

옥필 | 2015.06.25 15:17:30 댓글: 5 조회: 3010 추천: 3
분류수필·산문 https://life.moyiza.kr/mywriting/2725946

황금빛 무르익는 가을의 계절인 8월30-31일까지의 1박 2일로 40주년 동창모임이 있었다. 이번 모임은 먼저 이도백하로 가서 내두산별장에서 하루밤 묵고 이튿날에는 백두산에 오르고 점심은 약수터에서 먹는단다. 여지껏 약수터는 한번도 다녀온적 없는 나는 마음이 먼저 달려감을 어쩔수 없었다.

8월 30일날 가을을 재촉하는 잔잔한 비가 내렸다. 그래서인지 내 마음도 차분해났다.

그날 연길에서 떠나는 버스가 안도를 지나기에 안도에서 사는 우리 몇몇 동창들은 안도버스역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조금후 동창생들을 실은 중형 버스가 안도에 도착했다. 잠간 쉬는 사이에 우리 여동창들은 서로 안고 돌아갔다. 어떤동창은 첫눈에 알아볼수 없어서 이름을 알려줘야 알수 있었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40년이란 세월이 흘렀음에랴!

우리는 먼저 안도현 만보진중학교로 갔다. 그 중학교는 70년대에 우리가 공부하던 학교다. 지금은 이전의 단층이였던 학교가 아니고 층집이였고 캠퍼스도 인공잔디풀로 만들어져서 예전의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수없었지만 그래도 모교인지라 누구도 격동을 억누르지못한채로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나도 한창 흥분상태에 푹 젖어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

영옥씨네.

내가 뒤 돌아보니 키가 아주 큰 사나이였다.

누군데?

하참 난 한 눈에 알아보았는데..그래 날 모르단 말이요? 나 철윤이거든

아. 철윤!

다른 몇십년간 못 본 동창들은 이름을 말하면 좀 생각해봐야 기억나지만 그러나 철윤이는 잊어지지 않는 일찍 내가 그렇게도 미워해온 남자동창인지라 인차 생각났다.

날 얼마나 괴롭혔고 또 날 얼마나 울게 했던가! 고마운 사람을 잊지못할수도 있겠지만 미워했던 사람도 잊어지지 않는게 인간의 감정인가부다.

인제는 육십에 이른 철윤이는 얼굴에 얼기설기 잔주름이 가긴했지만 그래도 어릴때의 너부죽한 얼굴과 희멀끔한 피부는 변하지 않았다.

한 버스에 앉았는데 왜 난 못 보았을가?

나의 물음에 그는 나지막히 이렇게 말하는것이였다.

난 영옥씨를 인차 알아보았지만 감히 말 못했소

그건 왜서?

내가 어릴때 영옥씨를 무던히도 괴롭혔거든. 그때는 정말 헴이 못 들어서 그랬으니 용서해주길 바라오. 나는 커서 차츰 헴이 들면서 길가에서 장애인들을 만나면 저도몰래 영옥씨 생각을 하면서 그냥 죄송한 마음뿐이였소. 그러면서 어느때라도 만나면 꼭 깊이 사과하면서 용서를 빌고 싶었소

그가 진심으로 나한테 사과했다.

뭐 이미 다 지난 일인데그리고 그때는 천진한 나이여서 그랬는데 뭘 그까짓거 가지고 사과까지 할 필요는 없지않소?

우리둘은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 구름한점 없는 가을의 하늘은 그날따라 더없이 푸르고 푸르렀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의 사유는 그때의 그 어린시절로 돌아갔다.

내가 초등학교에 금방 붙었을때다.

반급의 담당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했다.

우리반에 다니는 영옥학생은 지체장애인인데 누구나 업신여기면 안됩니다. 모두들 많이 보살펴주세요

선생님과 동학들의 보살핌속에서 나는 다리를 절뚝대며 학교로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2학년때 어디에서 왔는지 철윤이라는 애가 우리반에 왔는데 하학후 집으로 돌아갔때면 내 뒤를 따르면서 내가 걷는 흉내를 내면서 우리집까지 쫓아 오군 했었다.

