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개

청산류슈 | 2015.10.07 00:04:31 댓글: 6 조회: 1927 추천: 0
분류단편 https://life.moyiza.kr/mywriting/2844093

노인과

김송일

(1)

오늘도 노인은 지친다리를 끌며 시내의 골목길을 없이 걸어 가고 있었다.

눈가에 계곡처럼 생긴 깊은 잔주름에는 걱정과 시름이 하늘의 먹구름 마냥 얼굴을 깊게 덮고 있었고 노인의 흐릿흐릿한 눈빛은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한 소나기로 하여 더욱 어둡다 .

노인은 걱정으로 하늘을 쳐다보면서 깊은 한숨을 쉬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비가 오기 전에 빨리 비를 피할 곳을 찾아야 했으나 마치 일기예보라도 하듯 흐린 날씨면 어김 없이 찾아 오는 관절의 통증으로 하여 한걸음 한걸음 옮기는 것이 말그대로 고역이 였다.

국밥집이나 분식점에 들어가 잠시 비를 피하고 싶었으나 노친의 잔소리가 우뢰처럼 귓가에 들려오는 하여 다시 발길을 돌렸다.

아니!벌지도 못하는 양반이 돈을!!!”

옛날이 그리웠다.

비가 오고 쓸쓸한 날에는 그래도 힘들기는 하지만 비라도 피할수 있는 회사가 있었고 어디서 막걸리 한잔이라도 걸칠수 있는 아낙네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퇴직을 하고 보니 고층빌딩이 숲을 이룬다는 시내 어디도 자신의 몸을 의지 오두막 마저도 보이지 않는다.

집에서 눕고 싶었으나 노친네가 남자가 궁상 맞게 여자들처럼 하루 집에 있느냐면서 꼬리를 올린다.

반평생을 바쳐 회사에서 늙었다는 이유로 쫓겨 나고 자신의 모든걸 바쳐 일구어 집에서 마저 남자라는 이유로 쫓겨 자신이 그냥 한스러울 뿐이 였다.

그래도 노친은 받아 알았지만 그것마저 그냥 쓸데 없는 바램이여서 서글프기만 했다.

말그대로 지친 심신(身心) 내려놓고 의지 한치의 땅도 없었다.

머리를 들어 보니 멀지 않은 곳에 마트가 보여 온다.

앞에는 비를 피할수 있는 의자와 탁자가 있었고 비와 해빛을 피할수 있게끔 펼쳐진 커다란 우산이 오아시스마냥 눈에 들어 왔다.

노인은 통증으로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고 마트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불과 이삼십메터의 거리밖에 되는 거리였지만 마치 몇십리라도 되는 거리는 전혀 좁혀 기미를 보이지 않아 노인의 얼굴은 조바심과 통증으로 하여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다.

누구의 부추김이라도 받고 싶었어나 행인들은 그의 앞에서 바람처럼 나타났다가 바람처럼 사라진다.

모두가 비를 피하기 바쁜지 노인의 고통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분주히 자신의 몸을 피하기가 바쁘다.

저기………”

노인이 가까스로 용기를 내어 젊은이를 불렀지만 젊은이는 피끗 흘겨보더니 마치 볼것이라도 다시 도망이라도 치다 싶이 발걸음을 옮겼다.

겨우 용기를 내어 불러 것이 싸늘한 냉대로 돌아오자 노인은 이상 용기가 나지 않았다.

가진 것이 있을 생기는 용기여서 인지 가진 없는 노인은 그냥 용기마저 잃은채 사려가는 젊은이의 뒷모습을 넋이라도 잃은 바라 뿐이 였다.

자기 몸도 먹고 살기 힘든 세월에 누구에게 의지 하랴 싶어 노인은 서글픈 미소를 띠우며 다시 아픈 다리를 끌다 싶이 한걸음 한걸음 마트로 걸음을 옮겼다.

겨우 자리를 잡고 앉은 노인이 한숨을 돌리기도 전에 종업원인듯 사장인듯한 아줌마가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듯 달려 나오더니 잠시 노인의 행색을 피끗 곁눈질 해보고는 대충 주문을 받는다.

어쩌면 아침에 자신을 내쫓다 싶이 노친의 얼굴이 겹쳐지는 듯하여 어쩐지 한구석으로 알수 없는 불안이 저도 몰래 구석을 덮었다.

언제나 자신의 옆에서 다정다감하던 노친이 점점 낯선 여자로 변하고 있는것 이상했다.

노망일까?

여자의 얼굴에서 자신 마누라의 얼굴이 보이는 것이.

노인은 믿을수가 없어서 다시 흐릿 눈을 비비고 보았으나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아까 부르려다 부르지 못한 청년의 얼굴도 함께 떠올라 맘은 오히려 불편하기만 하다.

(2)

오랫동안 참아왔다는 하늘은 끝내 설음을 토하고 말았다.

다행에도 바람이 없어서서 그런대로 노인은 비를 피할수가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여 나오는 커피 한잔을 마시고 나니 훈훈한 느낌이 몸을 감싸고 돌아 잠시 나마 행복한 느낌이 들었다.

커피 한잔의 행복을 느끼고 있던 노인의 눈빛이 측은하게 변하더니 한곳에서 멈추어 졌다.

한마리가 후득후득 떨어지는 비를 그대로 맞으면서 노인을 마주보고 있었다.

우산 밑에서 비를 피하고 싶으나 차마 용기를 못내고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 자신을 불러주기를 바라는 그런 애듯한 눈으로 노인을 바라 보고 있었다.

노인이 피씩 웃으며 개를 불렀다.

개는 몇번 머리를 갸우뚱이지만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노인은 먹다 남은 핫도그 조각을 던져 주면서 겨우 우산밑으로 불려 들였다.

개가 우산밑으로 들어오자 노인은 뿌듯함으로 얼굴에 웃음을 활짝 띠우고는 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핫도그때문에 경계심이 풀렸는지 아니면 노인이라는 알아서 인지 개는 달아 나지 않고 노인의 손길에 몸을 맡긴다.

피부병 때문인지 털이 여기저기 듬성듬성 빠져 있었고 배가 등에 붙은 걸로 보아 아마도 주인에게 버려진 싶었다.

너도 버려졌구나.”

개는 마치 노인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끙하고 신음소리를 냈다.

그래!개나 사람이나 늙고 쓸모 없어지면 버려지는게 세상의 도리지. 그래?!”

개는 마치 알아 듣기라도 하는 말에 머리를 바닥에 대며 노인의 발밑에 엎디 였다.

마치 노인에게서 위로라도 받으려는 노인의 손길에 몸을 맡기였다.

그래! 았어.힘들 서로 위로 해주고 의지하면서 사는게 세상이지…….”

혼잣말 처럼 중얼거리면서 노인은 성심껏 개를 쓰다 듬었다.마치 어린 손주녀석의 머리를 쓰다 듯이 말이다.

개는 오랫만에 느끼는 사람의 손길에 기분이 좋은지 아니면 노인의 위로에 힘이 되는지 보답이라도 하듯 있게 꼬리를 흔든다.

다시 힘을 찾고 있는 개를 노인의 얼굴에도 저도 몰래 미소가 피여 오른다.

그래.버려졌어도 맥을 버리지 말아야지.내일……..”

노인은 개에게 내일을 위하여 내라고 하고 싶었어나 끝을 맺지 못했다.

내일을 위하기에는 개도 이미 늙고 병이 들어 있었다.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개에게 내일은 그냥 고통이거나 아니면 고통에서의 해탈일수도 있겠지만 내일은 어디에도 없었다.

주인을 위해 꼬리를 저을수 있을 때는 꿈은 없어도 그나마 먹고 살수 있는 내일이라도 있지만 꼬리마저 흔들수 없는 현재로서는 개에게 내일이란 그냥 시간의 흐름이 였고 그들에게는 부담이 였을것이 였다.

…..사람을 늙게 하는건 세월이지만 사람을 죽이는 인심이라더니……..”

노인은 끝을 잊지 못하고 잠시 우울해 졌다.

노인이 우울해져 있는 사이에 문자가 왔다.

노인은 불안한 표정으로 폴더를 열어 문자를 확인 했다.

오늘 동네 노친들과 저녘약속이 있어서서 늦어지니 집에서 자고 내일 오란다.

노인은 없이 폴더를 닫았다.

마음이 시려 왔다.

비는 그친지 한참이나 되였다.

바쁘다고 있다 다시 전화를 준다 한테서는 날이 저물어 가는 지금도 전화가 오지 않는다.

관절의 통증도 맑게 개인 하늘로 하여 거짓말 처럼 아프지 않았지만 목적지가 없는 발걸음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어쩌면 다시 비가 왔으면 하는 바램으로 하늘을 보고 바라 보았지만 언제 비가 왔냐는 하늘은 맑게 개여 있고 창문 유리창 너머로 흘깃흘깃 눈치만 주는 아줌마만 노인의 눈가에 자꾸 비쳐 들어 뿐이다.

그렇게 하늘과 아줌마의 눈치를 번갈아 보는 사이에 해는 어느덧 뉘엇뉘엇 저물어 간다.

하지만 노인과 개는 길을 잃은 어린 사슴마냥 두려움에 얼어 붙은 움직일수가 없었다.

언제가는 서로의 길을 찾아 나겠지만 언젠가가 언제일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나기가 싫었다.

잠시나마 서로에게 위안이 였고 의지 였던 서로를 떠난 다는건 마지막을 시작하는 영원한 이별이라는 세상 누구보다도 알기에 그들은 이곳에서 서로가 서로를 날수가 없었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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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ihuashu (♡.245.♡.65) - 2015/10/07 16:47:13

잘 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화룡투도 (♡.166.♡.222) - 2015/10/08 13:12:27

참 비참하네요...

석류처럼 (♡.17.♡.28) - 2015/10/08 20:57:07

글 솜씨가 좋으시네요...
이글 보고 전에 썼던 "나는 살고 싶다"까지 찾아보게 되였는데 그냥 끝난건가요?
후속 이야기는 없으신가요?
궁급합니다.

청산류슈 (♡.73.♡.241) - 2015/10/10 17:04:19

본래는 후속으로 더 쓰려고 했는데
돈도 안되구 읽어 주는 사람도 없는듯 해서 ㅋㅋㅋ

청산류슈 (♡.73.♡.241) - 2015/10/10 17:02:36

글 읽어 주시고 댓글 남겨주신 모든 분들 한테 감사 합니다.

wuwanzhu68 (♡.218.♡.174) - 2015/10/16 17:32:45

文章很好,但愿所以老年人不要经历这样悲惨人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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