그가 이렇게 하니 다른 애들도 함께 나서서 날 놀리였다. 그래서 나는 이 일을 선생님과 일러바쳤더니 선생님은 그 애들을 호되게 닦아세웠는데 다른 애들은 인차 고쳤지만 유독 철윤이만이 그냥 그 본새였다. 이 일은 나의 엄마를 격노케했다. 하여 어느날 엄마는 길가에서 그를 기다렸다가 단단히 혼뜨검을 냈다. 나는 인제는 그가 다시는 그러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그는 원래보다 더 놀려주는것이였다.

나는 그가 너무도 지꿎게 뒤따르며 놀려주는 바람에 학교에 가기도 싫었고 매일다싶이 눈물을 흘려야 했었다. 몹시 안타까운 나는 그 애가 어데론지 전학하지않으면 큰 병에 걸려서 학교에 오지못했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3학년이 되여서야 어디론가 전학해갔다. 그런후로 한번도 못 보았던 것이다.

그후 세월이 몇십년 흐르면서 가끔씩 그처럼 날 괴롭히던 철윤이는 어디서 어떻게 보내는지하고 생각을 안 해본건 아니였다.

(철윤이가 어릴때의 일을 기억하고 있을가? 인제 날 만나면 어떤 표정일가?)

나는 이렇게 여러가지로 추측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이렇게 만날줄이야.

그날 점심부터 철윤이는 날 특별히 보살펴주었다. 식당에 들어갈때면 날 부추켜주었고 식사할때도 맛나는 음식을 자꾸 짚어주기도 했다.

철부지떄의 그 를 벗느라고 그러는걸가? 어른들도 착오를 지을때가 있는데 하물며 그때 그는 철부지가 아니였던가! 나는 또 구태여 그 일을 머리속에 새겨넣고싶지 않아서 세월속에 묻혀버리고 말았는데 그가 이렇게 만나자마자 사과할줄은 생각지도 않았다.

아무리 미운사람도, 미운 사연이라도 세월이 오래 흐르면 다 잊어지는 법인데우리는 또 잊으면서 사는법을 배워야 한다.

사과를 하지않아도 만나면 반가운 동창! 그날 그한테서 사과를 받고나니 오히려 내쪽에서 되려 감사한 마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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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245.♡.119
샬론 (♡.223.♡.170) - 2015/06/25 23:43:38

그 맘 이해합니다...

소학교때 저도 다리 다쳐서 절름절름 중학교2학년까지 다리 절는거 선명했었는데....애들이 절름발이라고 놀리고 하면 막 울고 상처받았습니다...

나중에 어른 되서 만나면 이렇게 미안해하고 어릴 때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하는군요...
시간은 야속하지만 또 사람을 성숙하고 철들게 만드는 마법이 있는거네요^ ^

좋은 글~잔잔한 감동 추천합니다^ ^

로맨틱퀼트 (♡.153.♡.159) - 2015/07/02 17:21:55

훈훈한 글 잘 보았습니다 ...참 추억이 그립습니다 , 즐거운이든 고통이든 ...
지나고 보니 학교 생황이 제일 즐거웠든것 같습니다 .

고향멜로디 (♡.234.♡.35) - 2015/07/03 19:13:01

잘~~ 읽었습니다.개구쟁이로 부터 사나이로 성장한 동창생의 모습 너무나 생동하게 잘 그려내셨네요.고맙습니다.너그러운 작가님의 도량도 였볼수있었그요 ... ...

고향멜로디 (♡.234.♡.35) - 2015/07/03 19:14:26

강추~~

옥필 (♡.50.♡.90) - 2015/07/08 07:49:01

여러분들의 따뜻한 위안 그리고 격려 리해에 깊은 감사드립니다. 모두들 늘 건강한 모습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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